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을 용기로 삼겠다" 한지민·김가희·권소현의 눈물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1.14 10:01 / 조회 : 2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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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가희, 권소현, 한지민이 지난 13일 오후 열린 제 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았다. / 사진=김휘선 기자

지난 13일 오후 열린 제 38회 영평상 시상식. 영화평론가들이 뽑은 한 해의 수작과 열연을 망라하는 이 시상식에서 그날 트로피를 받은 세 여배우는 차례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신인상의 김가희, 여우조연상의 권소현, 그리고 여우주연상의 한지민입니다. 눈물의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세 사람 모두 보는 이들마저 뭉클해지는 수상소감으로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김가희는 영화 '박화영'으로 영평상 신인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환 감독의 '박화영'은 10대 가출팸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문제작입니다. 김가희의 첫 주연작이기도 합니다. 가출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집의 주인이면서 '엄마'를 자처하지만, 진짜 친구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 소녀 박화영을 맡았습니다. 보다 리얼한 표현을 위해 몸무게를 20kg 가까지 찌웠고, 귀로도 듣기 힘든 험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어디서 저런 배우가 튀어나왔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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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가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제38회 영평상 시상식 포토월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김가희는 "외면하고 싶은 영화, 외면하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첫 주연작이 외롭고 힘든 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박화영이라는 아이가 저에게 와서 저를 성장시키고 박화영이라는 아이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다 끝내 눈물을 쏟았습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김가희는 "실제는 아니었지만 연기를 하는 순간부터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모난 돌맹이인줄 알았는데 저를 원석이라고 박화영으로 선택해 주신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좋은 캐릭터라면 두 발 벗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소감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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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소현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쓰백'의 권소현은 3년 전 '마돈나'로 시선을 붙들었던 바로 그 배우입니다. 영평상에서도 '마돈나'로 신인상을 수상했었죠.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에서는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친부의 동거녀로 출연했습니다. 연약해 보이는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에겐 모진 폭력을 일삼고, 그 아이를 안타까워하는 미쓰백 백상아에겐 "개 한 마리는 키워봤냐"며 악을 쓰는 이중적 인물입니다. 권소현의 열연에 몸서리가 다 쳐졌습니다.

"신인상 이어 조연상, 나중엔 여우주연상까지 그랜드슬램을 하시라"는 축하 속에 무대에 오른 권소현의 눈엔 눈물이 맺혔습니다. 권소현은 '미쓰백'에 대해 "사랑하는 작품을 넘어 애증의 작품"이라며 이지원 감독과 주연 배우 한지민에게 감사를 돌렸습니다. 그의 마무리 소감은 이랬습니다.
"준비한 멘트인데 조금 느끼할 수 있다. 저는 자세히 보아야 조금은 예쁜 배우인 것 같다. 그런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보아 주시고 격려해 주신 평론가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열심히 연기하면서 오래 보아서 사랑스러울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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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지민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한지민은 그런 권소현을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부터 눈물이 터졌습니다. 한지민은 '미쓰백'의 타이틀롤인 미쓰백 백상아 역을 맡아 스크린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권소현과 대척점에 있는 백상아는 자신을 지키겠다는 듯 세상을 향해 한껏 가시를 세우고 있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한 소녀의 곁에 있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여자였습니다. 천사표 배우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한지민의 변신은 놀랍고도 신선했습니다. 아동학대 문제를 직시한 작은 영화가 지난한 과정을 거쳐 관객과 만나고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까지, 한지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한지민에게는 영화로 받은 첫 여우주연상이기도 했습니다.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 순간에도 이 상이 꿈같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털어놓은 한지민은 스스로 감격에 젖는 대신 영화의 의미에 공감해 개런티를 낮춰 기꺼이 참여해 준 스태프, 함께한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가 눈물과 함께 전한, "제가 좀 더 백상아일 수 있게 진심어린 연기로 에너지를 주셨던 모든 배우분들. 주연배우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권소현씨 수상이 제 상보다 기뻤던 것 같다"는 말에선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이제야 안도감을 느낀다는 한지민은 "세상의 모든 '미쓰백'과 지은이같은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 영화,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이 상을 또 다른 도전에 대한 용기로 삼고 거침없이 부딪쳐보는 배우가 되겠다"고 소감을 마쳤습니다. 절로 박수가 나오는 다짐이었습니다.

김가희, 권소현, 한지민. 그 눈물을 지켜보며 '박화영'에서 '미쓰백'에서 기대치 못한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발견하고 가슴이 뛰었던 순간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여배우 기근, 여배우 영화 기근'이란 소리가 입버릇처럼 나도는 요즈음, 이들의 활약은 더욱 반갑고 강렬했습니다. 세 배우에게 축하를 전합니다. 새로운 김가희를, 오래 보아 사랑스러운 권소현을, 또다시 도전하는 한지민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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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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