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같이 걸을까' 그래요, 같이 걸어볼까요?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8.10.27 13:51 / 조회 : 2885
  • 글자크기조절
image
'같이 걸을까' 방송 화면 캡쳐


'같이 걸을까', 그래요, 같이 걸어볼까요?

추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다. 이 추억이란 녀석은 참 이상하다. 당시에는 그리 좋지 않았을 일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그저 마냥 그립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시절, 그래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곱씹는 순간 아련하고 행복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게 아닐까.

JTBC의 '같이 걸을까'가 꼭 이런 프로그램이다. god가 오랜만에 뭉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별다른 건 하지 않는다. 그저 걷고, 걷고, 또 걸을 뿐이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길, 어디서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길을 그냥 걷는데, 희한하게도 그 길 속에서 아련했던 추억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다.

방송을 보기 전까지는 ‘아, 또 여행 프로그램이 생겼구나.’ 싶었다. 몇 년 전부터 이런저런 해외에서 촬영하는 프로그램이 조금씩 생기다가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관광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이런저런 모양새로 많이 제작되고 있어서 산티아고'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단순히 여행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일단 비행기를 탔으니 여행은 여행이지. 그러나 다른 여행 프로그램들과 그 궤를 달리한다. 때문에 처음엔 다소 어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끌벅적하거나 미션이 있는 기존의 여행 프로그램들과 밋밋한(?) 느낌이었으니까. 심지어 별다른 미션도 없이, 큰 웃음도 없이 그저 걷기만 하니, ‘매번 이런 장면만 반복되면 보게 될까?’ 하는 약간의 걱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이것이 바로 ‘같이 걸을까’의 매력이라는 사실을 곧 발견하게 되었으니까.

끝도 보이지 않는 산티아고 순례길, 이 길을 걷는 god를 보고 있노라면 시청자들도 마치 함께 걷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전해주는 묘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 종교적인 목적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들르는 곳이 아니던가.

어떤 이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위해서, 또 다른 이는 삶을 재정비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한 발 내딛는 곳. 최소한의 짐을 메고 걷고 또 걷다보면 배고파서 먹고, 더워서 씻고, 피곤에 지쳐 잠들 수밖에 없다는 이곳. 그러다보니 오히려 다람쥐 쳇바퀴처럼 쉼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제3자의 시선에서 보게 된다는 이곳. 긴 길을 걷는 동안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가장 원초적인 상황에서 맞이하는 하루하루를 겪으며, 행복의 진정한 의미 또한 찾게 된다는 이곳. 바로 여기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그래서일까. god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젊은 세대들에겐 낯선 아저씨들이요,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이지만 순례길의 여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게 되며, god의 활동을 보았던 세대들에겐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어서 행복하다. 큰 웃음소리 없이 다소 밋밋하면 어떠하리. 세상이 너무도 시끄럽고 바쁘니 이렇게 잠잠히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해도 그 길속으로 함께 빠져드는 프로그램, 그래서 제목 또한 ‘같이 걸을까’가 아니겠는가.

'같이 걸을까'는 지켜보는 자체만으로도 편안해지는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