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고객의 출현, 지스타의 변화에 주목하라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8.11.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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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스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쇼인 만큼 으레 지스타에서는 주목도가 높은 신작을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BTC에 부스를 낸 업체 대부분이 기존에 서비스 중이던 작품을 메인으로 내세운 데다 주류 플랫폼도 모바일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지스타가 처음 열렸던 2005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넥슨, 엔씨소프트와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는 물론이고 블리자드, 소니엔터테인먼트 등 해외 유력 게임사도 지스타를 신작 공개 무대로 삼았다. 지금처럼 모바일게임이 라인업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2014년부터다.


특히 올해는 넥슨과 KOG, 넷마블, 엔젤게임즈만 신작을 공개했고 메인 스폰서인 에픽게임즈 코리아를 비롯한 대부분 부스가 기존에 서비스 중인 작품을 활용한 이벤트와 방송을 주력으로 삼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PC 온라인게임의 쇠퇴와 함께 지스타도 그 빛을 잃었다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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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18 첫날 풍경
재미있게도 현장 관람객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올해도 지스타는 최대 관람객 수를 갱신했다. 매년 소폭 상승하는 편이라 감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몇 년 전부터 20만 명 규모를 상회했는데 꾸준히 상승 추세에 있다는 점은 인상적인 대목이다.

현장 관람객 역시 각 게임사가 준비한 시연작과 스트리머 이벤트를 한껏 즐기는 건 물론이고, PC와 모바일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콘텐츠 자체를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시선을 붙드는 PC, 콘솔 신작이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평소 플레이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우선했다. 업계와 고객의 온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스타, 산업 박람회에서 축제가 되다

관람객의 반응은 현장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우선 스트리머 이벤트에 보낸 호응이다. 에픽게임즈 코리아와 카카오게임즈, 펍지주식회사는 기존 작품을 전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관람자 수 15만 명, 12만 명을 기록했다. 넥슨 역시 각 게임에 걸맞은 스트리머를 배정해 현장 이벤트를 진행했고, 종일 방송을 운영한 트위치 부스는 4일 내내 인산인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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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 이벤트에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한 관람객들
야외 부스에도 대부분 기존 출시작이 자리했는데, 이들은 게임 시연 대신 현장 이벤트로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관람객 중에는 BTC관은 빠르게 둘러보고 야외 부스로 향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관심 가는 신작을 발견한 놀라움은 없을지라도, 기존에 즐기던 작품의 현장 이벤트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했기에 가능한 패턴이다.

PC보다 모바일이 메인인 신흥 게이머들

그리고 모바일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PC게임을 기반으로 성장해 모바일게임은 PC게임의 '파생 상품'이라는 인식이 상당했는데, 이제는 각자 특성을 가진 동등한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시연작이 마음에 들면 플랫폼과 관계없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이 많았다. PC 신작을 전시한 부스가 몇몇 있었음에도 관람객이 고루 분포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일례로 넥슨 부스에서 선보인 모바일 MMORPG 신작 '트라하'를 플레이해본 20대 관람객 A씨는 "그래픽 좋은 PC MMORPG를 하는 느낌을 받아서 놀랐다. 시점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직은 가상 패드로 조작하는 게 익숙치 않은데, 그것만 해결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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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타이틀도 더 이상 ‘서서 하는’ 서브 게임이 아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현장 인터뷰를 요청한 관람객 중 10대는 모바일 MMORPG를 'PC MMORPG만큼 잘 만들었다'고 비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되려 액션 연출과 무기의 특성, 그리고 조작 체계에 대한 감상을 전하는 데 집중했고 타 플랫폼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10대에게는 PC와 모바일이 차등 관계가 아니라, 각자 특성을 지닌 독립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고객은 이미 변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 최근의 게임업계, 그리고 지스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속담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게임업계는 몹시 빠르게 성장했다. PC 온라인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개발 기간이 늘어났고, 그 사이를 모바일게임이 메운다. 자연스레 모바일로 게임을 처음 경험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하는 게임' 대신 '보는 게임'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니까, 주 고객층의 성향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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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대작'이라 이를 만한 작품의 가짓수가 많지 않았고, 정보도 풍부하지 않아서 신작 공개 자체가 상당한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선택이 더 큰 힘을 가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제품은 많고 핵심 고객층은 한정적이기에 그들의 '취향'을 겨냥하고, 서비스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수많은 게임사가 인기 스트리머를 얼굴로 내세우고 현장 이벤트에 주력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다.

이번 지스타는 그 변화를 아주 또렷하게 보여준 행사다. 1년에 단 한 번 정보를 집약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산업 박람회에서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축제가 됐다. 물론, 업계는 문화와 기술을 주도하는 '플래그십' 타이틀이 없다는 점이 아쉬울 것이다. 늘 지스타는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선봉격의 박람회였으니까. 신작을 기다리는 설렘이 가득했던 낭만적인 과거와 지금의 지스타는 몹시 다른 모습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 게임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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