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사진=OSEN |
KIA-넥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열린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KIA 타선은 5회 초 최형우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먼저 얻어 에이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그러나 양현종의 적(敵)은 넥센 타선이 아니었다. 내부, 더 자세히 말하면 동료 야수들의 수비에 있었다.
2-0으로 앞선 채 맞은 KIA의 5회 말 수비. 넥센 선두 타자 임병욱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날 넥센의 첫 선두 타자 출루였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KIA와 양현종의 악몽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무사 1루에서 넥센 김혜성이 스윙을 할 때 KIA 포수 김민식의 타격 방해가 선언됐다. 기록상 포수 실책이었다.
비디오 판독도 KIA의 편이 아니었다. 넥센 김재현이 초구에 유격수 앞 땅볼을 친 뒤 1루에서 접전 끝에 아웃이 선언됐다. 그러나 넥센의 비디오 판독 요청 뒤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순식간에 무사 만루. 이정후 타석 때도 KIA 수비진의 황당한 실수가 나왔다, 볼카운트 2-0에서 이정후가 친 공은 3루수와 포수 사이에 높이 떠올랐다. 그러나 포수 김민식도, 3루수 이범호도 주춤하면서 잡지 못했다.
공은 내야 그라운드에 떨어진 뒤 3루 내야 파울 라인 밖으로 나갔다. 기록상 포수 실책. 1사 만루가 될 상황이 파울로 돌변해 이정후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고, 곧바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임병욱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넥센의 만회점으로 스코어는 1-2가 됐다.
이어진 1사 1, 2루 서건창 타석 때도 KIA의 수비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양현종이 초구에 폭투를 범해 주자는 2, 3루가 됐다. 원바운드 볼이었지만 김민식이 잡을 수도 있는 공으로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곧바로 KIA의 이번 이닝 세 번째 실책이 나왔다. 볼카운트 3-1에서 서건창이 친 땅볼은 5회 말부터 유격수 수비를 맡은 황윤호에게 향했다. 그러나 황윤호는 공을 한 번 더듬은 뒤 급하게 1루로 던지다 악송구를 범하고 말았다. 그 사이 3루 주자 김혜성이 홈을 밟아 승부는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KIA 벤치는 투구수가 80개에 이른 양현종을 임창용으로 교체했으나, 불안한 수비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샌즈의 땅볼이 유격수 황윤호의 몸에 맞고 튀어 역전 2타점 2루타가 됐고, 2사 후 김하성의 외야 뜬공에 KIA 좌익수, 중견수, 유격수가 모두 몰려 들었으나 공은 끝내 글러브를 외면했다. 그 사이 스코어는 5-2로 벌어졌다.
양현종의 성적은 4⅓이닝 3피안타 3탈삼진 4실점(비자책). 1무승부만 해도 시즌을 마쳐야 하는 KIA로선 뼈아픈 수비 실책,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5회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