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김혜수의 또다른 인생캐릭터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1.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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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김혜수 / 사진=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제작 영화사집)은 21년 전의 대한민국으로 스크린의 시간을 되돌린다. 당시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국제통화금융 IMF, 그 그림자가 온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경제위기의 시작 순간으로. 영화는 그 시기를 대표할만한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내세워 1997년,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시작을 그렸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뭐니뭐니해도 배우 김혜수가 있다. 그 위기를 가장 먼저 직감하고, 가장 먼저 대책을 마련하며, 또한 가장 끈질기게 협상에 응했던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그녀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시현 역을 맡았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할 때 국가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한 인물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김혜수여야 했다"는 감독과 제작자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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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김혜수 / 사진=김창현 기자


김혜수는 10대 시절 영화 '깜보'(1986)로 데뷔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당당하고 기품있는 여배우로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다채롭게 변신하고 도전하면서, 늘 세상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국제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만큼 평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소신있는 발언, 당당한 행보를 이어 왔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똑똑한 엘리트 캐릭터와 별다른 연이 없었다. 이제 '국가부도의 날'에 이르러 직업정신 투철한 경제전문가로 분한 김혜수는 제대로 물을 만난 것 같다. 팀의 분석을 확신하고, 소신있게 이를 밀고 나가는 한시현의 캐릭터 또한 김혜수라는 배우를 만나 비로소 완성된 듯하다. 극중 한시현은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친 경제 관료들과 IMF 협상단을 상대하면서도 당당히 의견을 피력한다. 김혜수의 확신에 찬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당당한 아우라는 한시현의 가장 큰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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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김혜수 / 사진=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김혜수는 어려운 경제용어는 물론 영어 대사 또한 물 흐르듯 소화해 내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외환위기 당시 경제 상황을 공부하고, 강의를 듣고, 대역 외국인 배우와 영어 대사를 주고받으면서까지 디테일하게 이를 준비했다. 최국희 감독은 이런 김혜수를 두고 "존경스러울 정도로 노력하는 배우다. 열의와 열정, 노력에 감동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주체적이고도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가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상황에서 김혜수가 그려낸 한시현은 퍽 반갑기도 하다. 그 시절 보수적 관료사회 속에서도 한시현의 존재는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그녀를 연기하는 김혜수는 단조로운 블랙 앤 화이트 의상 속에서도 누구보다 멋지다. 여자가 봐도 반할만한 매력, 걸크러시가 이게 아닐까. 김혜수이기에 가능했던 존재감, 김혜수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는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국가부도의 날'은 오는 28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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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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