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은 왜 한화 팬들을 '보살'이라고 칭했을까 [준PO]

고척=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10.23 05:38 / 조회 : 1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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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어느 날. 한 한화 팬의 모습



11년을 기다려왔는데 나흘 만에 허무하게 물러날 수는 없었다. 한화 감독과 선수단은 물론 프런트 그리고 팬들이 일심동체가 됐다. 경기 전 "오늘은 지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벼랑 끝에 몰린 한화는 9회 극적인 결승타를 터트리며 기사회생했다. 결승타를 때려낸 영웅은 '이글스의 심장'이라 불리는 김태균(35)이었다. 그리고 경기 후 그는 한화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넥센 히어로즈와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앞서 홈에서 열린 2경기서 모두 패했던 한화는 위기 탈출에 성공,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들었다. 반격의 기회를 잡은 한화는 23일 4차전에서 승리해 반드시 다시 대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한화의 해결사는 김태균이었다. 앞서 준플레이오프 1,2차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그였다. 1차전에서는 5회말 2사 만루 기회서 대타로 나섰으나 삼구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2차전에서는 아예 그라운드조차 밟지 못했다. 그가 없는 사이 팀은 2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빠졌다.

3차전에서 한화는 '베테랑' 김태균을 선발로 내보냈다. 한용덕 감독은 김태균을 지명 타자로 활용하면서 5번 타순에 배치했다. 김태균은 2회부터 좌전 안타를 치며 타격 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 팀이 3-3으로 맞선 9회초. 1사 1루 기회서 김태균은 이보근의 초구를 공략, 외야 우중간을 가르는 역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해결사의 등장에 한화 팬들은 고척돔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승리 후 3차전 MVP로 선정된 김태균은 선발 장민재와 함께 수훈 선수로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사실 1,2차전에서 중용되지 못하면서 자존심이 상했을 법한 김태균이었다. 하지만 그는 덤덤하게 "선발로 나갈 때나 아닐 때나 똑같이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실 1,2차전이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었다. 계속 긴장하면서 한 500번 스윙을 한 것 같다. 1,2차전이 끝난 뒤 한 것도 없는데 집에 가니까 녹초가 돼 쓰러졌다"고 이야기했다.

한화 팬들에게 가을 야구는 특별하다. 암흑기에 빠지면서 한화 팬들에게 가을은 늘 남의 계절이었다. 그 암흑기를 온몸으로 겪은 선수가 바로 김태균이다. 지난 2007년 한화는 삼성 라이온즈와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김태균은 "모든 게 다 새롭다. 11년 전에는 가을 야구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어느새 11년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알겠더라. 지금 우리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 후배들이 저처럼 길게 (포스트시즌에) 진출 못 해 후회하지 말고(웃음), 계속 가을 야구를 하는 '강한 한화 이글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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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결승타를 친 뒤 2루에 안착해 박수를 치고 있는 김태균


지난 대전 홈 1,2차전 그리고 고척 원정 3차전은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찼다. 특히 대전 홈 팬들은 1,2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잘했다', '힘내라'며 선수단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이런 한화 팬들을 보며 김태균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는 "팬들한테는 11년 간 죄송했다. 시즌 들어갈 때마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거짓말만 했던 것 같다"면서 "이번엔 기분이 좋았고, 한화 팬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주셨다. 선수들보다 더 좋아해 주시고 야구장을 찾아 주신다. 2연패를 당한 뒤 경기가 끝난 뒤에서 계속 선수들을 격려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한화 팬 분들이 괜히 '보살 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멋있고 감사했다. 오늘 선수단이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며 인사했다.

암흑기 속에서도 한결 같이 한화를 아끼고 사랑하며 지지해줬던 팬들이 있었다. 늘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던 이들을 일컬어 '보살 팬'이라고 했다. 김태균은 이런 보살 팬들을 잊지 않고 늘 가슴 속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11년 만의 가을 잔치서 승리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화는 올 시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만약 여세를 몰아 4차전에서도 승리해 5차전이 열리는 홈으로 간다면 대전은 또 한 번 야구로 들썩일 것이다. 한화는 이제 4차전에서도 또 한 번 총력전으로 승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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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심장' 김태균(가운데)이 경기 후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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