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2차전보다 더 좋은 피칭 기대되는 이유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10.19 12:41 / 조회 : 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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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31·LA 다저스)이 20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벌어지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에 선발로 등판한다. 현재 시리즈 3승2패로 앞서있는 다저스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2년 연속 내셔널리그 페넌트를 차지하며 월드시리즈에 오르게 된다.

두 말할 필요 없이 류현진에게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등판이다. 류현진은 과연 이번 출격에서 다저스를 월드시리즈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지난 14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의 경기를 복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6차전을 전망해 본다.

밀러파크에서 벌어진 NLCS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4회까지 3피안타 무실점의 깔끔한 호투를 했다. 투구 수도 4회까지 53개에 불과해 최소 7회까지 던지는 것은 무난해 보였고 투구 수 관리만 잘 된다면 완투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단 한 가지 불안요소는 다저스 타선이 밀워키 선발 웨이드 마일리에게 철저히 눌려 무득점 상태를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이로 인해 만약 찬스가 와서 대타를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더 던질 수 있어도 교체될 여지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오래 버틸 것 같던 류현진은 다음 이닝인 5회말을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선두타자를 잡은 뒤 다음 타자인 8번 올란도 아르시아에게 던진 시속 88마일짜리 커터가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연결돼 선제점을 내줬다. 0의 균형을 깬 아쉬운 실점이었으나 사실 1점 차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 타자가 상대 투수인 마일리였기에 이닝을 추가 실점 없이 잘 마무리하면 반격의 기회는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류현진의 발목이 잡혔다. 뜻밖에도 바로 마일리가 걸림돌이었다. 올해 시즌 타율 0.185, 생애 통산 타율이 0.155에 불과한 마일리였기에 전혀 경계하지 않았으나 그는 타격 센스가 있는 선수였다. 앞서 3회말 첫 타석에서도 류현진의 시속 91마일짜리 바깥쪽 패스트볼을 정확히 밀어 쳐 좌익수 쪽 2루타를 치고 나갔던 그가 이번에도 류현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투수를 상대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계속 빠른 볼 위주로 공략했으나 마일리는 계속해서 파울볼을 4개나 쳐 내며 버텼고 결국 10구만에 스트라이크 존으로 낮게 들어간 91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정통으로 받아쳐 우중간 안타를 때려냈다. 절대로 볼넷을 내주기 싫었던 류현진이 계속 빠른 볼을 던졌고 이 과정에서 타이밍을 정확히 맞출 수 있어 나온 안타였다.

그리고 이 안타가 류현진을 경기에서 몰아낸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잇달아 허를 찔린 일격을 맞고 집중력이 떨어진 류현진은 다음 타자 로렌조 케인에게 87마일짜리 커터를 통타당해 2루타를 내주고 주자 2, 3루에 몰린 뒤 강판됐다. 바로 직전 이닝까지도 순항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이날 결과는 6차전 재대결을 앞두고 류현진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기본적으로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투수가 아니라 다양한 구질의 공과 구속 변화 및 위치 조절로 상대 타자를 요리해 가는 투수다. 올해 한 번도 겨룬 적이 없는 밀워키 타자들을 2차전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5게임 시리즈를 지켜보면서 이들의 공략법을 충분하게 머리에 입력시켰을 것이다. 류현진이 상당히 지능적인 선수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정도 양의 데이터라면 이번 6차전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 충분한 자료가 모아졌다고 본다.

사실 류현진은 올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선 이들을 상대로 놀라운 역투(7이닝 4안타 무실점 8K)를 했다. 그리고 밀워키와 2차전도 마일리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았더라면 상당한 호투를 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이제 류현진은 밀워키 타자들을 속속들이 파악할 기회를 얻었고 마지막 등판 이후 5일 휴식으로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6차전에 나선다.

현재 류현진의 몸 상태가 좋다는 것은 2차전 포심 패스트볼 구속으로도 나타난다. 최고구속이 90~91마일대였던 그의 포심 구속이 이 경기에서는 평균 92.11마일로 나와 92마일을 넘어섰다. 충분한 휴식과 2차전의 경험이 6차전에서 류현진에게 보약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경기를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를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정경기이기에 이에 따른 위험성과 변수가 남아 있다. 홈에서라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일들이 증폭돼 큰 문제로 발전하는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마일리와의 상대경험에서 느꼈던 것처럼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100%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류현진은 충분히 2차전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집중력과 공략법으로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원정경기지만 2차전과 6차전의 큰 차이점은 2차전이 밀러파크의 지붕을 열고 치른 낮 경기였던 것에 비해 6차전은 지붕을 닫고 치르는 밤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관중들의 소음이 더 증폭된다는 점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더 클 수 있다. 반면 밤 경기라는 사실은 류현진에게 그리 불리한 요소는 아니다.

류현진은 올해 낮 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0.77, 밤 경기에선 5승3패, 평균자책점 2.17로 낮에 더 강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이 데이터는 좀 더 뜯어봐야 한다. 낮 경기는 단 두 경기뿐이었고 비록 총 11⅔이닝에 2실점(1자책)만 내줬으나 안타는 이닝 수보다 많은 15개를 내줘 피안타율이 0.306에 달했다.

반면 밤 경기에선 13경기를 치르며 70⅔이닝 동안 이닝수보다 훨씬 적은 53안타만을 내줘 피안타율이 0.205에 불과했다. 상대를 완전히 파악한 류현진이 팬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등에 업은 밀워키의 초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면 이닝이 진행될수록 상대를 지배하며 충분히 다저스를 월드시리즈에 올려놓는 피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다저스 타선이 마일리를 상대로 중반 이전에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올해 내셔널리그 홈런 1위에 오른 다저스 타선은 이번 시리즈에선 홈런 2개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시리즈 5차전에서 어스틴 반스의 5회 동점 적시타 이후 그동안 펜스를 넘보는 홈런 스윙으로 일관하던 다저스 타자들의 스윙 폭이 상당히 좁혀진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만약 다저스 타선이 중반 이전에 점수를 뽑아준다면 생각보다 쉬운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도 류현진이 2차전 이상으로만 버텨준다면 다저스의 승산은 충분하다. 사실 다저스 타선은 홈 3연전에서 상당히 실망스런 모습을 이어갔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전술 역시 의문이 가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에도 2승을 따내며 시리즈 리드를 잡았다. 뭔가 둔탁하면서도 묵직한 저력이 절로 느껴지는 상황이다. 이제는 류현진이 거기에 깔끔한 마무리 터치를 더해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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