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죽음"..'풀잎들' 첫공개, 홍상수의 페르소나 김민희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8.10.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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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들' 예고편


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장편영화 '풀잎들'이 베일을 벗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 속 배우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16일 오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풀잎들' 언론배급 시사가 열린다.


'풀잎들'은 한 커피집을 배경으로, 그 곳에 모이는 사람들을 한 여자가 관찰하는 이야기다. 김민희는 주인공 아름 역할을 맡아 카페에 온 성화(서영화 분), 창수(기주봉 분), 경수(정진영 분), 지영(김새벽 분), 미나(공민정 분), 홍수(안재홍 분) 등을 관찰한다.

흑백영화인 '풀잎들'은 각각 짝을 맞춘 배우들이 카페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관찰자 아름이 코멘트는 다는 방식이다. 주인공들의 대화는 롱테이크로 진행되며 카메라의 줌인과 줌 아웃, 그리고 평행이동으로만 표현된다. 극중 배경인 카페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클래식에 주인공들의 대화가 올라간다.

남녀의 대사가 오가는 가운데,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것 같지만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파편들이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죽음, 사랑 등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암시된다.


영화 속에는 '죽음'이라는 이야기가 깊이 깔려 있다. 친구의 자살로 인해 서로를 원망하지만 결국 서로의 행복을 찾는 남녀, 자살하려다가 살아나 젊은 여자에게 얹혀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남자, 사랑하는 사람의 자살의 책임을 자신에게 묻는 남자에게 "사랑했을 뿐"이라고 답하는 여자. 이들의 이야기는 사랑과 죽음 사이에서 줄타기 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극중 아름이 동생 진호(신석호 분)와 동생의 여자친구 연주(안선영 분)을 만나는 장면이다.

식당에서 동생 커플을 만난 아름은 이들에게 결혼할 생각이냐고 물은 뒤, 결혼에 대해 독설한다. "서로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동생의 여자친구 연주의 말에 아름은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결혼이냐",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사랑은 개뿔", "결혼? 웃기지마", "다들 그렇게 결혼해서 불행하게 사는 거다", "결혼을 해서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지" 등의 대사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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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김민희 / 사진=AFPBBNews뉴스1


영화 자체가 주인공들의 대사만으로 이뤄져 끌어가는 가운데, 김민희가 쏟아내는 대사들은 홍상수 감독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가 영화 감독의 생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현재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 될 수밖에 없다. 영화 시사회후 기자간담회도 가지지 않고, 인터뷰도 하지 않기에 작품에 대한 해석을 그들의 대사로 할 수 밖에 없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지만 영화 말미 "그래도 사랑이 최고야"라고 외치는 경수의 대사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대화의 목적이 언제나 젊은 여성을 향해 있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화법도 여전하다.

한편 '풀잎들'은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으로 월드 프리미어로 첫 공개됐으며 이후 전세계 영화제에 초대 됐다. 10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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