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내기, ‘문재인 스킨스’를 아시나요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8.11.12 09:02 / 조회 : 10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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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리스트.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모 교수의 경제 칼럼 제목이 ‘문재인 스킨스’여서 상세히 읽어보게 됐습니다.

내용인즉슨,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특징인 ‘비현실적인 평등주의, 막 퍼주기, 부자 때리기’에 대한 비꼼에 가까운 은유(隱喩)였는데 하여간 재미있어 보여 지난 9일 대학 후배들과 라운드에서 바로 적용을 했습니다.

‘문재인 스킨스’의 규칙은-.

1. 참가자 모두가 10만원씩 낸다.

2. 홀마다 버디는 4만원, 파는 3만원, 보기는 2만원, 더블보기는 1만원을 시상한다.

3. 돈이 다 바닥나면, 가장 많이 딴 참가자의 판돈을 몰수해 재차 판돈으로 삼는다.

규칙이 간명하고 공평하고 후하게 보였는데, 대충 생각하니 결국 '제일 못 쳐서 마지막까지 몰수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벌고 끝나는 게임'으로 보였습니다. 잘 치는 사람이 많이 벌지만 내기 돈이 바닥나면 딴 돈을 모두 토해내니 요지는 ‘하향 평준화’였습니다.

각자 10만원씩을 내면 재미있을 것 같아 보였지만, 처음 적용하는 것이고 1년에 두 번 만나는 대학 선후배간의 운동이어서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그 1/10을 줄여 1만원씩을 냈습니다(미리 1000원짜리 잔돈 준비).

더블보기까지 시상을 하니 판돈이 금세 바닥날 수밖에 없는데, 제가 라운드를 한 날은 초속 15~20m의 강풍이 불어 참가자 모두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6홀이 돼서야 판돈이 없어졌습니다. 일단 보기와 더블보기를 해도 상금을 받으니 다들 즐거워했습니다.

6홀 끝나고 가장 많이 딴 사람(1만2,000원)이 1차로 기부(판돈 재조성)를 했습니다. 7번홀엔 파를 세 명이나 해 한 홀만에 판돈이 없어져 1만5,000원을 딴 사람이 2차로 기부를 했죠.

이렇게 해서 총 5차례에 걸쳐 1위한 사람이 기부를 했는데요, 마지막 남은 8000원은 똑같이 2000원씩 나눠 가졌습니다. 내기 과정은 짜릿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개인별로 별 차이가 없어 다들 만족해 하더군요.

가장 잘 친 사람은 세 번이나 기부를 해 ‘친선 도모’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1000원짜리여서 그렇지 1만원짜리였다면 1만5,000원이 아니라 15만원을 기부했으니 딴 돈을 토해낸 사람은 속이 엄청 쓰렸을 겁니다(나머지 세 사람은 즐거웠겠지만 ^^).

결국, ‘문재인 스킨스’는 ‘조폭 스킨스’와 ‘전두환 스킨스(조폭 스킨스+승자가 판돈을 독식)’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잘 치는 사람이 손해를 보지만 약자에 대한 ‘나눔과 베품’이라고 생각하면 18홀 내내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기를 싫어하시는 여성분들은 1000원짜리를 하시면 라운드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되지 않을까요. 잃어봤자 3000~4000원인데, 4~5시간 동안 샷 하나 하나에 스릴을 느끼면서 웃음과 한숨이 교차하니 이만한 내기가 없을 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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