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조우진 "시간 여유는 생겼지만 마음의 여유는 아직"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1.20 16:58 / 조회 : 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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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조우진/사진=임성균 기자


'내부자들'로 발견된 지 3년. 조우진은 쉼 없이 달렸다. 수많은 작품들을 넘나들면서 때로는 서민으로, 때로는 고위공직자로, 더러는 악역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새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조우진에게 또 다른 얼굴을 남겼다. 작품 밖으로 걸어 나와 매를 부르는 악역을 만들어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국가부도를 앞두고 사태를 막으려는 사람과 이용하려는 사람, 그 사태에 휩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우진은 '국가부도의 날'에서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려는 재정부 차관 역을 맡았다. 그만의 분노유발자를 만들어냈다.

-'국가부도의 날'은 왜 했나.

▶제작사가 영화사집이란 점, 그리고 시나리오였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온 제작사의 역량과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공분, 그 시대의 공기에 더해 어떤 신남이 자리잡았다. 도전의식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신남인가. 영화 속 캐릭터로 맛볼 수 있는 쾌감을 말하나.

▶일단 시나리오에서 그 시대의 공기가 느껴졌다. 거기에 내가 짧은 시간 속에서 적잖이 맡았던 고위 공무직을 위해 취재했던 것들을 이번 영화로 확장시킬 수 있겠다는 신남이 있었다. 분노유발자를 맡는 데 대한 도전의식이었다.

-어떤 걸 준비했나.

▶이 재정부 차관 역할에 대해 내가 생각한 키워드는 우월감이다.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우월감.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으로 권력의 한 표상이라 생각했다. 배우로서 자신감이 아니라 역할로서 자신감을 드러내려 했다. 또 이 사람이 상대하는 사람의 지위에 따라 호흡이 다르다. 그렇게 상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악역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사 중에서 여성을 가리키면서 "커피나 타와"는 애드리브인가. 그 대사가 영화 안팎의 공기를 연결시켜 얄미움을 폭발시키는데.

▶"이래서 여자는 안돼"라는 대사는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리고 "커피나 타와"는 애드리브다. 처음부터 최국희 감독님이 "시나리오는 가이드"라며 표현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하라고 했다. 워낙 시나리오가 섬세했다. 시나리오 안에서 인물이 대사와 몸가짐, 중심축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표현하려 했다.

-극 중 이름이 없다. 배역 이름이 그냥 재정부 차관인데.

▶말 그대로 국가권력의 표상으로서 존재하는 인물이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인물은 전형적일 수 밖에 없다. 당시의 상황을 스테레오 타입의 악당을 만들어 관객에 설명하는 역할이고. 그렇기에 그런 전형성을 탈피하려 노력했을텐데.

▶먼저 말투를 고민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화법과 호흡. 옷매무새는 또 어떨까 생각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말의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는 지인의 형님이 검사인데 그 분의 외형을 참고했다. 아예 그 분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갖고 왔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검사나 국세청국장 등 고위 공직자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래서 아는 분들을 통해 수소문해서 직접 찾아뵙고 일하는 모습, 삶의 양식, 회식자리까지 쫓아다녔다. 거기에서 배운 것들을 참고해서 더 확장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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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조우진/사진=임성균 기자


-실제 IMF 당시 경험이 있다면.

▶그 당시 20살이었다. IMF 영향으로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교를 못갔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 당시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 제작진이 각종 경제용어와 당시 상황을 다룬 자료들을 줘서 보고 공부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조우진이 맡은 재정부 차관은 재벌 2세를 비롯해 하버드 동문들끼리 밀실에서 욕망을 나눈다. 여느 작품들이라면 이런 밀담은 대개 룸싸롱에서 남자들끼리 천박하게 욕망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국가부도의 날'은 그렇지 않다. 그런 장치 없이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 고민한 부분은.

▶일단 룸싸롱 같은 그런 장치들은 '국가부도의 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뜨겁고 드라이하다. 그런데 거기에 물기를 머금고 끈적거리는 욕망을 더하면 영화 색이 달라졌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한시현(김혜수)의 차가운 공기와 그녀의 입을 통해 내뱉어지는 한숨과 맞지 않았을 것 같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그 장면은 밀실정치다.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그렇기에 더 솔직하려 했다. 욕망에.

-영화 속에서 김혜수가 맡은 한시현과 계속 충돌한다. 김혜수와 다른 의미로 호흡이 상당한데.

▶김혜수와 작업은 너무 행복했다. 만인의 연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김혜수 선배는 연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엄청나다. 같은 대사와 연기를 테이크마다 다양하게 바꿔서 표현을 하면 그 호흡 그대로 받아들인다.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냐고 물었지만 단 한 번도 싫은 기색 없이 "아니, 좋았어"라고 한다. 모두가 동경할 수 밖에 없는 해피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닮고 싶은 배우이자 닮고 싶은 사람이다. 포용력의 지수가 남들보다 한참 더 위에 있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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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조우진/사진=임성균 기자


-'내부자들' 이후 3년이 지났다. 정신없이 작품을 했던 시기도 있고, 지금은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생겼을 시기인데. 작품을 결정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텐데 어떤 생각을 하나.

▶솔직히 말하면 아직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 작년보다 편수가 줄은 건 사실이다. 그건 맡겨진 배역의 비중이 좀 더 커지면서 작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의 여유는 생겼지만 마음의 여유는 아직 생기지 않았다. 그냥 감개무량하다. 가끔 그런 밤이 있다.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그렇게 운이 좋나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 결혼식을 올렸다. 돌 지난 딸이 있고. 그런데 사생활에 대한 노출을 가급적 안하려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일부러 감추는 건 아니다. 요즘은 연예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알고 싶어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저는 아직 부족해서 그런지 작품 속에서 그 캐릭터가 보여야지, 그 사람이 보이면 관객이 감정이입이 안될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워낙 내성적이기도 하다.

-대구 출신이다. 억양이 약간 있긴 하지만 표준어를 쓴다. 흔히 경상도 출신 남자들은 경상도 출신 여자들보다 표준어 사용을 어려워한다.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그건 경상도 출신 남자들이 굳이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적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조우진이 표준어를 사용하려 노력한 까닭은.

▶송강호, 김윤석 선배들처럼 사투리를 쓰면서 호흡을 완벽하게 하는 연기신들이

있다. 나는 (그런 능력이 안돼) 최대한 보편적으로 쓰이고 싶다. 다양한 작품들에서 쓰이고 싶다는 게 나의 본능이다.

-종영한 tvN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다시 이병헌과 호흡을 맞췄는데. '내부자들' 패러디도 하고.

▶이병헌 선배가 즉석에서 제안한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 형이 나름대로 그런 복선을 깔았다는 걸 깨달았다. 뒷모습만 나왔는데 사실 앞에선 웃음을 꾹 참고 있었다. 이병헌 선배와 세 작품을 같이 했는데 정말 남자가 봐도 매력적이다. 매너가 기본적으로 좋고 다정다감하다. 몰입도와 집중력이 타의 추종을 발휘한다. 이성과 본능이 조화를 이룬다. 닮고 싶은 분이다.

-배우 김병철과 닮은 꼴로 화제를 모았는데.

▶서로 보면 웃는다. 나중에 둘이 쌍둥이로 출연하면 어떨까란 생각도 든다.

-차기작은. 요즘은 창작자들이 조우진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는 편인가.

▶일단 '전투'를 찍고 있다. '마약왕'과 '돈'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요즘은 내가 멜로하는 걸 궁금하다는 분들이 있다.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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