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지킬앤하이드', 명성의 재확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2.02 10:22 / 조회 :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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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오디컴퍼니


1886년 처음 나온 로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은 으레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로 불리는 극단의 1인2역 이야기다.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시킨다는 위험한 실험을 스스로에게 감행한 어느 의사 겸 과학자의 사연은 여러 형태로 변주됐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에 대한 한국팬들의 사랑이 각별하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한국 뮤지컬의 성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1997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오른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한국 첫 공연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뮤지컬 스타들을 탄생시켰으며, 뮤지컬 시장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누적 회차 1100회, 누적 관람객은 무려 120만 명에 이른다. 평균 객석 점유율은 95%를 웃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팀이 극을 재구성할 수 있는 논 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선보인 건 그 성공을 가능케 한 신의 한 수다.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그 저력을 재확인할 기회. 특히 '지킬앤하이드'의 상징적 존재나 다름없는 조승우를 비롯해 홍광호, 박은태라는, 작품의 인기와 성공을 견인해 온 3명의 지킬/하이드를 내세워 팬들을 흥분케 했다. 루시 역 윤공주, 아이비, 해나, 엠마 역 이정화 민경아 역시 검증된 뮤지컬 스타들. 피튀기는 티켓팅 '피켓팅'이 실감 날 만큼 호응도 뜨거웠다.

프리뷰 공연에 이어 11월 중순 본격 막을 올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충분히 기대와 설렘을 충족시킨다. 이미 검증된 강렬한 이야기, 호소력 짙은 넘버가 여전하다. 깔끔한 해석과 극적인 표현에는 노련미가 더해졌다. 시작과 함께 시선을 집중시키는 앙상블부터가 강렬하다.

극적인 조명이 함께하는 무대는 공간감에 집중한 느낌. 깊이가 더해진 다이아몬드형 무대는 화려하지는 않아도 중앙의 배우들에게 온전히 시선을 집중시킨다. 주인공인 지킬/하이드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극적인 솔로 넘버로 이름높은 '지킬앤하이드'에는 더없는 선택이다.


5m 높이로 층층이 쌓아올린 시험관, 시약병이 무대를 가득 메우는 지킬/하이드의 실험실 세트가 그중 눈길을 끄는데, 총 1800개 가량의 매스실린더가 쓰였다. '지킬앤하이드' 대표곡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에 그만큼 힘을 실은 셈. 하지만 '지킬앤하이드'엔 그밖에도 하나하나 꼽기 어려울 만큼 주옥같은 넘버가 많다. 여전한 흡인력 덕에 3시간 가까운 시간이 언제 흘렀나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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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오디컴퍼니


홍광호는 과연 홍지킬로 불릴 만했다.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십분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홍광호는 선과 악의 이중성을 폭발적인 존재감으로 그려내며 좌중을 압도했다. 나약한 지킬과 야성적인 하이드의 극적인 대비엔 입이 떡 벌어진다. 사랑하는 엠마에게 눈길을 떼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을 표현할 땐 뜻밖의 사랑스러움에 객석에서 웃음이 정도지만 하이드를 표현할 땐 거칠다 못해 무시무시할 정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하이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을 떼는 순간엔 스릴러 못잖은 긴장감이 돈다. 두 자아의 목소리에까지 다른 사람처럼 확연한 대비를 줘 하이드와 지킬이 번갈아 노래를 부르는 'Confrontation'이 더 짜릿하다.

절절하고도 생동감이 넘치는 윤공주의 루시, 민경아의 부서질 것 같은 엠마 또한 지킬/하이드 못잖은 매력 대비가 확연하다. 지킬/하이드를 연기하는 세 남자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는 물론이고 루시와 엠마 역시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연기를 펼쳐 페어마다 보는 맛이 남다를 것 같다.

'지킬앤하이드'의 검증된 완성도에야 이견이 없겠지만, 여성 캐릭터의 쓰임처럼 같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달라지며 두드러지는 아쉬움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루시가 부르는 'A New life', 'Someone like you'나 엠마가 부르는 'Once upon a dream' 등 서정적이고도 힘있는 노래가 이를 달래준다.

'지킬앤하이드'는 내년 5월 19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인터미션 포함 170분. 관람가는 만 7세 이상이지만 아슬아슬한 '데인저러스 게임'을 떠올리면 '그래도 될까' 싶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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