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분패 후...' 나 홀로 남아 팬들에 사인해 준 두산 선수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11.14 06:08 / 조회 : 40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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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오른쪽)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연장 13회말 SK 구원 투수 김광현은 한껏 기세를 올린 채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포효했다. 축포가 터지고, SK 선수단은 서로를 끌어안고 8년 만의 우승 기쁨을 나눴다.

이와 동시에 두산 대기 타석에는 '캡틴' 오재원(33)이 서 있었다. 경기가 끝나는 걸 확인한 그는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가 두산 팬들 앞에 섰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고개 숙인 채 그라운드로 나왔고, 허리를 꾸벅 굽히며 1루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다. 두산의 2018시즌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마감된 순간이었다.

두산과 SK의 '2018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12일 서울 잠실구장.

시상식에 이어 인터뷰 등 공식행사가 끝난 뒤 SK와 두산 선수들이 하나둘씩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SK 선수단이 먼저 구단 버스를 탄 채 축승회 현장으로 향했다. 반면 두산 선수들은 SK 선수들보다는 조금 늦게 나왔다. 밖에는 합숙했던 숙소로 향하는 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두산 코치들이 가장 먼저 버스를 탔고, 이어 선수들이 걸어 나왔다. 잠실구장 주 출입구 쪽에는 SK 팬들은 물론 두산 팬들도 진을 치고 있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은 "잘 했어요", "힘내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오는 선수들을 연호하며 반겼다.

얼마 후 두산의 주장 오재원이 출입구 쪽으로 나왔다. 그는 허리 숙여 밖에 모인 팬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어 버스를 타러 가는가 싶더니, 발길을 돌려 몇 걸음 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가 멈춰선 장소는 선수단 버스 근처 두산 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아쉬운 패배 속, 두산 선수들 대부분은 그냥 버스에 힘없이 올랐다. 하지만 오재원은 팬들 앞에 섰다. 뜻하지 않게 오재원이 오자 그 곳에 모여 있던 팬들은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서로 사인 요청을 했다. 두산 응원 깃발을 들고 있는 팬들도 있었고, 유니폼에 사인을 받는 팬들도 있었다. 오재원은 이들에게 묵묵히 사인을 다 해줬다. 걸음을 옮겨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도 사인을 해준 그는 다시 한 번 팬들한테 인사를 한 뒤 버스에 올라 탔다.

오재원이 홀로 남아 이들에게 사인을 해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버스에 올라타기 전 그를 붙잡고 묻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응원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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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오르기 전 마주친 팬들에게도 사인을 해주고 있는 두산 주장 오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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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캡틴이자 정신적 지주' 오재원. 2019 시즌 다시 한 번 그가 한국시리즈에서 포효할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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