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정성이 보일 거라 믿어요"..김인권이 '발버둥치는' 이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0.21 12:00 / 조회 : 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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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반의 장미'의 김인권 /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김인권(40)은 담담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놀라웠다. 마흔에 접어든 중견 배우의 반성과 진단은 겸손함을 넘어선 것이었다. '해운대', '광해' 두 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했으며 '방가방가', '전국노래자랑', '약장수' 등 주연으로서도 규모를 가리지 않는 작품에서 활약해온 김인권. 최근 그는 장르와 예산을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을 누비며 시도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코믹 신작 '배반의 장미'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김인권의 설명이다.

'배반의 장미'는 한 날 한 시 함께 죽기로 한 네 사람이 지방 모텔에 모이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동반자살을 약속한 세 남자가 먼저 모이고 마지막으로 유일한 여성이 방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김인권이 맡은 병남은 이들의 큰형님 격.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급기야 검은 돈에 연루돼 생명의 위협까지 받다가 함께 죽을 사람들을 모은 인물이다.

생명과 죽음을 오가는 인물이란 생각에 들뜬 가운데서도 진중함을 안고 가려 했다는 김인권. '배반의 장미'를, 배우로서의 행보를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 또한 진중했다. 그저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해 작은 영화로 다작 행보를 계속하게 됐다는 그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발버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발버둥을 치다 보면 작은 영화가 명맥을 잇는 과정에서 그 또한 의미가 생길 거라고, 저의 정성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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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반의 장미'의 김인권 / 사진=김창현 기자


-'물괴'는 큰 작품이었지만 여러 저예산 영화에 연달아 출연 중이다.

▶아직은 선택할 상황이 아니다. 배우가 없다 없다 하지만 많다. 가장 큰 이유라면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유일 것이다. 조연으로서 맞추고 제 역할을 잘 해서 극에 도움이 되는 걸 좋아하고 열심히 한다. 동시에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저예산영화에서는 롤이 크다. 더 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큰 것 같다.

-'배반의 장미'는 어떻게 출연했는지.

▶'배반의 장미'는 소속사 대표가 '형 읽어보세요' 하고 줬던 시나리오였다. 재미있겠다 하고 다른 작품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하고 속속 제작이 진행중이더라. A4 용지 몇 장으로 만났던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제게는 감사한 일이다. 영화화 과정에서 캐스팅이 되고 감독이 참여하고 하면서 왠지 모를 책임감이 생겼다. 다들 이 영화에서 역량을 펼치고 부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산이 적은 작품이다보니 아무래도 관객들을 기대치를 채우는 데는 부담이 있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하자는 마음에서 장르성이 강한 이야기를 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시대적인 분위기가 과거였는데, 완전히 바꾸면 맛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성적인 유머코드가 특히 많이 사용됐는데.

▶코미디는 권위를 추락시키면서 억압이 해소될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독재자를 희화화하거나 우리를 억압하는 조폭을 희화화하거나. 이 영화는 젠더 감수성이 떨어졌던 어떤 시기에 그것 자체를 의화화할 수 있으면 어땠을까 했다. 저는 병남이를 진지하게 표현하려 했다. 하룻밤 사이 성적 욕망에서 혼란을 느끼다가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변화해가는 주제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성적 욕망을 희화화하는 걸 좀 더 적극적으로 햇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상훈 형은 SNL코미디처럼 가볍게 표현했는데, 나름은 만화적 설정을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적으로 상훈이 형이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발을 맞춰가야 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저는 우울하고 슬픈 벼랑 끝에 있는 남자의 상황이 크게 다가왔다. 영화를 볼 때는 눈물도 났다. 마냥 웃기는 영화라고 하기엔 페이소스가 강하지 않았나 한다.

-코미디지만 아슬아슬한 대목이 눈에 띄는데.

▶영화의 주제는 이거라고 생각한다.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는 생명이다. 극중 남자들은 모두 죽음을 원한다. 그리고 거기에 등장한 한 여성이 죽음을 원했던 세 남자에게 생명을 줬다. '배반의 장미'는 역설적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말을 믿었다. 그것이 전달되길 바랐다. 그게 제 진심이다. 남자들끼리만 있었다면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도박 좋아하고, 죽음으로 가는 길을 가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예산 등 아쉬움이 있다보니까 부각이 안 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자의 성적 욕망이라든지, 생명을 내놓고 즐기는 부분을 반성하라는 부분이 있다.

-스크린 첫주연인 손담비는 어땠나.

▶일단 연기를 잘한다. 연습한 연기가 아니라 이 상황 저 상황에서 이렇게 저렇게 적재적소에 맞춰 잘 한다. 연기 외적으로 배우들과 지내는 데도 굉장히 매너가 좋았다. 사소한 것에 개의치 않는 여장부 면모가 있더라. 시나리오상 캐릭터에 부담이 있을 수 있는데 '뭐 어때, 괜찮아' 하며 대담하더라. 처음엔 무섭게도 느껴졌는데 지내다보니까 소탈하고 겸손하겠다는 걸 알았다. 다가가기 힘들지만 한번 가까워지고 나면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배우들간의 합은 좋았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며 걱정한 부분이었는데 해소가 됐다. 주고받는 과정에서 합이 나온다. 공통분모 없이 잘 분화됐다는 생각이다. 저는 죽음의 정서를 가지고 약간 진중하게, 상훈이 형은 성적 욕망을 최대한 희화하하는 쪽으로, (김)성철은 순수함을 담당하고 손담비씨는 여장부스럽게 삶을 개척해 저희를 구해낸다. 호흡이 참 좋았다.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만 난다. 매번 신 들어가기 전에 대사 총정리를 했는데, 줄인 대사가 많다. 엑기스만 남겨놓고 심플하게 만들었더니 애드리브 여지가 생겨서 상당히 많은 애드리브가 들어갔다. 어떻게 저렇게 호흡을 했지 했을 정도로 괜찮았던 것 같다. 눈치를 봐 가면서 살살 해야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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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반의 장미'의 김인권 / 사진=김창현 기자


-믿고 보는 배우로서 책임감과 부담도 커져갈 것 같다.

▶발버둥을 치고 있는 중이다. 영화를 하고 싶고 연기가 하고 싶어 예산, 개런티 상관없이도 출연한다.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고 대학원 단편영화에도 출연하고, 그 와중에 '우체통'이라든 단편은 칸 초청도 받고 그랬다. 다음에 촬영하는 몽골 합작영화도 있다. '배반의 장미'도 그 과정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배우로 해 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런 것이 아니다. '해운대', '광해', '방가방가', '전국노래자랑' 등등 여러 좋은 콘텐츠에 묻어서 지금까지 왔다. 지금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노력과 스태프의 정석에 저는 정말로 숟가락 하나를 얹어 왔던 것이다. 전에는 작품을 재고 따지고 또 소심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게 없다. 물에 빠져서 바닥까지 찍고 보자 하는 상황이랄까. 이렇게 발버둥을 치다 보면 작은 영화가 명맥을 잇는 과정에서 또한 의미가 생길 거라고, 저의 정성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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