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플레이어' 고재현 PD "'현대판 홍길동' 원했다"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8.11.16 13:00 / 조회 : 2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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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PD /사진=CJ ENM


OCN 주말드라마 '플레이어'는 등장만으로 안방극장에 속이 뻥 뚫리는 쾌감을 선사했다. 그간 유쾌하고 짜릿한 케이퍼 액션 장르물은 영화에서나 볼 법했다. 그러나 고재현 PD는 TV채널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하단 걸 몸소 입증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 구축, 물 흐르듯 자연스런 유머, 스타일리시한 액션, 통렬한 메시지 등 '플레이어'는 오감만족 카타르시스로 시청층을 잡았다. '기-승-전-로맨스'라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에서도 탈피했다. 현대판 홍길동처럼 악한 자를 응징하고 착한 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주요 메시지가 흔들림 없이 전해졌다. 거기엔 환상적인 팀워크가 큰 몫을 했다.

'플레이어'는 사기꾼, 드라이버, 해커, 파이터까지, 각 분야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뭉쳐 가진 놈들이 불법으로 모은 더러운 돈을 찾아 터는 유쾌 통쾌 머니 스틸 액션 드라마. 천재 프로 사기꾼 강하리(송승헌 분), 베스트 드라이버 차아령(정수정 분), 천재 해킹 마스터 임병민(이시언 분), 주먹요정 도진웅(태원석 분) 4인방이 한 팀이 돼 범죄 수익 환수로 새로운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사기꾼 강하리로 분한 송승헌의 파격 변장과 능청스런 활약은 이제껏 보지 못한 모습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는 곧 최고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이라는 훈훈한 성적을 남겼다. 스타뉴스가 연출자 고재현 PD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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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PD /사진=CJ ENM


-'플레이어'가 짜릿한 여운을 선사하고 종영했다.

▶ '블랙'을 하기 전에 기획했던 작품인데 준비를 오래 했다. 흔히들 시원섭섭하다고들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스태프들이나 배우들끼리 합이 좋았다. 내가 기획했던 작품이어서 애정이 컸고 우리만의 색깔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종방연을 하면서도 다들 늦은 시간까지 남아 이야기를 나눴다. 더 하고 싶다는 말들도 많았다.

-시즌2를 기대해도 될까.

▶ 기획 단계에서 작가와 말한 게 있다. 방영이 잘 되면 또 해보자는 얘기다. 당연히 다음 시즌을 선보이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는 캐릭터 구축이 힘든데 그걸 나름 성공적으로 한 것 같다. 그 뒤에는 톤은 유지하되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들도 다음 시즌을 너무나 하고 싶어했다. 편성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라고는 있다.

-마지막회 자체 최고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 첫방이 나가고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는데 과분한 시청률이 나왔더라. 시청률이 처음부터 조금씩 올랐으면 했는데 처음부터 너무 잘 나와줬다. 그리고선 계속 유지를 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시청률이라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재미있게 만든 회라고 해서 시청률이 무조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자신 없는 회라고 해서 시청률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더라. 모두들 애썼는데 마지막회까지 잘 봐주셔서 좋았다.

-'플레이어' 만의 매력이 무엇이었을까.

▶ 머니 스틸 액션이 신선한 소재는 아닐 수 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작품을 생각할 때 '현대판 홍길동' 얘기를 넣고 싶었다. 내가 완벽하진 않아도 철저하게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드라마가 캐릭터의 합이고 어떤 변화를 하느냐에 따라 파장되는 얘기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배우들과 소통을 많이 했다. 이들이 극 중 캐릭터로 만나서 하는 건 처음이었음에도 케미에 믿음을 줬다. 내가 생각하는 B급정서는 유쾌함이 기본인데, 시청자들도 그렇게 봐줬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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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CN


-마지막회는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

▶ 13부까지 열심히 달려오고 14회에서는 캐릭터의 정서적인 부분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우리의 최대 적은 '그 사람' 이었지만 그 사람을 체포하는 데서 오는 쾌감보다 주인공들의 마무리와 정서를 어떻게 더 '플레이어'스럽게 담을까를 고민했다. 호송차 운전에 대한 리얼리티를 얘기하는 분들도 계신데 일종의 판타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즐거운 엔딩이었다.

-'플레이어'스러움을 견고하게 잘 끌고 갔다.

▶ 작가와 내가 유지하고 싶었던 게 '일정한 톤' 이었다. '셜록'처럼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작가와 내 생각이 똑같아서 기뻤다. 처음부터 가고자했던 바로 촬여을 진행했다.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 김홍선 감독의 '손 더 게스트' 속 박일도를 우리 작품에서 언급하는 게 재미있었다. 악역이 박일도에 빙의된 거냐고 하길래 처음엔 무슨 얘기인 줄 모르고 '박일도가 뭐 하시는 분이냐' 묻기도 했다.(웃음) '블랙' 때 함께한 김홍선 감독은 사석에서도 만나는 분이다. 얼마 전에도 만났는데 응원을 열심히 해주고 즐겁게 잘 하라고 조언해줬다. '블랙' 팀이 스태프까지 워낙 잘 지냈다.

-송승헌이 독특한 분장, 유머, 액션 등 다양하게 소화했다.

▶ 송승헌은 나중에도 액션을 할 수 있느 톰 크루즈 같은 배우가 됐으면 한다. 액션신을 촬영할 때는 왠지 보는 내가 울컥하더라. 송승헌이 연기에 대한 갈증, 액션에 대한 욕심이 있더라. 웬만한 걸 본인이 하려고 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 많은데 승부욕이 많으면서 인간적이고 소탈하다. 이 친구가 앞으로도 연기를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배우의 멋이라는 건 거지같이 분장을 해도 눈빛에서 전해지는 게 있어야 한다. 송승헌은 이제 연기의 맛과 멋을 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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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PD /사진=CJ ENM


-정수정과의 작업은 처음이지 않았나.

▶ 여배우가 한 명이다보니 다들 막내처럼 대해줬다. 그런 편한 분위기 속에서 본인도 하고 싶은 연기를 잘 했던 것 같다. 하루는 내가 불러서 힘든 점이 없었는지 묻자 이런 저런 고충을 얘기하더라. 그 다음에는 얘기를 더 많이 나누게 됐다. 작품에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눈빛에 연기에 대한 열정이 보였다. 정수정은 감정신도 액션도 다 되는 너무 매력있는 배우다. 후반부 재판 장면에서는 나도 울컥했다.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들과 엉엉 울더라.

-이시언과 태원석의 현장 느낌도 궁금하다.

▶ 이시언은 유쾌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분한 구석도 있었다. 이시언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큰 친구다. 눈에서 광기를 내뿜으며 연기하더라. 차별화된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배우로서의 욕심도 커 보였다. 도진웅 역은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는데 태원석을 보자마자 눈빛에서 욕망이 느껴졌다. 그 때는 체격이 크지 않았는데 '몸을 불릴 수 있겠냐' 제안했더니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고 했고, 거짓말처럼 한 달 만에 30kg을 증량해서 나타났다. 신인이지만 단역도 많이 해봤고 기본적으로 연기 감과 발성이 좋다. 배우로서의 장점이 많다.

-카체이싱 등 액션 촬영에서 고생한 흔적이 보였다.

▶ 카체이싱도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격투장신이 힘들었다. 한 대학교에서 우리가 세트를 지어놓고 촬영했는데 공기가 답답하고 힘들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과 촬영해서 기억에 남는다. 정수정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종일 뛰었다. 카체이싱은 기본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고 촬영해서 덜 힘들었다. 올 여름이 유독 더웠는데 다들 고생했다.

-단독 연출 입봉작을 '플레이어'로 시작했다. 앞으로도 장르물을 보여줄 생각인가.

▶ 이전에 참여했던 작품 중에 '블랙' 빼고는 다 멜로, 로코였다. '플레이어'를 하며 느낀 건데 장르물의 매력이 분명 있더라. 나는 '플레이어'처럼 유쾌하고 '웃픈 정서'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충분히 팀의 색깔을 살려서 해보고 싶다. 콘텐츠가 대중을 깔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편하게 콘텐츠를 봐줬으면 한다. 우린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이니 대중을 위해 작품을 해보고 싶다.

-'플레이어'가 남긴 것은?

▶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하나같이 너무 좋았다. 배우들의 케미가 중요하다 생각해서 촬영이 끝나면 같이 밥도 먹으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이 캐릭터들이 한 번에 소진되기엔 너무 아깝다. 새로운 얘기를 또 해주고 싶다. 14부작의 플레이어는 캐릭터 소개 정도였다. 못 다한 이야기를 좀 더 다뤄보고 싶다. 이런 장르가 보기에는 쉬운데 만들기에는 고충이 있다. 웃기지만 고난이도의 액션신도 있고 감정도 담아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송승헌의 역할이 컸다.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현장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는데 본인도 현장 분위기를 북돋기 위해 일부러 더 늦게까지 남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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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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