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현장] ① '축구 중심' 독일·영국 구단, 사회 공헌도 '톱 클래스'

보훔(독일)·런던(영국)=박수진 기자 / 입력 : 2018.10.17 06:20 / 조회 : 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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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군인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손흥민(맨 왼쪽)과 해리 케인(가운데). /사진=토트넘 파운데이션 제공
한국 프로스포츠, 나눔 활동의 나아갈 방향


마케팅의 대부이자 세계적인 기업 컨설턴트로 명망이 높은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87) 미국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인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를 통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일류 기업들은 모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했다"며 "이를 올바로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 구단과 선수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구단들이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이런 요구는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프로 스포츠 구단과 선수의 사회 공헌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하면 더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

프로 스포츠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 구단들도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명문 구단들과 비교하면 아직 질적, 양적 측면에서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스타뉴스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스포츠 선진국들과 국내 구단의 사회 공헌 활동을 현장 취재해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나눔 활동의 나아갈 방향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축구 중심' 독일·영국 구단, 사회 공헌도 '톱 클래스'


지역과 밀착 연결돼 있는 독일

꽤나 날씨가 쌀쌀해진 10월 초 이청용(30)이 속한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2(2부 리그) VfL 보훔 구단의 사회 공헌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보훔을 찾았다. 2016년 기준으로 약 36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다소 조용한 도시다. 탄광이 많아 광업과 공업이 발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광 산업 또한 활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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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가득 메운 보훔 홈 팬들. /사진=박수진 기자
보훔 구단은 이런 지리적인 특성을 활용해 사회 공헌에 생태적인 측면을 접목했다. 자원의 활용, 환경 보호 등의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선 보훔 지역 20만 가구에 직접 가스, 전기, 수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보훔 시영 사업체'와 손 잡고 매 시즌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등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보훔 구단은 홈 구장인 보노비아 루르스타디온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해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종전 일회용 컵은 최대 5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했는데, 이 시스템에서 쓰는 재활용 컵은 최대 40회 이상 다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분데스리가2 소속 구단으로서는 유일하다. 독일 환경 위원회의 권장 사항임에도 1부 리그(분데스리가1) 소속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샬케 04만이 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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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훔 구단의 사과 나무 심기 프로젝트. /사진=보훔 구단 제공
아울러 보훔 구단은 2017년 11월 보훔 지자체와 합동으로 500그루의 사과 나무를 지원했다. 가구당 최대 2그루씩 신청을 받아 지원했는데, 신청 시작 4일 만에 접수가 완료됐다. 이는 보훔 구단의 생태학적 사회 공헌과 일맥상통한다.

환경적인 측면뿐 아니라 지역 생활 체육 활성화에도 힘쓴다. 보훔 구단은 유소년 축구팀, 여자 축구팀을 비롯해 댄스 스포츠, 배드민턴, 농구, e스포츠, 테니스, 탁구 종목의 지역팀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독일 구단이 비슷한 취지로 타 종목 구단을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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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팀의 홈 구장인 룬트스포르트할레 보훔. 축구 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박수진 기자
보훔 구단 사회공헌 담당자 미리암 슈미트는 이런 활동들이 "의무적으로 하는 일이 아닌 축구 구단의 DNA"라고 강조했다.

경기장에서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경기 시작 약 한 시간 전에 구단 관계자가 어린이 팬들을 인솔해 경기장 구석구석을 안내하는 것이 돋보였다. 선발 라인업 배포 과정, 기자실 현황, 기자회견 절차 등을 어린이 팬들에게 꼼꼼히 설명해주는 장면은 배울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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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약 1시간 전 기자실 견학을 온 보훔 어린이 팬들. /사진=박수진 기자
보훔 구단 출입 기자들은 독일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들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기자에게 다가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보훔에서 뛰었던 김주성(52)은 물론 레버쿠젠과 함부르크를 거친 손흥민(26)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의 축구 선수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리그 지원을 등에 업은 잉글랜드

독일과 영국은 나란히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꼽히지만, 사회 공헌의 역사와 방식은 다소 다르다. 독일이 지역 밀착형으로 오랜 시간 사회 공헌을 했다면 영국 구단들은 대체로 2000년 이후 사회 공헌이 활발해졌다. 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활성화와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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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파운데이션 건물. /사진=토트넘 파운데이션 제공
보훔에 이어 찾은 곳은 손흥민이 뛰고 있는 EPL 토트넘 구단이었다. 영국 북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파운데이션을 직접 방문했다. 런던 중심과는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역에 내려 약 5분을 걸어가니 토트넘 핫스퍼 새 구장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건설 현장 바로 옆에 파운데이션 건물이 보였다.

현재 토트넘 구단은 오는 12월 중순 새로운 구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토트넘은 구단 박물관이 없어 새 구장 개장에 맞춰 해리티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쉽게 말해 구단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개념이다. 1882년 설립된 토트넘의 역사를 향후 500년까지 보관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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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파운데이션 요한나 영 매니저. /사진=박수진 기자
토트넘 파운데이션은 2007년 1월 만들어졌다. EPL 대부분의 구단과 비슷하다. 파운데이션의 최대 목적은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이다. 파운데이션 매니저 요한나 영은 "우리는 매주 화요일마다 지역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을 하고 있다"며 "토트넘 지역은 현재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지만, 올 해 말 개장될 경기장 업무에 직접 투입될 기술을 주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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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새구장의 건설 현장. /사진=박수진 기자
영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새로운 구장이 완성되면 약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구장 관리, 보안 요원, 티켓 판매원, 구장 요리사, 하우스 키핑 등 여러 분야가 이에 해당한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 학교의 축구 프로그램, 지역민에게 건강 검진 및 암 환자 지원, 장애인 체육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구단 소속 선수들은 경기력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참여한다. 구단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사회 공헌 선수를 직접 지정하는데, 선수당 1년에 1회 정도는 참여하는 꼴이다.

이는 EPL의 지원 덕분이기도 하다. 영국에는 7부리그의 구조로 약 200개 이상의 축구단이 있다. 이 가운데 20개 구단만이 최상위 1부 리그에 속한다. EPL은 파운데이션 활동을 권고하고 있어 지원금을 지급한다. 구체적인 지원 내역은 밝히지 않았지만 1년 동안 평균 100만 파운드(15억원)의 금액을 지출한다고 했다.

여기에 학교 축구 프로그램과 팬, 자선 단체의 기부가 있고, 토트넘 구단에서도 일부분을 지원한다. 기부에 비교적 개방적인 영국에서는 인기 구단일수록 팬들의 기부 금액이 많은 편이다. 또 구단끼리 담당 지역을 세부화한다. 토트넘은 런던의 36개 구역 가운데 4개를 담당하고 있다. 이 또한 EPL 사무국의 장려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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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구 프로그램에 참가한 토트넘 미드필더 빅터 완야마(가운데). /사진=토트넘 파운데이션 제공
토트넘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농구, 테니스, 복싱, 탁구, 크리켓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축구 외 스포츠는 인기가 덜 하기 때문에 축구 팀에 비해 인지도가 다소 부족한 것이 흠이다.

토트넘은 지난 9월 인도에서 축구 코치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다. 1년에 한 번 정도 개최하는데, 높은 수준의 축구 코칭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EPL 구단들은 자신들이 세계 최고의 리그에 속해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토트넘도 마찬가지였다. 영 매니저는 "우리 구단은 이 지역을 기반으로 영원히 존재할 것이고,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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