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나온 '20승' 클루버, 다저스·휴스턴 뛰어드나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1.20 14:36 / 조회 :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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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코리 클루버.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2018 오프시즌은 이미 2~3년 전부터 빅리그 구단들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오프시즌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선수들 가운데 리그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초대형 거물급 스타 선수가 여럿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만 26세 동갑인 두 슈퍼스타 매니 마차도와 브라이스 하퍼가 나란히 FA 시장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팀들이 영입전에 뛰어들 ‘실탄’ 확보 계획을 마련할 정도였다. 여기에 현 세대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옵트아웃하고 FA로 나설 가능성도 있었기에 이번 FA 시장은 그 열기와 계약 규모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기대가 넘쳐흘렀다. 하퍼와 마차도에 대해서는 총액 3억 달러를 넘어 아예 4억 달러 계약설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오프시즌이 시작되자 그런 분위기에는 상당히 거품이 끼어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하퍼와 마차도는 어차피 결과적으론 억대급 계약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와일드한 영입 경쟁이 펼쳐질 분위기는 아니다. 커쇼가 일찌감치 옵트아웃을 포기하고 다음 3년간 9300만달러에 다저스와 재계약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고 마차도와 하퍼에 대해서도 생각만큼 뜨거운 분위기가 아니다.

마차도의 경우는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활약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기대 몸값이 상당히 하락했다는 평이고 하퍼 역시 올해 성적에 다소 불만스런 부분(타율 0.249, 169삼진)이 나온 것이 4억 달러까지 치솟은 몸값설과 맞물려 분위기를 굳게 만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오프시즌부터 본격화된 메이저리그의 전체적인 감축 분위기로 인해 이번 오프시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FA 가운데서 소속팀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QO)를 받은 7명 가운데 이를 받아들인 류현진(LA 다저스)을 제외한 6명의 FA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접촉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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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마차도. /AFPBBNews=뉴스1
그런 가운데 오히려 트레이드 시장에 예상 밖의 거물급 선수가 등장하면서 관심사가 FA 시장에서 트레이드 시장쪽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다. 지난 3년간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우완 에이스 코리 클루버와 또 다른 에이스급 우완 선발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소식이 메이저리그 전체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클리블랜드가 실제로 이번 오프시즌에 이 두 에이스를 모두 트레이드할 지 의문이고 트레이드가 성사되려면 이들을 데려가는 팀들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최소한 이들이 ‘언터처블’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여 여기저기서 뜨거운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클루버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첫 손 꼽히는 에이스 중 하나라는 점과 그의 계약이 다음 3년간 팀의 권리 안에 있다는 사실로 인해 많은 관심을 끌 전망이다. 2014년과 2017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받은 클루버(32)는 올해 20승7패, 평균자책점 2.89에 222탈삼진을 기록하며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올랐다. 지난 5년 동안 4번째 톱3 성적이다.

그런데 그런 클루버의 내년 연봉은 1700만달러이고 이후 다음 2년간은 팀 옵션으로 1750만달러와 1800만달러에 묶여 있다. 상당히 큰 액수이긴 하지만 현재 클루버급 투수의 연봉 시세가 3000만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기는 상황에선 많은 구단들이 뜨거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선수다.

함께 시장에 나온 카라스코(31)는 17승10패, 평균자책점 3.38에 탈삼진 231개를 기록했는데 그는 내년 연봉이 980만달러, 2020년 구단옵션 95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어 한결 부담이 덜하다. 이들 둘은 모두 특급 투수들인 데다 남은 계약이 기량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 무엇보다도 장기계약이 아닌 구단 옵션 형태로 2~3년 계약이 남아있기에 구단 입장에서 큰 부담이 없어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엄청나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정도 몸값이라면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처럼 빅마켓 팀들뿐 아니라 중소 규모 마켓을 본거지로 하는 팀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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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블랜드 카를로스 카라스코. /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클리블랜드는 왜 그렇게 매력적인 자산을 팔려고 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클리블랜드는 팀 재건에 나선 팀도 아니다. 지난 3년간 AL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내년에도 지구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그 이유는 클리블랜드의 팀 페이롤이 내년부터 급등할 것이라는 데 있다. 지금까지 기량에 비해 연봉이 저렴한 선수들의 활약을 타고 지난 3년간 지구 우승을 이뤘으나 내년부터는 그 선수들이 연봉이 본격적으로 치솟는 시점이 온 것이다. 당장 클루버의 연봉은 올해 1000만달러에서 1700만달러로 점프하며 트레버 바우어와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연봉조정 절차를 통해 연봉이 최저 5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 이상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많은 선수들이 상당한 연봉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클리블랜드의 올해 팀 연봉 총액은 1억4200만달러 정도였는데 내년에는 최소한 3500만달러에서 최고 5000만달러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 상태다. 현재까지 계약상태인 11명의 선수만으로도 이미 연봉 합계가 9400만달러를 넘어서자 구단 측에선 급격히 치솟는 페이롤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런 이유들이 팀의 가장 비싼 선수 가운데 하나이자 가장 트레이드 밸류가 높은 선수인 클루버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클루버를 트레이드한다면 차세대 특급스타로 떠오를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 2~3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클리블랜드는 당장 클루버를 트레이드하더라도 아직 뚜렷한 절대강자가 없는 AL 중부지구에서 충분히 내년 시즌에도 우승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클루버가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서 뜨거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양키스는 20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 에이스 제임스 팩스턴을 영입하면서 일단 관망 상태로 돌아선 느낌이다. 양키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최소한 1명의 선발투수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일단 팩스턴을 붙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과연 양키스가 여기서 만족할지, 아니면 추가로 선발 영입에 나설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양키스는 팩스턴을 얻기 위해 팀의 최고 유망주이던 좌완투수 유스터스 셰필드를 포함, 3명의 유망주를 시애틀에 내줬기에 클루버를 잡기 위해 또 다시 남은 유망주들을 선뜻 희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다른 영입 후보는 달라스 카이클과 찰리 모튼이 FA로 나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거론되고 있다. 만약 클루버가 저스틴 벌랜더와 개럿 콜이 버티는 휴스턴 선발진에 가세한다면 역대급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해 내년에 월드시리즈 정상 탈환을 노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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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코리 클루버. /AFPBBNews=뉴스1
심지어는 선발투수가 너무 많아 교통정리에 고심할 다저스도 클루버 트레이드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클루버의 대가로 내줄 만한 유망주들이 풍부하고 지난 2년처럼 월드시리즈 우승 직전까지 갔다가 물러서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클루버 같은 또 다른 에이스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다저스는 정규시즌에선 클루버가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LA 쪽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클루버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 것을 원한다는 말도 돌고 있다. 워커 뷸러와 커쇼, 그리고 클루버가 1~3선발로 나서고 리치 힐과 류현진이 4, 5선발로 포진하며 그 뒤에 7명의 선발 후보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상상하면서 이는 절대로 꿈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클루버가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지만 이번 오프시즌 그의 행선지가 마차도나 하퍼의 향방보다도 내년 시즌 월드시리즈 판도에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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