충성 팬들이 뿔났다, '폴아웃 76' 혹평의 3가지 원인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8.12.06 14:36 / 조회 :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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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의 고전 '폴아웃' 시리즈 외전인 '폴아웃76'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메타스코어가 왜 이럴까요? 모름지기 '폴아웃'은 베데스다 팬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구매하는 전통 명작인데 말입니다. 여러 전문 매체의 리뷰 점수를 종합해 점수를 내는 메타스코어도 충격적인데, 유저 점수는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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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멀티플레이 게임으로는 꽤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죠. 그럼에도 '폴아웃76'이 혹평을 면치 못하는 건 기존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혹평을 만든 다섯 가지 요인들을 짚어볼 텐데, 그 전에 '폴아웃' 시리즈의 매력부터 파악해봅시다. 전후 사정을 알아야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폴아웃' 시리즈 매력 포인트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


'폴아웃'은 대체역사물 게임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과학이 발전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핵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이 세상은 소형 원자로의 개발로 인해 소형 자동차마저 핵으로 움직입니다. 보통 고도로 발달된 세상은 늘 기술 때문에 최후를 맞이합니다. '폴아웃' 세계관도 마찬가지인데요, 구 소련이 사라지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결국 핵전쟁으로 인해 멸망했다는 전제를 두고 있습니다.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담은 게임이 바로 '폴아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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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자유도

'폴아웃' 전작을 플레이하다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죠. 그래서 시리즈마다 매번 괴상한 사상을 들고 나오는 인물이나 집단이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모든 인물이 나름의 당위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위성이 확립된 정신이상자에겐 따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보통 이런 상황이면 주인공은 괴상한 집단을 부수고 세상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역할로 등장하는데요. '폴아웃'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합니다. 최종 목표로 이르는 과정 중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행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데요. 그래서 비열하고 나쁜 행동을 일삼는 '악성향' 주인공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폴아웃' 주인공은 ‘안티 히어로’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매된 '폴아웃76'은 이런 전작의 매력과 명성에 온라인 시스템을 더해 명실상부 2018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었'습니다. 출시 전 진행된 베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개발사인 베데스다가 피드백을 수용하고 개선하겠다고 발표해서 희망을 심어 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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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발매 후에는 기대가 원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와장창)
앞에서 언급됐듯, 메타스코어도 몹시 낮습니다. PC버전 기준으로 메타스코어 55점에 유저 평점 2.9점이죠. 거기에 최다 추천 리뷰에는 ‘베데스다의 노맨즈 스카이급 재앙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폴아웃' 시리즈의 열혈 팬이며 '폴아웃76'을 예약구매했던 입장(ㅠㅠ)에서 그 이유를 파헤쳐봤습니다.

'폴아웃76' 혹평받은 3가지 요인

#1 스토리가 없다


'폴아웃' 시리즈의 핵심 매력은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폴아웃76'에는 몰입할 만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핵전쟁으로 모두 사라진 것인지 인간형 NPC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난처인 볼트 76과 오버시어의 상황을 확인하는 방법은 오로지 홀로테이프를 듣는 것뿐이죠. 필드를 마구 돌아다니며 의미 없이 괴물을 잡다 보면 갑자기 라디오 전파가 잡히는 방식은 썩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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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줄 알았는데 말 못하는 마네킹 ㅠㅠ
오매불망 라디오 전파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라, 퀘스트도 일방적으로 주어집니다. 특정 지역을 지나가면 갑자기 퀘스트 진행 상태에 돌입하거나 라디오 전파를 잡기만 하면 퀘스트 시작이에요. 길을 가다 사람을 만나서 정보를 얻고, 도움을 줄 수도 없죠. 최근 배틀로얄 장르가 유행이니 스토리는 중요치 않다고 판단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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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로봇밖에 없냐고
#2 시스템이 똑같다

싱글플레이가 핵심인 패키지게임과 멀티플레이를 내세운 온라인게임은 시스템이 달라야 합니다.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폴아웃76'은 분명 온라인게임인데, 패키지게임인 '폴아웃 4'와 몹시 똑같습니다. 총알 제작과 정착지 모습을 저장하는 '청사진 시스템'을 제외하면 전작과 다른 부분이 없습니다. 유저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일까요? 그렇게 해석하기엔 온라인으로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수정한 듯하네요.

#3 '미친 매력'이 사라졌다

'폴아웃'은 살짝 미친 매력이 있는 시리즈입니다. 작게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부터 크게는 단체로 정신이 나간 팩션이 등장해주어야 그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데요. '폴아웃76'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상식적인 이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거의 미친 것 같은 레이더와 이상한 목표에 매달리는 생존주의자를 보는 맛이 쏠쏠했는데, '폴아웃76'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비교적 점잖죠. 게임의 시간과 공간적 배경의 한계를 감안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독특한 세계관이 시리즈의 개성을 만들었다는 것을 베데스다도 잘 알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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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평화로운 '폴아웃76' 마을
최근 대세는 배틀로얄, 곧 생존게임입니다. '폴아웃76'도 그런 흐름을 의식해 만들어진 게임이죠. 여타 생존게임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아주 재미있는 편입니다. 게임 내 세계를 멋지게 표현했고 퀘스트 가짓수도 적지 않죠. 치열한 핵전쟁 이후의 황량한 세계라니, 이 얼마나 생존게임에 어울리는 무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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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평가는 '폴아웃'이라는 브랜드를 떼고 근래의 생존게임과 비교하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게임플레이가 획기적인 것도 아니고, 시리즈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전편의 요소를 온라인에 옮긴 작품일 뿐입니다. 게다가 '그대로 옮긴'것도 아니고, 구현하기 어려운 요소는 가차없이 빼버렸죠.

'폴아웃' 시리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배제한 채 온라인 멀티플레이에만 집중했으니 기존 팬들은 화가 나는 겁니다. 가격도 6만 원으로 싸지 않은 편인데, 여타 생존게임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재미만 우겨 넣었으니 실망할 수밖에 없죠. 심지어 새로운 엔진을 사용해서 보다 온라인 플레이에 적합하게끔 담금질을 거치지 않고 '버그가 많을 것'이라는 말만 남겼고요. 차라리 '폴아웃' 외전이 아닌, 스탠드얼론 타이틀로 나왔더라면 호평을 받았을 텐데…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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