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사퇴보다 정운찬 총재의 언행이 더욱 충격적 [천일평의 야구장 가는 길]

천일평 대기자 / 입력 : 2018.11.16 06:00 / 조회 : 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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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에서 스스로 물러난 선동열 감독. /사진=뉴스1



선동열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감독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선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선 감독은 “금메달을 따기 위해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해 참담했다. 선수를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오지환과 박해민 등 현역 입대를 불사하고 대표팀에 도전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자 '병역 고의 면탈'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놓고 이들을 발탁한 선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 들고 여론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윽박지른 것도 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선 감독은 회견문을 통해 "지난 9월 3일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였습니다.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습니다. 금메달 세리머니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습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라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저는 지난 10월 2018 국회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습니다.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또한 저의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국가대표 감독직을 떠나며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감독의 책임은 무한책임입니다. 저는 그 책임을 회피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선수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되어야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선동열 감독이 결단을 내렸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운찬 총재의 앞으로 행보도 관심사입니다. 선 감독이 야구감독으로는 최초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데다 정 총재까지 10월 23일 국감에서 "전임감독제는 필요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선 감독은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국정감사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할 것으로 믿는다"며 정 총재에 대한 억울한 심정도 직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선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오늘 사퇴하는 것이 야구에 대한 저의 절대적 존경심을 표현함은 물론 새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통해 프리미어12나 도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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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KBO 총재. /사진=뉴스1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나왔습니다. 이 직전 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이 제1회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한 다음 본격적으로 거론됐습니다.

본래 KBO 야구규약에 따르면 국가대표 사령탑은 전년도 프로야구 우승 감독, 준우승 감독 순으로 KBO 총재가 선임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우승팀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 차출을 고사했으며, 준우승팀 넥센 역시 팀 사정과 시즌 중인 시기 등을 이유로 염경엽 감독의 선임 불가 입장을 밝혀 규약은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KBO는 그 해 '프리머어 12'부터 전임감독제로 치르기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투수 기용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는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김인식 KBO 당시 기술위원장이 낙점됐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처음에 사양했으나 구본능 KBO 총재의 간곡한 요청으로 그 해 6월 26일 수락, 6월 29일 공식 발표됐습니다.

현역 감독이 아닌 야구인 중에서 선임해 국제대회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려는 전임 감독제는 시행되지 않다가 2017년 7월 구본능 총재는 선동열 감독을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분명히 KBO에서 선임했습니다. 그러나 정운찬 총재는 국감 증인으로 나가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습니다.

국정감사를 마친 뒤에는 "내가 총재로 있을 때 뽑았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전임감독인 선동열 감독은 전임 (구본능) 총재가 계실 때 뽑았다. 내가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면 (전임감독을)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선 감독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프로선수들로 구성되는 성인 대표팀의 감독을 맡기로 된 전임 감독입니다. 전임감독제는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었고 지난 해 7월에야 겨우 초대 감독으로 선 감독이 선임된 상황이었습니다.

선동열 감독의 사퇴도 충격적이지만 야구계 중대사에 대한 정운찬 총재의 언행은 한국야구계의 커다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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