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포지션별 분석... 류현진, 다저스 우승의 열쇠를 쥐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0.23 13:16 / 조회 : 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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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격돌하는 2018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24일(한국시간)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막을 올린다.

다저스와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톱3로 꼽히는 전국구 인기구단들이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굉장히 생소한 상대들이다. 리그가 다르다보니 인터리그 제도가 도입되기 전엔 만날 기회가 월드시리즈밖에는 없었는데 올해 전까지 두 구단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것은 무려 102년 전인 1916년, 딱 한 번뿐이다.

이번이 다저스의 20번째, 레드삭스의 13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맞대결이 딱 한 번, 그것도 102년 전밖에 없었다는 것도 다소 의외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나간 시기가 대부분 레드삭스가 지독한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려 월드시리즈 근처에도 못 갔던 때였고, 반대로 레드삭스가 주로 월드시리즈에 나간 1900년대 초반엔 다저스가 나가지 못했기에 일어난 현상이다. 참고로 다저스와 양키스는 1941년부터 1981년까지 41년간 월드시리즈에서 무려 11번이나 맞대결을 펼쳤다.

1916년 당시 브룩클린에 있던 다저스는 구단 이름도 아직 다저스로 바뀌기 전으로 당시 팀 명칭은 브룩클린 로빈스였다고 한다. 이 시리즈에서 기억되는 사실은 오리지널 ‘투타 겸업’ 스타였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시리즈 2차전에서 보스턴 선발투수로 등판, 무려 14이닝을 완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년도 더 된 그런 이야기들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최근의 맞대결 역사도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인터리그 제도가 도입된 이래 양팀은 딱 15번 만나 보스턴이 8승7패로 간발의 차로 앞서 있을 뿐이다. 양팀이 얼마나 교류가 없었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간판투수인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보스턴을 상대로는 생애 단 한 번도 등판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다저스의 2차전 선발로 낙점된 류현진이 보스턴전에 한 번 등판한 적이 있다. 빅리그 신인 시절이던 2013년 다저스타디움에서 보스턴을 상대로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5피안타로 4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기록이 있다. 그런데 그 때 보스턴 라인업에 있던 선수 중 아직까지 남아 있는 선수는 유격수 잰더 보가츠 한 명 뿐이다. 완전히 새로운 팀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상당히 생소한 매치업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양팀의 전력을 포지션별로 비교해 올해는 과연 어떤 매치업을 이뤄는지를 살펴보고 시리즈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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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내야진

다저스는 유격수 매니 마차도와 3루수 저스틴 터너가 매 경기 붙박이로 나서며 1루수와 2루수는 투타 매치업에 맞춰 기용하는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1루수로는 상대투수에 따라 주로 우타자 데이빗 프리즈와 좌타자 맥스 먼시가 돌아가며 기용되는데 시리즈 1, 2차전에서 보스턴이 왼손투수 크리스 세일과 데이빗 프라이스를 내보내기에 프리즈가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많은 타격 기회를 못 얻고 있지만 201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와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경력이 있는 빅게임 선수다. 먼시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35홈런을 때리며 깜짝스타로 떠올랐지만 포스트시즌엔 타율 0.182에 그치며 고전하고 있다.

다저스의 2루수로는 키케 에르난데스와 브라이언 도저, 그리고 먼시도 기용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크리스 테일러가 나서기도 한다.

보스턴은 1루수로 스티브 피어스와 미치 모어랜드를 플래툰으로 기용하는데 특히 우타 피어스는 왼손투수들에게 매우 강해 선발진에 좌완 투수 3명이 포진한 다저스를 상대로 주로 출장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2루수에는 팀의 간판인 더스틴 페드로야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면서 시즌 중반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안 킨슬러와 브록 홀트가 기용되고 있고 유격수로는 잰더 보가츠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올 시즌 103타점을 올린 보가츠는 마차도에 비해 이름값에선 밀릴지 몰라도 오히려 더 내실 있는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보스턴이 내야 비교에서 가장 밀리는 포지션은 3루다. 에드와르도 누녜스와 라파엘 데버스가 돌아가며 나서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바 있고 타격도 기복이 심해 다저스의 스타 터너에 비하면 열세가 뚜렷하다.

어스틴 반스와 야스마니 그란달(이상 다저스), 그리고 크리스천 바스케스와 샌디 리온(이상 보스턴)이 나서는 포수 포지션도 특별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란달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수비에서 너무 잦은 실수를 범하면서 반스가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세- 다저스>

■외야진


다저스의 좌익수는 크리스 테일러와 작 피더슨이 플래툰으로 나서고 있지만 타격과 수비에서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앤드루 베닌텐디가 포진한 보스턴에 비해 열세가 예상된다.

다저스의 중견수 코디 벨린저는 지난해 신인으로 보여준 놀라운 파워를 재현하지 못하고 있지만 밀워키와 NLCS에서 연장 13회말 천금의 결승타를 때리고 뛰어난 호수비도 보이는 등 고비에서 활약한 덕에 시리즈 타율 0.200에도 NLCS MVP로 선정됐다.

보스턴의 중견수 잭키 브래들리 주니어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단 3안타를 치는 데 그쳤지만 만루홈런 포함, 2안타가 홈런이었고 또 다른 안타는 주자일소 3타점 2루타여서 9타점을 기록하며 ALCS MVP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양팀의 중견수가 LCS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타율 2할을 치고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타율 2할은 LCS MVP로 역대 최저 기록이다.

모든 포지션 중 양팀간에 가장 큰 격차가 나는 포지션은 우익수다.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는 NLCS 최종 7차전에서 다저스에 승기를 굳힌 3점포를 터뜨리긴 했으나 보스턴의 무키 베츠와 비교하면 임팩트에서 한참 밀릴 수밖에 없다. 올해 AL MVP가 유력시되는 베츠는 선두타자로 32홈런과 30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타격왕(타율 0.346)에 오른 보스턴 타선의 심장이고 수비에서도 눈부신 하이라이트를 쏟아내는 선수다.

단지 베츠는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205와 3타점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그가 이번 시리즈에서 슬럼프 탈출에 성공한다면 보스턴은 한결 쉬운 시리즈를 맞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못하다면 다저스에도 희망이 충분하다. <우세- 보스턴>

■지명타자


보스턴의 J.D. 마르티네스는 지난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로 5년간 1억1000만달러에 계약한 뒤 거액 선수치고는 드물게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다는 평을 듣는 대활약을 했다. 타율 0.330에 43홈런, 130타점으로 시즌 막판까지 타격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했다.

문제는 그런 마르티네스를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다저스타디움 경기에서 라인업에 포함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야수인 마르티네스를 라인업에 올리려면 누군가를 제외시켜야 하는 것이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의 고민이다.

한편 다저스는 상대 투수에 따라 매트 켐프와 먼시가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세-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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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선발투수


다저스는 이미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 워커 뷸러, 리치 힐의 순서로 시리즈 선발등판을 예고했다. 반면 보스턴은 크리스 세일과 데이비드 프라이스, 두 왼손투수가 1, 2차전에 나서는 것은 발표했고 나머지 두 명은 네이선 에볼디와 릭 포셀로가 유력하지만 아직 발표는 하지 않았다. 에볼디와 포셀로는 경우에 따라 1, 2차전에서 불펜으로 출격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커쇼는 설명이 필요 없는 현 세대 최고의 투수지만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고전해온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뤄낸 커쇼에겐 오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유일한 목표다. 과연 그의 발목을 잡아온 포스트시즌 징크스를 올해는 떨쳐낼 수 있을지는 이번 시리즈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다.

다저스 입장에서 이번 시리즈의 열쇠는 2선발 류현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커쇼와 뷸러, 힐이 모두 한 차례 다저스타디움에서 등판하는 반면 류현진은 NLCS와 마찬가지로 모두 원정경기에 나서야 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NLCS 때는 류현진이 6차전에서 초반에 무너졌지만 그나마 2차전에서 어느 정도 버텼고 다행히 다저스가 그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면서 시리즈를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펜웨이파크에서 류현진이 보스턴의 강타선을 상대로 두 경기를 모두 무너진다면 다저스는 회복하기가 힘들 것이다. 류현진은 최소한 한 경기에서 불펜에 성공적으로 바통을 넘겨줄 때까지 버텨줘야만 한다.

한편 보스턴의 선발진은 사이영상 수상자가 2명(프라이스, 포셀로)이나 되고 또 한 명은 커쇼와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투수 자리를 다투는 에이스 세일이다. 항상 포스트시즌이 되면 무너졌던 프라이스가 ALCS 5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고 보스턴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승리를 따내면서 그나마 있던 불안요소도 사라졌다. 다저스의 선발진이 뛰어날 수도 있지만 쉽게 무너질 여지도 공존하는 반면 보스턴의 선발진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느낌이다. <우세-보스턴>

■불펜투수


다저스는 클로저 켄리 잰슨이 정규시즌 불안했던 모습을 씻어내고 이번 포스트시즌에 지난 해의 위력적인 모습을 되찾은 것이 반갑다. 여기에 베테랑 라이언 맷슨이 고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불펜의 ‘믿을맨’으로 떠올랐고 토미 존 수술에서 복귀한 왼손 훌리오 우리아스의 구위도 인상적이다.

다저스 불펜은 NLCS에서 다저스 타선이 침묵을 지키고 선발진이 무너졌을 때 평균자책점 1.45가 말해주듯 팀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며 사실상 시리즈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보스턴 불펜은 당초 셋업맨들이 불안한 것이 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으나 막상 포스트시즌에선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클로저 크레이그 킴브럴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킴브럴의 이번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7.11까지 치솟은 상태다. 하지만 그는 이미 5세이브를 올린 것이 말해주듯 꼭 세이브가 필요한 상황에선 잘 버텨주고 있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우세- 다저스>

■시리즈 예상


전반적으로 보스턴의 전력이 다저스에 비해 약간 앞선다는 느낌이 들지만 단기 시리즈 특성상 그 정도 차이라면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단정하기 힘들다. 심지어는 어느 한 쪽이 싹쓸이로 시리즈를 끝낸다고 해도(특히 보스턴의 경우는) 별로 놀랍지 않을 것이다.

다저스로선 커쇼가 커쇼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류현진이 한 경기만 잘 던져준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게 될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아 보인다. 불펜이 NLCS 때처럼 버텨준다면 다저스에 찬스가 있을 텐데 선발진이 불펜에 바통 토스를 잘 해야만 한다는 것이 열쇠다. 다저스가 이긴다면 박빙의 승리, 보스턴이 이긴다면 5, 6차전에서 승부가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시리즈다. <예상-보스턴 4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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