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풀잎들', 홍상수만의 세계 속..빛나는 김민희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8.10.22 09:00 / 조회 : 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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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풀잎들' 캐릭터 포스터


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장편영화 '풀잎들'이 다시 한 번 '홍상수 월드'로 관객을 초대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 속 배우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며 솔직한 대화로 영화를 채웠다.

'풀잎들'은 한 커피집을 배경으로, 그 곳에 모이는 사람들을 한 여자가 관찰하는 이야기다. 김민희는 주인공 아름 역할을 맡아 카페에 온 서영화, 기주봉, 정진영, 김새벽, 공민정, 안재홍 등을 관찰한다. 또 동생인 신석호와 동생의 여자친구인 안선영을 만나 결혼에 대한 충고를 늘어놓다가 다시 카페로 돌아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흑백영화인 '풀잎들'은 각각 짝을 맞춘 배우들이 카페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하루 동안 아름(김민희 분)이 만나고, 대화를 엿들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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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풀잎들' 스틸컷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화면 속에서 주인공들은 현실적인 대화를 주고 받는다. 카메라는 평형으로 이동하며 두 사람을 비추거나, 줌인과 줌 아웃으로만 표현 된다. 흑백 화면을 가득 채운 주인공들의 얼굴은 관객이 대화에 집중하게 만들지만, 그 대화가 반복적이고 파편적이다.

영화에 강약 조절이 없이 모든 대화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며,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6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지루한 느낌이 든다. 극중 배경인 카페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클래식이 지루함을 덜어주지만 역부족이다.

영화 속 대화는 남녀 사이에서 오간다. 굉장히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것 같은 이야기인듯 하지만 사실은 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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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틸컷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죽음, 사랑 등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암시된다. 친구 승희의 자살로 인해 서로를 원망하던 홍수(안재홍 분)와 미나(공민정 분)는 결국 밤을 함께 보내기로 하며 서로에게서 행복과 위안을 찾는다. 후배 작가인 지영(김새벽 분)에게 한 달 정도 펜션에서 집적이던 경수(정진영 분)는 지영에게 거절당한 뒤 처음 보는 여자인 아름(김민희 분)에게도 함께 지내면서 글을 쓰자고 집적댄다. 갈 곳 잃은 늙은 배우 창수(기주봉 분)는 성화(서영화 분)의 집 남는 방에 들어가 살겠다고 하지만 성화는 이를 거절한다. 그런가 하면, 창수는 자신의 집에 들어와서 지내라는 남자 후배 경수의 말은 무시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여자에게 집적대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통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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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풀잎들' 스틸컷


다만 흑백 영화 속에서 김민희의 연기는 반짝반짝 빛난다. 동생 진호(신석호 분)와 동생의 여자친구 연주(안선영 분)를 만나 결혼에 대해 독설하고 사랑론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로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동생의 여자친구 연주의 말에 아름은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결혼이냐",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사랑은 개뿔", "결혼? 웃기지마", "다들 그렇게 결혼해서 불행하게 사는 거다", "결혼을 해서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지" 등의 대사를 쏟아낸다. 또한 동생에게 "미친놈, 벌써부터 여자에게 질질매고"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김민희만의 찰진 연기력으로 시선을 확 잡아 끈다.

영화 속에서 정진영이 김민희를 향해 "너무 예쁘다. 비범하시다"라고 끊임없이 쏟아내는 칭찬은 마치 홍상수 감독이 직접 김민희를 향해 하는 속마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유의 감성과 표현으로 대중보다는 마니아 층과 해외영화제에서 사랑 받던 홍상수 감독은 이번에도 대중과의 소통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중점을 뒀다.

10월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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