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벽한 타인' 성적 웃음으로 포장된 위험한 타인들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0.17 10:40 / 조회 : 2787
  • 글자크기조절
image


부부 사이에도 비밀은 필요하다. 연인 사이는 물론이다. 사람은 공적인 나로, 개인적인 나로, 비밀의 나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완벽한 타인'은 그 비밀이 드러날 때를 살짝 엿본다. 월식으로 가려진 달을 보는 것처럼.

불알친구인 태수(유해진)와 석호(조진웅),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서울에서 그럴 듯하게 살고 있다. 2000만원 짜리 욕조가 구비된 석호의 집들이로 오랜만에 한데 모인다. 석호는 아내 예진(김지수)과 음식을 준비한다. 예진은 도통 말 안 듣는 딸과 실랑이한다. 석호는 시장에서 나물 파는 집 아들이었지만 이젠 서울대 나와서 어엿한 성형외과 의사다. 예진은 잘나가는 정신과 의사다.

태수는 아내 수현(염정아)과 집을 나선다. 변호사인 태수는 아이 둘 키우고, 시어머니 모시는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가 못마땅하다. 준모는 신혼인 세경(송하윤)과 같이 온다. 깨가 쏟아진다. 준모는 세경 어머니 덕에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집들이 준비에 한창일 때 영배가 온다. 친구들은 이혼하고 혼자 사는 영배가 여자친구 민서를 데리고 올지 기대한다. 하지만 영배는 민서가 아프다며 혼자 왔다.

맛있는 식사에 재밌는 이야기. 술이 오르기 시작하자 예진이 한가지 제안을 한다. 비밀이 없는 친구들이라면, 휴대전화 내용도 공유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오는 휴대전화와 메시지를 모두 공개하자며. 떨떠름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모두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각자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Perfetti sconosciuti, Perfect Strangers) 리메이크다. 그런데 한국영화 영어 제목은 'Intimate Strangers'다. 사적인 타인, 성적으로 친밀한 타인이란 뜻이다. 그러니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은 더 성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타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이재규 감독은 TV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으로 유명한 스타PD 출신이다. '역린'으로 스크린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완벽한 타인'으로 4년만에 돌아왔다. 탄탄한 원작과 말맛 넘치는 시나리오, 한 달이 채 안되는 촬영 일정으로 짜여진 좋은 기획, 앙상블이 기대되는 배우들. 이재규 감독은 이 차려진 밥상에 그 나름의 숟가락을 꼽았다.

그는 웃음으로 몰아치다가 중간중간 쉼표로 영화의 완급을 조절하려 한 것 같다. 영화보다는 TV드라마에 가까운 이 완급 조절은 '완벽한 타인'에는 적합했다. 점점 밭아지는 최근 영화 흐름과는 다르다. '완벽한 타인'이 블랙 코미디에 소프 오페라 같은 소동극인지라, TV드라마 같은 문법이 주효했다.

'완벽한 타인'은 관계로 인물이 드러나기보단 각 배우들의 개인기로 드러난다. 분명 부부 사이들이지만, 친구들이지만, 각자의 관계로 얽혀있지만, 캐릭터의 발현은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한다. 위태위태하다. 신기하게도 이런 배우들의 각자도생이 이 영화와는 맞아떨어진다. 영화의 웃음 태반도 유해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공이다.

통상 '완벽한 타인' 같은 영화는 중산층의 위선을 이야기한다. '완벽한 타인'도 마찬가지다. 한 꺼풀 벗기면 추악하다. 포장돼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완벽한 타인'은 중산층의 위선보다는 섹스와 개인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럼에도 훈계와 교훈까지 담다 보니 더 나가지 못하고 멈췄다. 성적인 농담을 바탕으로 한 말로 하는 코미디는 아슬아슬하다. 대체로 성적인 농담이란 게 편견에 뿌리가 박혀 있는 탓이다.

진실을 밝혀 분란을 일으키는 것과 숨겨서 평화를 택하는 것 사이에선 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완벽한 타인'은 전자와 후자, 모두를 택했다. 그렇기에 '완벽한 타인'이 택한 결말에는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릴 것 같다. 말맛이 넘치는 블랙 코미디지만 뒷맛이 씁쓸한 까닭이다.

10월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