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김성현, 과연 누가 먼저 욕했나... 본질은? [PO]

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10.29 06:08 / 조회 : 11806
  • 글자크기조절
image
SK 김성현(왼쪽)-넥센 샌즈. /사진=뉴스1
image
넥센 샌즈(왼쪽)와 SK 힐만 감독 /사진=뉴스1
2루에서 펼쳐지는 1루 주자의 거친 슬라이딩, 이어지는 1루 주자와 상대 내야진의 설전, 서로 주고받는 욕설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한국 야구에서 심심치 않게 봐왔던 장면들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 그 나라의 방식으로 한국 선수가 '손가락 욕'을 한 건, 이례적이고 또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SK 와이번스는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에서 선발 메릴 켈리를 비롯한 투수진의 호투와 홈런포를 앞세워 5-1로 승리했다.

팽팽한 승부 속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3회초 넥센 공격 1사 1, 2루에서 박병호의 유격수 앞 땅볼 때 1루 주자 샌즈의 2루 슬라이딩이 다소 깊었다. 이후 샌즈와 SK 유격수 김성현간 신경전이 벌어졌고, 벤치클리어링 사태까지 번졌다.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은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성현이 샌즈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 욕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SK 힐만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샌즈가 깔끔하고 정확하게 슬라이딩을 한 것으로 보인다. 2루수 강승호의 위치에 따라 피해야 할 수도 있지만, 더티한 플레이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LA 다저스 시절 샌즈와 함께하기도 했던 힐만 감독은 "(강승호의) 정강이 쪽으로 발을 들이미는 게 보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난 (샌즈가) 그런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샌즈는 미국서도 알았던 선수다. 굉장히 노력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면서 "3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전혀 문제 되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자신의 팀 선수가 다소 깊숙한 태클을 당했음에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벤치 클리어링 당시, 힐만 감독은 샌즈 옆으로 와 말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만약 힐만 감독이 샌즈의 슬라이딩이 고의라고 판단했다면, 이렇게 샌즈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주긴 어려웠을 것이다.

image
SK-넥센 선수단의 모습 /사진=뉴스1
벤치클리어링이 촉발한 계기에 대해 SK 김강민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샌즈가 슬라이딩을 깊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런 슬라이딩을 할 수 있다. 다만 기분이 나빴던 건 슬라이딩 직후 내가 뛰어가자 샌즈가 먼저 'F'가 들어가는 단어의 욕을 했다"면서 "그 상황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 싸우자는 뜻이다. 우리도 지고 싶지 않았다. (박)병호와도 이야기를 했고, 앞으로 욕만 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강민의 이야기를 100%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샌즈와 김성현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김성현이 '손가락 욕'을 하던 시점에 김강민은 근처에 없었다. 중견수였던 김강민은 외야 쪽에서 내야로 뛰어들어 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고, 뒤늦게 벤치클리어링 현장에 합류할 수 있었다.

더욱이 샌즈는 깊숙하게 슬라이딩을 했음에도 더블 플레이로 연결되자, 일어선 뒤 평소 이닝 교대 상황처럼 3루 더그아웃에 들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성현이 '태클이 거친 것 아니냐'며 샌즈에게 가 따졌고, 샌즈가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김성현의 손가락 욕이 나왔다.

물론 동료를 생각하는 김성현의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트레이드를 통해 최근 SK 유니폼을 입은 강승호를 그 순간, 누구보다 많이 생각하고 보호한 선수다. 김성현은 경기 후 SK 구단을 통해 "(강)승호를 향해 태클이 깊게 들어와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위험한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샌즈를 몇 차례 불렀는데, 나를 보자마자 영어로 3~4차례 욕을 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손가락 욕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가 아닌 포스트시즌이었다. 전국에 공중파 TV로 생중계가 되고 있는 상황. 손가락 욕을 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고, 적나라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편 모습이 사진 기사를 통해 온라인에 퍼졌다. 이런 불미스러운 장면을 보며 어느 누구보다 어린이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성현도 이 점에 대해 경기 후 사과했다. 그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넥센 선수단과 우리 선수단 모두에게 죄송하다. 가을 잔치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 종료 직후 더그아웃에서 만난 샌즈는 별다른 표정 없이 차분하게 자기 짐을 싸고 있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샌즈는 다만 구단을 통해 "이미 지나간 일이며 잊었다"며 더 이상 사태가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KBO는 경기 후 손가락 욕설을 한 김성현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으며, 퇴장을 당한 건 아니기에 상벌위원회는 따로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