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감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던 2년" (일문일답)

인천=박수진 기자 / 입력 : 2018.11.15 17:35 / 조회 : 4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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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만 감독 /사진=뉴스1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SK 와이번스를 떠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2년 간의 감독 생활을 되돌아봤다.

힐만 감독은 15일 오후 3시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오스티엄 4층 CMCC홀에서 열린 SK 와이번스 이·취임식 행사에 참석했다. 최창원 구단주를 비롯해 염경엽 신임 감독, 손차훈 신임 단장 역시 동석했다.

2017년과 2018년 2년간 SK를 이끌었던 힐만 감독은 2018시즌을 끝으로 SK와 2년 계약이 종료됐다. 2018시즌 도중 SK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한 힐만 감독은 2018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구단에 2010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선사하며 아름답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구단에서 마련한 사진 앨범, 사인볼 등 기념품들을 모두 받은 힐만 감독은 취임사를 통해 감사한 사람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모든 공식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며 "감사. 힘들었던 시간도 정말 감사하게 간직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2년 동안 한국 생활을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힐만 감독과 일문일답.

- 정말 한국에서 마지막 행사였다. 느낌은.

▶ 정규 시즌 20경기 정도를 남겨두고 특별한 카드를 만들었다. 그 카드에는 리마인드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남은 시즌 동안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 있어서 매 순간 즐겨야 한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리마인더를 써서 한국시리즈 6차전이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경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단 떠나겠다.

- 미안했던 사람은 혹시 없나.

▶ 마지막 행사를 치르기 전에 라커룸에서 많은 선수들과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로부터 뜻깊은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어찌보면 그 선수들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이 있다. 미안한 생각보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감사하겠다.

- 한국에 처음 올 때 당시의 기분이 기억나나.

▶ 그 순간을 잘 기억하고 있다. 정말 어제 같았다. 김강민과 감독실에서 미팅했던 것도 다 기억이 난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숙소에서 김강민, 전력분석팀과 오랜 시간 미팅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최홍성 매니저와 인천에 와서 야구단과 그때의 상황,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2년 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경기에 만든 게임 카드, 메모가 많다. 물론, 그런 것들보다 최근 3주간의 시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 왕조의 부활을 알렸다고 표현하는데 염경엽에 하는 조언.

▶ 조언을 한다면 염 감독은 자기만의 스타일, 장점을 잘 살려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강하게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2년간 지내면서 얼마나 디테일한 감독인지 잘 알고 있다. 꾸준히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린다면 좋을 것 같다. 첫 해여서 그런지 순탄치는 않았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올 시즌을 준비하고 보내면서 정말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얼마나 디테일한 분인지 잘 알기 때문에 장점을 살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상호 간의 리스펙트가 2018시즌엔 훨씬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2년 동안 함께 해온 SK 식구들. 단지 일을 같이하는 사람이 아니고, 나중에 언젠가 미국 집에 초대해서 밥도 먹고 뭐도 구워먹고 진심으로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SK 식구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만큼인지 알 수 있을 것. 이제 일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아니라 식구고 친구다.

-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첫 감독이 됐다.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

▶ 일본, 미국, 한국, 베네수엘라에서도 야구를 했는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야구한 것보다 선수들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문화에서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한국에서는 다가가는 만큼 선수들이 바로 다가왔다.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일을 한지 11년이 된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나이가 들면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 아시아에서, 일본에서 경험한 시간은 감독으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한국 야구 발전할 방향.

▶ 확실하게 모르지만, 그래도 몇 차례 KBO 총재와 식사하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총재가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바꾸려고 하는 모습이 있었다. 총재님 입장에서는 10개 구단, 구단주, 관계자와 부딪히면서 KBO 발전을 위해 많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일본, KBO 내부적으로 항상 변화를 줘야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총재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라는 것, 팬들과의 인연을 놓지 않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팬들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 한국, 일본에서 우승했는데 미국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꿈.

▶ 향후 미래를 봤을 때 감독직에 대한 기회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감독보다 코칭 쪽으로 길이 더 열려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SK에 오게 된 것도 하느님의 뜻이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삶에 있어서 다음 단계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다.

스프링캠프를 갈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시즌을 잘 준비해서 우승하는 것은 매년 꿈이고 목표다. 미국에 가서 다시 코칭을 하든 일을 하든 하늘의 뜻에 맡길 것이다. 어떤 역할이든 충실히 해서 다시 한 번 우승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 SK에서 2년을 한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힘들었던 시간도 정말 감사하게 간직한다. 첫 시즌이라 알아가야 하고 주위 사람들도 나를 알아가야 했다. 지난해 힘든 시기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 시간도 감사했다.

- 100점 만점에 몇 점.

▶ 50점이다. 나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냥 이 구단에 있는 모든 사람의 힘이 필요했고, 힘이 있어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었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책임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다. 좋고, 안 좋은 일들이 반반씩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현명한 선택도 했지만 안 좋은 선택도 많이 했다.

- 선수들이 많이 배웠다고 말하는데 본인은.

▶ 정말 한 팀에 열정 가득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많은 선수들이 있을 때 성공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변화가 중요한 만큼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2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그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을 감독이 실천해야 주위 스태프가 따라올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다시 한 번 감독이나 다른 모습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야하는 상황이면 더 성장을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변화를 통해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한국에서 한 것처럼 변화를 계속 가져갈 것이다.

- 한국에 언제 올 계획인지. 미국에서는.

▶ 한국에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향후 어떤 보직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돌아올 계획을 잡아볼 수 있겠다. 여러 문화, 특히 미국에 야구 인맥이 많다. 11월말까지는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 부임했을 때 SK 느낌. 그때 과제는 얼마나.

▶ 처음에 인천에 와서 팀을 봤을 때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 선수들로부터 SK에 좋은 선수가 많고 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노력하는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선수들이 2년간 노력하는 모습, 열심히 하는 모습. 이만큼 더 좋을 수는 없다. 최고치의 모습을 봤다. 처음에 왔을 때 공격력에서 얼마나 강팀인지 알 수 있었다. 홈런 신기록도 세웠다. 투수 쪽의 수준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팀뿐 아니라 KBO 전체가 투수 쪽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년간 많이 발전했고 특히 SK가 많이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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