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완벽한 타인' 윤경호 "남몰래 이서진 좋아했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1.22 12:10 / 조회 : 7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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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윤경호/사진=김휘선 기자


윤경호(38). 아직 이름은 낯설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왜 그 친구, 라고 하면 바로 떠올릴 사람이 적잖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그 의병이라고 하면 무릎을 딱 칠 사람도 있겠다.


그렇게 윤경호는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쌓아올리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에 매료돼 부모님의 반대를 뒤로 하고 연기를 시작했다. 어떻게든 빨리 데뷔하고 싶어 제대하자마자 신문광고를 보고 보조출연자 사무실을 찾아가 '야인시대' 단역부터 시작했다. 정신없이 현장을 찾아 뛰어다녔지만 "이 실력으론 못하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연극으로 돌아왔다. 직장인 연극반까지 쫓아다니다 그 인연으로 극단 가족 창단 멤버가 됐다. 그렇게 무대에서 하나씩 하나씩 쌓았다. 엉성한 프로필을 들고 오디션장을 찾아다닌 끝에 영화 '스카우트'에 출연했다. 그리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영화 '비열한 거리' 오디션장에는 조폭 역할이라 실제 칼을 들고 갔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마음은 급하고, 길은 잘 모르겠던 시절이었다. 김민교랑 인연이 닿았다. 김민교의 인연이 김수로와 이어졌다. 연극 김수로프로젝트로 조금씩 방향을 찾아갔다. 김민교의 소개로 소속사에 들어갔다. 오디션 기회가 늘었다. OCN '기억'과 SBS '리멤버'에 출연했다. tvN '도깨비'와 영화 '옥자' '군함도'까지 일이 이어졌다.

'옥자'는 오디션을 보고 6개월 동안 연락이 없어서 안된 줄로만 알았다. '군함도'는 작고 마른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30㎏를 뺄 수 있냐고 해서 34㎏를 뺐다.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긴 덕인지, 1억짜리 NG를 냈지만 류승완 감독이 믿어줬다. 폭파장면에서 NG를 낸 터라 다시 세팅하고 다시 찍어야 했던 탓이다.


윤경호는 하나하나 배우고 인연을 맺고 성실히 했다. 어쩌면 그런 노력들이 '완벽한 타인'에서 비로소 꽃을 피웠던 것 같다.

"이재규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완벽한 타인' 이야기는 안 하고 2시간 동안 내가 살아온 이야기만 나눴어요. 아, 그냥 돌려보내기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셨나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내가 했던 연극 중에 '데스트랩'이란 게 있는데 거기서 동성애자 역할을 했었어요. 그 역을 했을 때 감정도 이야기했죠.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완벽한 타인'에서 맡은 역할이 게이였더라구요."

윤경호는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한 번 더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런 영화, 이런 배역이라는 설명을 그때 들었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로 그 역할을 맡기고 싶었다는 설명도 그때 들었다.

언제나 기회는 준비된 사람이 잡는 법이다. 윤경호는 그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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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윤경호/사진=김휘선 기자


"이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40년 지기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안 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했죠. 어쩌면 가장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을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는 것에 대한 수치. 이런 것들을 고민했어요."

윤경호는 "가장 고민했고 가장 주의했던 건 이 영화를 보는 성소수자분들이 자칫 희화화됐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윤경호는 '완벽한 타인'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그만의 목표, 그만의 노력이 있어야 했다.

윤경호는 "사실 아무도 몰랐지만 저 혼자는 극 중에서 이서진 선배가 맡았던 준모를 오래 좋아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보면 이서진 선배 옆에 제가 서 있죠. 다른 친구들한테는 거칠게 해도 준모에겐 약하구요. '내가 변태로 보이냐'는 대사를 할 때도 준모를 바라보면서 해요."

윤경호는 이런 혼자만의 생각을 영화 촬영이 모두 끝날 때까지 남과 나누지 않았다. 영화처럼 그만의 비밀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경호는 "얼마 전 '완벽한 타인'을 쓴 배세영 작가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작가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해서 서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깊은 뜻은 통했다는 뜻이다.

'완벽한 타인'에는 유해진, 이서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송하윤처럼 아예 나이와 경력 차이가 크면 모를까, 더욱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친구로 호흡을 맞춰야 했던 윤경호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윤경호는 "선배들이 워낙 프로에 대단하셔서 그런지 엄청나게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몫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연극 같은 영화였기에 연극에서 쌓은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한번은 염정아 선배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계속 입에 맞지 않는 대사를 그대로 맞추려 하시더라구요. 감히 그냥 편하게 어미를 바꾸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그러면 편하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왜 안바꾸시냐고 했더니 '그러면 염정아가 나오잖아'라고 하셨어요. 입에 안 맞아도 입에 붙여야지 자기가 아니라 캐릭터가 나온다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크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해야 할까요? 라고 했더니 '넌 지금은 더 너를 많이 보여 줘야지'라고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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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윤경호/사진=김휘선 기자


'완벽한 타인'은 단순히 흥행을 넘어 윤경호를 알리는 것을 넘어, 그에게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했다. 윤경호에게 목소리로 애인 연기를 한 사람이 김민교였던 것도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윤경호는 "김민교 선배 목소리를 듣는데 더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윤경호는 요즘 하루하루 감사한 일투성이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그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결혼식을 앞두고 아내가 이성민 선배 사인을 부탁하더라구요. 평생 그런 적이 없는데 워낙 팬이어서 그런 부탁을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이성민 선배가 사인이 아니라 편지를 써서 주셨어요. 마지막에 '남편과 함께 한 배우'라고 적어주셨더라구요. "

윤경호는 OCN 드라마 '트랩'과 tvN드라마 '왕이 된 남자'로 활동을 이어간다. '킹메이커' 등 영화 출연도 계속된다. 가시밭길을 거쳐 꽃길로 올라온 그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응원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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