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나고..본전 못찾은 추석 영화들이 남긴 교훈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0.11 09:00 / 조회 :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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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부터 한글날까지 이어진 극장 대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시즌 극장 대전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추석 연휴부터 한글날까지 이어진 9월 말, 10월 초 극장 대전이 슬슬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추석 연휴와 개천절, 한글날까지 이어진 올 추석 극장가는 '안시성'이 1위를, '베놈'이 2위, '암수살인'이 3위를 기록 중이다. 9월19일 개봉한 '안시성'이 10일까지 526만명을, 10월3일 개봉한 '베놈'이 268만명을, 같은 날 개봉한 '암수살인'이 219만명을 각각 동원했다. 9월19일 개봉한 '명당'은 지난 10일까지 207만명을, 같은 날 개봉한 '협상'은 194만명이 관람했다.

'안시성'이 얼핏 최종 승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1위는 '베놈'이며, 한국영화 1위는 '암수살인'이 될 전망이다. 200만명이 손익분기점인 '암수살인'은 당분간 흥행 추이를 유지해 이 기간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세라면 '암수살인'은 곧 '베놈' 성적을 뛰어넘을 것 같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안시성' '명당' '협상'은 모두 극장 관객 수입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5억원이 투입된 '안시성'은 580만명 가량이, 100억원 가량 투입된 '명당'과 '협상'은 각각 300만명 가량이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이다. 추석 영화 3편 중 '안시성'만 극장수입과 해외판권, VOD 수입을 더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 같다.

만듦새도 만듦새지만 추석 영화들이 이 같은 저조한 성과를 낸 건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다경쟁 탓이 크다. 그중 CJ ENM의 배급 전략 오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이번 추석 시즌은 유례없이 100억대 이상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영화 세 편이 같은 날 개봉했다. 개봉 전부터 한정된 시장을 놓고 벌이는 이 같은 출혈 경쟁은 본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자아 냈다.

통상 한국영화 대작들은 같은 날 개봉을 가급적 피한다. 한국영화 대작끼리 같은 날 개봉할 경우 출혈 경쟁이 예상되기에 가급적 맞불은 피하기 마련이었다. 올 추석은 달랐다.

올해 추석 개봉일 확정은 '안시성'이 제일 빨랐다. NEW는 7월 27일 일찌감치 9월19일 개봉을 확정 발표했다. 이어 메가박스가 8월 10일에 '명당'을 9월19일 개봉한다고 발표했다. CJ ENM은 8월 20일에 '협상'을 9월19일 개봉한다고 밝혔다.

즉 CJ ENM은 '안시성'과 '명당'이 같은 날 개봉한다는 걸 확인한 상태에서 고심 끝에 '협상'을 두 영화와 동시 개봉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각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최근 몇년간 치열한 개봉 눈치싸움에 갈수록 개봉일 확정 발표를 늦추고 있다. 대략적인 개봉월만 한두달 전쯤 공개한 뒤 개봉 3주 전쯤 개봉일을 고지한다. 그만큼 개봉일 수싸움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달 앞서 개봉일을 확정해서 발표하는 건, 다른 투자배급사들에게 그 날짜는 피하라는 암묵적 메시지다. 올 여름 '신과 함께2'가 그랬고, 올 추석 '안시성'이 그랬다.

하지만 '신과 함께2'는 각 투자배급사들이 알아서 그 날짜를 피한 반면 '안시성'은 맞불 작전을 펼쳤다. '안시성'이 상대적으로 손쉬워 보인 탓이다.

결과적으로 CJ ENM으로선 오판을 했다. 올 추석 연휴가 짧은 데다 세 편의 한국영화 대작이 동시에 맞붙을 경우 나눠먹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간과했다. 더욱이 이미 두 편의 대작이 같은 날 개봉을 확정한 뒤였다.

CJ ENM으로선 '안시성'과 '명당'이 사극인 반면 '협상'이 현대물이니 비교 우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비교 우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세 편이 나눠 먹기에는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걸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협상'은 개봉 확정이 늦었기에 상대적으로 마케팅도 늦었다. 다른 두 영화에 비해 마케팅 출발이 늦어지면서 개봉 전 선호도와 인지도도 가장 낮았다.

결국 '협상'은 상영 초반 '안시성'과 '명당' 뿐 아니라 '더 넌'에까지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영화계에선 '협상'이 9월19일이 아닌 다른 시기에 개봉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성적이 나왔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J ENM은 한국 최대 메이저 투자배급사다. 그렇지만 지난해 줄줄이 흥행 쓴맛을 본 뒤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있으면서 오히려 전략 오판이 늘었다. CJ ENM 영화 파트 담당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거 회사를 떠나면서 공백이 제대로 메워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영화 부문 대표를 외부 인사인 윤제균 감독에게 제안했다가 영화계에 소문이 돌고 끝내 고사당하기까지 했다.

추석 연휴부터 한글날까지 이어진 이번 극장 대첩은 영화계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안시성'과 '명당' '협상' 등 출혈 경쟁의 위험, 관객 평점과 맞붙었다가 역풍을 맞은 '물괴', 주연배우 인터뷰조차 못하는 일정으로 무리하게 개봉을 확정한 '원더풀 고스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제작에 교훈을 남긴 '암수살인'.

이 교훈들이 한국영화계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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