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핀 맞고 BIFF 갔었다" 故신성일의 마지막을 기리며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1.07 17:45 / 조회 : 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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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성일이 지난 10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별들의 고향'으로 떠난 영원한 '맨발의 청춘'. 배우 고 신성일이 지난 4일 별세했습니다. 향년 81세. 고인이 2년 여 동안 폐암으로 투병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작별이었습니다. 영화계의 충격은 특히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10월 4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밝은 표정으로 참석했던 일이 너무나 선명했기 때문입니다. 청바지에 재킷을 걸친 캐주얼한 차림의 신성일은 다소 말라 보였지만, 환호하는 영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짓는 모습에선 활력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당시부터 고인의 상태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이 지인들의 전언입니다. 엄앵란은 최근 SBS '본격연예 한밤'과의 인터뷰에서 고 신성일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두고 "그때만 해도 누가 또 돌아가셨다고 소문이 났다. 우리 남편이 아파도 가서 보여줘야지 안 가면 사람들이 실망할까 봐 그렇게 하고 갔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억지로 갔다. 근데 갔다 오더니 이제 상태가 안 좋더라"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당시 신성일은 '별들의 고향' 등 여러 대표작을 함께했으며, 직접 주연을 맡기로 하고 기획 중이던 영화 '소확행'을 연출하기로 했던 이장호 감독의 회고전을 축하하기 위해 애써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습니다. 고인의 지인은 이를 두고 "당시 신성일 선생님이 모르핀을 맞고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고 하더라. 혹시 몰라 간호사도 2명이 동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워낙 활기찬 모습이어서 그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몰랐다더라. 일이 이렇게 된 뒤에야 전해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영화계 원로 인사는 "신성일의 고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결심했으면 그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또 그것이 신성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전남 화순의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던 신성일은 추석을 즈음해 찾아오려던 후배 배우에게 '지금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방문을 만류했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별세 하루 전 사망 오보가 나기도 했지만, 아내 엄앵란이 전했듯 이전에도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았었죠.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신성일은 한 해 전 본인의 회고전이 열렸던 부산영화제에 참석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오랜 영화계 동료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응원을 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생활을 하는 등 한때 정계에 몸담았으며 사생활로 뒤늦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신성일. 허나 그가 한국영화 역사 최고의 스타 중 하나라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신성일은 1960년대 1970년대 청춘 로맨스의 상징이자 여심을 사로잡은 시대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배우를 쉽게 '딴따라' 취급하던 시절, 이에 질색하며 영화배우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늘 드러냈던 것으로도 이름 높습니다. 배우들의 처우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김수미는 최근 방송에서 신인 시절 현장에서 감독에게 예정에 없던 노출을 요구받고 어쩔 줄 몰라했을 때 신성일의 도움을 받았다며 " 당시 최고의 스타이자 상대 배우였던 신성일 씨가 나서줬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일이 가장 고마운 일 중의 하나"라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 달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던 모습이 대중이 기억하는 고인의 마지막 순간이 된 건 그래서 더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암투병 중이었지만 강력한 진통제를 맞고서라도 완벽한 모습으로 팬들과 대중 앞에 섰던 고인에게서 어떤 순간에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대스타의 풍모, 배우의 자존심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고 신성일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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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성일의 빈소와 영정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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