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 염갈량은 왜 '슬그머니' 잠실구장을 빠져 나갔나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11.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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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SK 당시 단장(오른쪽 빨강색 원)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팬들의 눈을 피한 채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염경엽(50) SK 단장(현 감독)은 쉽사리 잠실구장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한동안 출입구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출입구 밖에는 SK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하는 팬들이 운집해 있었다.

두산과 SK의 2018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 SK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SK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서로 얼싸안고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그들과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채로 세리머니 현장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염경엽 당시 단장이었다.


더그아웃 앞에 서 있는 염 단장은 다가오는 이들로부터 연신 축하 인사를 받고 있었다. 많은 야구계 관계자들과 악수와 포옹을 나누는가 하면, SK 프런트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V4'를 뜻하는 손가락 4개를 편 채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함께했다.

그라운드에서 공식 행사가 끝났고, SK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프런트들은 모두 축승회가 열리는 인근 호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염 단장도 구단 수뇌부들과 함께 출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마침 두산 구단 수뇌부와 프런트 직원들도 잠실야구장 주 출입구 쪽에 모여 있었다. 두산 김태룡 단장과 이강철 수석코치 등은 SK 구단 수뇌부와 염 단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잠시 인사를 나눈 염 단장은 쉽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SK 선수들이 밖으로 나갈 때마다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어둠 속에서도 선수들의 얼굴을 알아본 SK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함께 기뻐했다.

팬들의 환호와 함께 밖이 잠시 응원 소리로 시끄러워진 순간. 염 단장이 갑자기 몸을 움직이더니 출입구 옆쪽 가장자리를 향해 잰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순간 염 단장을 알아본 몇몇 팬이 '염경엽'을 연호했으나, 이내 다른 선수가 나오면서 스포트라이트는 그 선수에게 향했다.

지난해 1월이었다. 넥센 감독 시절 '염갈량(염경엽+제갈량)'으로 불렸던 염 단장은 SK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단장의 역할에 대해 "단장은 그림자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를 도와주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라면서 "그들이 구단의 재산이다. 앞으로도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성공을 돕겠다"고 밝혔다.

우승 현장 전면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염 감독은 쏟아지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떠나는 힐만 감독, 그리고 SK 선수단에게 돌렸다. 그는 단장으로 부임할 때부터 인터뷰도 최대한 자제하면서 지난 두 시즌 내내 그림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리고 팀이 우승을 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림자'처럼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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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 염경엽(오른쪽 2번째)은 이제 단장직을 내려놓고 2019 시즌 감독으로 SK를 이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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