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이정은 "'미션', 아버지 생각난 작품"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8.10.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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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변요한, 김민정 등 막강한 라인업 속에서 단연 시청자들의 이목을 파고든 이가 있었다. 새삼 '신스틸러'로 또 한 번 주목받은 이정은(49)의 얘기다.

구수하고 차진 경상도 사투리를 쓴 그는 유쾌하면서도 푸근하고 정감 갔다. 이정은은 지난 9월 30일 종영한 tvN 토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이하 '미션')에서 함안댁 역을 맡았다. 조선 최고 사대부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을 모시는 유모다. 최후에는 애신을 숨겨주기 위해 의롭게 죽음을 자처했다.


'미스터 션샤인'이 위태로운 조선과 그에 맞선 의병들의 고군분투를 진중하게 그리는 동안 함안댁은 틈틈이 분위기를 전환 시켰다. 장면 장면 귀여운 투덜거림으로 '함블리'라는 애칭을 얻었으며, 눈깔사탕, 빙수, 짜장면 등 다양한 '먹방'을 맛깔나게 소화해 '먹방 요정'으로도 등극했다. 별명이 생긴 것 자체로 인기를 실감한다는 이정은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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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사진=김창현 기자


-사전제작부터 24회 방영까지 긴 시간을 '미스터 션샤인'과 함께 했다. 종영 소감이 남다르겠다.


▶ '미스터 션샤인'이 끝나고서 휴식을 취하려 했는데 곧바로 단편 영화를 하게 됐다. 정리를 다 하지 못하고 바로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어서 마음이 약간은 혼란스런 상태이기도 하다. 일 년간 너무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흥행하는 작품이어도 계속 의심하고 모니터링을 하게 되더라. 끝나고 나서야 반응을 알았다.

-인기를 실감하나?

▶ 내 또래들이 가장 많이 알아봐 주신다. 극 중 인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먼저 다가오신다. 그러면 나는 사인도 하고 오는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작품이 다 끝난 후에야 인기를 실감했다. 이번에 광고도 두 번째로 찍게 됐다. 나에겐 되게 놀라운 일이다. 광고는 무한 반복의 과정이더라. 확실히 다른 매체인 것 같다. 내가 이때 아니면 언제 광고를 찍어 보겠나.(하하)

-주인공 애신의 의병으로서의 모습만 남고 대부분의 주인공이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했다. 엔딩은 어떻게 생각하나.

▶ 이 드라마의 비극이 우리에게 새로운 걸 상기시키는 것 같다. 옛날에는 사랑에 대한 주제를 많이 생각해 봐서인지 요즘에는 '조국'이란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더라. 나는 88년도 운동권 세대다. 비극적인 마무리가 우리에게 상기하는 바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안댁의 유쾌함이 극 중에서는 다소 튀어 보일 수도 있는 톤이었다. 캐릭터 연구에 힘을 많이 쏟아야 했을 텐데.

▶ 처음에 찍을 때는 나도 균형이 맞을까 고민했다. 사투리도 쓰니까 전달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전에 사투리 연기를 해서 전달은 자신 있었다. 감독님과 계속 의논을 하면서 연기했다. 걱정이 많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 주변을 밝게 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게 장면이 살겠다고 결론지었다. 작가님이 진짜 글을 잘 쓰시는 게, 내가 총알을 빼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캐릭터가 잘 설명되게 장면의 배치를 잘 해주셨다. 가벼워도 진중할 수 있게 보였다.

-알고 보니 서울 토박이더라. 사투리 공부는 어떻게 했나.

▶ 김은숙 작가님이 대본을 쓰면 그걸 옮기는 진주 출신 보조 작가들이 있었다. 지난번 MBC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 때도 그렇지만 함경도 사투리가 힘든데, 내가 발로 찾아서 선생님을 고용한다.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서 대본 체크를 하고 연기했다. 최민경 씨라는 배우의 조력이 50% 이상 도움이 됐다.

-실제 이정은도 함안댁과 비슷한 성격인가.

▶ 나는 함안댁보다 겁이 많다. 불의에 저돌적이기보다 적당히 기회를 본다. 약간 겁쟁이다. 오히려 신정근 선배님(행랑아범 역)이 충신이다. 실제적인 김태리 씨의 오른팔 역은 그분이 많이 담당했다.

-신정근과의 로맨스도 흥미로웠다.

▶ 신정근 선배가 정말 상남자다.(웃음) 근데 정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대로 연기를 한다. 정직하고 담백하게 연기를 하셔서 눈만 봐도 애정이 느껴졌다. 마지막 대사를 할 때 오랜 촬영을 같이 견뎌낸 것이 떠올라서 묘한 동질감이 이어졌다. '내가 정말 정근 오빠를 좋아하나?' 싶을 만큼 애틋해졌다.(웃음) 내가 언제 그런 걸 해보겠나.

-워낙 출연진도 많고 촬영 회차가 많았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 나는 8, 9개월 작업했고 사전작업까지 하면 1년간 함께 했다. 오랫동안 함께 해서인지 피곤할 때 서로 금방 알아챘다. 전우애가 많이 쌓였다. 팬이 있는 배우들이 많아서 커피차도 많이 오더라. 나로서는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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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사진=김창현 기자


-촬영 때 혹독한 날씨도 많이 고려해야 했을 텐데.

▶ 아무래도 좋은 그림을 만들려면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긴 하다. 이응복 감독은 글을 시각화시키는 데 탁월하다. 현장에서 날씨를 견디는 건 나뿐만 아니라 다들 견뎌야 하는 과정이었다. 다들 합심했다. 영화를 하시던 의상팀이 들어오셔서인지 그래도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한복 안에 핫팩도 많이 붙이면서 보온 작업을 했다.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뜻밖의 '미스터 션샤인' 수혜자가 됐다.

▶ 시청자들이 많이 알아주는 것도 중요한데 작품에 집중돼 있을 때가 진짜 전성기라 생각한다. 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희열이 느껴진다.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앞으로도 할 게 많이 남아있다. 나와 비슷한 타입의 배우들도 있을 텐데 늦게까지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크든 작든 즐겁게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연극을 하다가 한 번 많이 아픈 후에 TV 매체에서 연기를 하게 됐다. 작년에 일본에 체류하면서 '야끼니꾸 드래곤'을 촬영했는데 그때 몰두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분들과 연기를 했는데, 그분들이 되게 겸손하게 작업을 하시더라. 몰두라는 게 '기본적으로 생각했던 걸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헌 씨도 촬영장에서 비슷한 느낌이었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이 느껴진다.

▶ 과거에는 이 얼굴로 배우를 잘 못했다. 우리 엄마도 '연극이나 해라'고 하셨다. 처음 TV 드라마를 할 땐 NG에 대한 카메라 울렁증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영상을 못할 거라 생각 했다. 울렁증 있는 후배들에게 나도 그랬다고 용기를 주고 싶다. 그걸 극복하는 건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보는 사람을 너무 신경 쓸 때 울렁증이 오는 것 같다. 재미있는 역을 하다 보니 나약한 이정은보다 진보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여성들이 이전에는 피해자로 그려졌는데, 입체적인 여성 역할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회의 전반적인 기운인 것 같다.

-'미션'에서 따로 애정이 갔던 캐릭터가 있다면?

▶ 애신이는 정말 힘들었을 거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진 초이 역이 매력 있더라. 우리 아버지가 피난민이셨다. 어렸을 때 거제도에 살았다. 형제가 많았는데 가난했다. 미군 장교가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한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못 가게 하셨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 '미션'은 아버지도 생각난 작품이었다.

-이번에 김은숙 작가와 함께 작업한 소감은?

▶ 내 캐릭터를 잘 살려주신 것 같다. 또 불러주시면 좋겠는데 그건 모르겠다. 마음의 소리로 ‘또 써주세요’ 하고 싶다. 작가들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 김은숙 작가님은 평상시에도 말씀을 되게 잘하시더라.

-차기작은 무엇인가.

▶ JTBC '눈이 부시게'(가제)로 찾아뵐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 자기 목소리를 내고 초능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긍정적인 힘을 미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이를 먹으니 아이,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 롤 모델이 일본 배우 키키 키린이다. 그분이 노후에 미쳤던 영향력이 좋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건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너무 호응을 해주셨는데 잠시 쉬기도 하면서 내년에 또 좋은 인사를 드려야겠다. tvN '아는 와이프'에 이어 JTBC '눈이 부시게'(가제)를 통해 한지민 씨와 또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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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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