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실책 vs 호수비... 결국 큰 경기는 수비가 좌우 [WC 리뷰]

고척=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10.17 06:00 / 조회 :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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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호수비 장면. /사진=뉴스1

넥센 히어로즈가 KIA 타이거즈를 잡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단 한 경기로 끝냈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지만, 넥센의 집중력이 더 좋았다. 반면 KIA는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결국 핵심은 수비였다. 큰 경기는 수비가 좌우한다는 점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넥센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KIA와 치른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전 1차전에서 폭발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10-6의 승리를 따냈다.

마냥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KIA도 2-5에서 5-5로 추격하는 등 힘을 보였다. 하지만 넥센이 더 강했다. 경기 말미 다득점에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 넉넉한 격차의 승리를 거뒀다.

기본적으로 넥센의 방망이가 좋았다. 안타 개수는 11-8로 아주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뽑은 점수는 4점이나 더 많았다. 제리 샌즈가 홈런 포함 4타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샌즈는 1차전 MVP에도 뽑혔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수비다. 넥센의 수비는 단단했고, KIA의 수비는 허술했다. KIA는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하며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다 실책을 기록하고 말았다. 반면 넥센은 중요한 순간 호수비가 나오면서 실점을 막았다. 이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혼돈' 그 자체였던 KIA의 5회말 수비

우선 KIA다. 5회말이 힘겹기 그지없었다. 5회말 무사 1루에서 김혜성이 타석에 섰고, 카운트 2-2에서 5구째 파울을 쳤다. 이때 김혜성의 배트가 김민식 포수의 글러브를 스쳤다. 타격 방해. 김혜성은 자동으로 1루를 밟았다. 순식간에 무사 1,2루가 됐다.

다음 김재현이 유격수 좌측 강한 타구를 날렸고, 유격수 황윤호가 잘 잡은 뒤 1루로 송구했다. 송구가 원바운드 되면서 1루로 향했고, 1루수 김주찬이 베이스를 밟지 않은 상태로 포구해 태그를 시도했으나 미치지 못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정정됐다. 무사 만루였다.

이어 이정후가 카운트 2-1에서 내야 뜬공을 쳤다. 포수 김민식과 3루수 이범호가 타구에 반응했고, 심판진은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했다. 그런데 김민식이 팔을 벌려 공을 잡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가 갑작스럽게 몸을 뺐다. 3루수 이범호에게 넘긴 모양새. 하지만 이범호는 김민식의 콜 사인에 주춤했다.

결국 타구는 내야에 떨어졌고, 스핀을 먹으면서 파울 지역으로 향했다. 인필드플라이가 될 타구가 파울로 둔갑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다소 황당하게 놓친 것. 포수 파울실책으로 기록됐다. 다시 타석에 선 이정후가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2-0에서 2-1로 쫓겼다.

끝이 아니었다. 서건창 타석에서 투수 양현종의 폭투가 나왔다. 주자가 진루하며 2,3루. 냉정히 말해 김민식이 잡을 수도 있었던 공이다. 뭔가 묘하게 김민식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서건창은 유격수 땅볼을 쳤다. 여기서 황윤호가 공을 한 번 더듬었다. 황급히 1루로 송구했지만, 1루수 위로 향했다. 또 한 번의 실책이었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2-2 동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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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말 이정후의 타구를 김민식이 잡지 않으면서 파울이 됐다.



이후 샌즈의 2타점 2루타와 김하성의 적시 2루타가 터져 2-5가 되고 말았다. 결국 5회에만 실책 3개가 나왔고,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에 양현종은 비자책으로 4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6회초 이범호의 투런포와 7회초 나지완의 적시타를 통해 5-5까지 따라가기는 했다. 그냥 물러나지는 않은 셈이다. 하지만 애초에 5회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어려움을 자초한 모양새다.

게다가 동점 이후 다시 점수를 내줬다. 7회말 불펜이 무너지면서 4점을 내줬고, 8회에는 또 한 번 실책이 나오면서 추가 1실점이 올라갔다. 이정후의 평범한 2루 땅볼 때 2루수 안치홍이 포구에 실패했고, 공이 우익수 쪽으로 향했다. 볼넷 2개가 더해져 만루가 됐고, 박병호의 희생플라이로 추가로 1점을 더 내줬다.

정반대의 넥센 수비... 단단함에 호수비까지 더해

이처럼 KIA의 수비가 힘겹고 또 힘겨웠던 반면, 넥센의 수비는 단단했다. 우선 포수 김재현이 안정적인 리드와 수비력을 보였다. 김민식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공격도 준수했다. KIA 투수들을 적잖이 괴롭혔다.

장정석 감독은 경기 전 "수비를 보고 김재현을 선발로 낸다. 해줄 것 같은 기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현은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1안타 1득점 1볼넷을 올리며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이정후도 있었다. 이정후는 팀을 구하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5-5로 맞선 7회초 무사 1루에서 브리검이 최형우에게 좌중간 큼지막한 타구를 내줬다. 장타 코스였다.

이 타구에 이정후가 반응했다. 전력으로 타구에 따라붙었고, 미끄러지면서 타구를 잡아냈다. 공이 글러브 끝에 걸렸다. '슈퍼 캐치'였다. 이정후는 곧바로 2루로 송구했고, 스타트를 끊어 2루까지 갔던 나지완을 2루수가 태그해 아웃시켰다. 순식간에 더블 아웃이었고,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됐다.

빠졌다면 최소 2루타였고, 최소한 무사 2,3루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거의 중견수 지역까지 따라붙어 포구에 성공했고,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만들어냈다. 추가 실점을 막는 수비였고, 이는 7회말 다득점으로 가는 발판이 됐다.

야구는 많은 점수를 내는 것 만큼이나 점수를 덜 주는 것이 중요하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단기전에서는 다득점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잦다. 자연스럽게 수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전염성도 강하다. 어느 한쪽에서 실수를 하면 다른 선수들까지 동요할 수 있다. 한쪽이 호수비를 펼치면 다른 선수들까지 영향을 받기도 한다. 팀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수비가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승부를 갈랐다. 수비가 단단했던 넥센이 웃었고, 수비가 무너진 KIA는 고개를 숙였다. 4실책과 호수비. 차이는 극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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