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이범수 "뻔한 것보다는 도전을 희망한다"

영화 '출국'의 이범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1.20 18:00 / 조회 : 2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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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출국'의 이범수 / 사진제공=D.SeeD


"자극적이고 소모적인 요즘 영화 시류에서 흥미 볼거리 위주 극장가에 모처럼 진정성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신작 영화 '출국'(감독 노규엽)을 선보이는 이범수의 다짐은 당당했다. 영화는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85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삼았다. 이범수는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다가 가족과 함께 월북했던 주인공 오영민 역을 맡았다. 필사의 탈출이 성공하려던 찰나, 가족과 헤어져버리고 만 영민이 이들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가 이국적인 풍광, 치열한 첩보전 속에 그려진다.

'출국'은 정권 차원의 영화 밀어주기,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휘말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다 오해다.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일축한 이범수는 "시나리오를 읽고서 작품의 진정성, 영화화 됐을 때의 울림, 그리고 연기로 소화할 때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두고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자극적이고 소모적인 요즘 영화 시류에 나온 모처럼 진정성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소설을 읽다가 나온 순수한 수필집이라고 할까…. 나름 세심한 감정의 변화, 갈등과 번민 그리고 슬픔 등 감성을 중심으로 끌어갈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는 생각이었다. 연기적인 욕심이 났고 도전을 희망했다. 배우로선 남 주기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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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출국'의 이범수 / 사진제공=D.SeeD


"시나리오를 읽고 감동적인 아빠의 모습이 크게 다가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기도 했다. 알려졌다시피 이범수는 딸 소을, 아들 다을 두 남매의 아빠다. 함께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터. 진짜 아빠이기에 '출국' 속 오영민의 절절한 상황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태어날 때는 그저 신기했다. 경이롭기도 했다"면서 "관계가 형성되면서 정이 드는데 그것이 놀라웠다"고 자신의 경험을 되새겼다. 이어 "두 아이의 아빠로서 극중 오영민이 아이를 대하는 모습, 상황들을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처럼 느낄 수 있었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와 딸을 되찾으려는 아빠의 고군분투는 일면 '테이큰'의 설정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공부만 하던 경제학자 아빠가 갑작스럽게 액션 마스터가 될 수는 없는 법. 이범수는 "'테이큰'처럼 나오면 안된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면서 "공부만 해서 집에선 형광등 하나 못 갈아끼울 것 같은 '샌님' 아빠지만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는 면모를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욕은 있는데 못 싸워야 한다. 못싸우려고 노력을 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하지만 가족을 구하겠다는 집념은 있는 거니까 수위를 조절하려고 감독님과 많은 말씀을 나눴다"고 귀띔했다.

1980년대 독일의 느낌을 낼 수 있는 곳을 찾아간 폴란드가 '출국'의 주무대. 하지만 단 2달 동안 진행된 촬영은 녹록하지 않았다. 이범수로선 독일어 대사를 마스터하고, 주연배우로서 오차 없이 해외 촬영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막중했다. 이범수는 "수개월 전 테이블에서 상상으로 계획했던 시간표에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게끔 해야 했다"며 "몸살 감기를 앓아서도 안됐다. 예의가 없는 짓"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9월달에 반팔을 입고 폴란드에 갔는데 며칠만에 패딩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 다들 날씨 때문에 고생을 했다. 그래도 계획대로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 하루하루 퍼즐을 맞춰가는 기쁨이 있더라. 하루 계획을 다음날로 넘기지 않고 마쳤다는 성취감도 있었다. 그런 하루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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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출국'의 이범수 / 사진제공=D.SeeD


이범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2016)이나 '신의 한 수'(2014) 등 최근작에서 거푸 악역을 선보였다. 그는 "악역도 재미가 있다. 합법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이기 때문에 그런 매력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하나에 머물고픈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데뷔 초부터 코믹한 요소든 바보스러운 역이든 악역이든, 심지어 '외과의사 봉달희'나 '온에어' 등 드라마에서 멜로를 할 때도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걸 많이 경계했다. 저는 그렇게 연기를 배웠다. 무엇을 담든지 순수하게 이 색깔에 이 모양을 담으면 그 느낌이 나고 저 색깔에 저 모양을 담으면 저 느낌이 나는, 고정된 뻔한 이미지가 아닌 무형 무색의 배우여야 한다고. 그것이 머리를 안 떠난다."

검증된 흥행코드를 벗어나 신인 감독과 신생 제작사와 손잡고 새로은 스태프와 함께 도전한 '출국' 역시 늘 새로운 배우이고 싶은 이범수의 바람이 가득한 선택이다.

이범수는 강조했다. "700만 관객이 넘는 전작을 했고 수백만 가는 작품에 대한 욕심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뻔한 걸 또 한다는 것보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선택했다. 제 판단이 옳길 바란다. 그리고 관객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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