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TV]'미스터 션샤인' 예감했던 새드엔딩, 예상못한 '의병'의 힘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0.01 08:00 / 조회 : 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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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스터 션샤인' 화면 캡처

총, 영광, 새드엔딩. '미스터 션샤인'이 시작하자마자 의미심장한 그 세가지를 이야기할 때부터 어쩐지 엔딩을 알 것만 같았다. 조선의 독립을 향한 길을 걷기로 선택한 그 여인 때문에 이 세 남자가 달라질 줄 알았다. 그리고 셋 모두가 이렇게 아프게 떠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진짜로 그랬다. 지난달 30일, 24부작 대단원을 마무리한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의 마지막이 그랬다.

애기씨 애신(김태리 분)의 가마에 올라 목숨을 건졌던 백정의 아들 구동매(유연석 분)는 일본 무신회의 손에 결국 목숨을 잃었다. 늘상 칼과 피를 달고서 오늘만을 살면서도, 한 달에 한 번 애기씨의 동전 한 닢을 받는 것을 낙으로 삼던 그의 마지막은 역시 애기씨였다. 그 고운 여인이 망해가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총을 드는 걸 보며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이라 이죽거렸던 그는 죽음 직전 애기씨를, 그 한 마디가 자신을 괴롭혔다는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그렇게라도 제가 애기씨 생의 한 순간만이라도 가졌다면 이 놈은 그것으로 된 것 같다."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던, 조상의 업을 수모로 갚는 것을 제 몫이라 여기던 김희성(변요한 분)은 결국 유서와도 같은 신문을 펴내는 일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 어쩌면 무용해 보이는 조선을 지키겠다 결연히 나선 애신을 통해 처음 눈을 떴던 일이었다. 그는 진정 애신을 소중히 여겼기에 결국 그대로 보내주기로 마음을 먹은 비운의 정혼자이기도 했다. 칼 대신 펜을 잡고 글로써 그녀의 편에 섰던 그는 일제의 고문 끝에 세상을 떠났다. 고애신, 그 이름과 한 편으로 묶인다면 영광이겠다는 말과 함께.

조선의 노비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았으며, 조선을 지키고자 한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던 유진 초이(이병헌 분)는 결국 그녀를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조선을 미워했으나, 조선을 사랑하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이 그에게는 또한 비극이자 행복한 운명이었다. 애신이 사랑하는 조선을 지키겠다면 자신은 사랑하는 애신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말을, 자신의 '러브'를 지켜냈다. 그의 손가락에, 그녀의 목걸이에 남은 반지 한 쌍과 단정한 흑백사진이 남았다. 그리고 끝끝내 살아남은 고애신이 남았다.

그녀를 사랑한 세 남자를 뒤로한 채 고애신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남자의 희생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흔히 등장하곤 헀던 민폐 캐릭터와 고애신은 출발과 끝이 모두 다른 캐릭터다. 존경받는 사대부 가문의 애기씨인 그녀는 고운 한떨기 꽃이 아니라 총을 들고 행동하는 의병이 되길 선택한 인물이다. 스스로도 기꺼이 의병을 위해 희생했을 인물이다. 그는 '얼굴을 가리고 총을 들면 그저 의병'인 모두를 위해, 그들이 지키고자 한 조선을 위해 모든 희생을 딛고서 만주로 갔다. 2년 뒤 그녀는 여전히 조선을 구하고 있었다. 그녀는 떠나간 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나라를 파는 이들은 목숨을 걸지 않는다. 독립된 조국을 꿈꾸며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던 이들은 모두가 그녀의 동지였다.

"우리는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 다시 뜨겁게 타오르려 한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아름답고도 뜨거운 드라마였다. '미스터 션샤인'은 이상하게도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탰던 조선이라는 나라의 이상한 백성들을 아름답고도 뜨겁게 그려냈다. 그것은 드라마를 보기 전엔 미처 예상치 못한 김은숙 드라마의 새로운 주제였다. '의병'이란 이름 아래 하나였던 그들은 '미스터 션샤인'의 위풍당당한 주역이었고 주제였다. 그들의 존재가 일제 앞에 무너져간 조선을, '미스터 션샤인'이란 드라마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고애신과 유진 초이, 구동매와 김희성, 그리고 쿠도 히나(김민정 분). 그리고 이름 없이도 그저 '의병'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미스터 션샤인'의 중심에서 빛났다. 외신에 전해진 조선 의병들의 사진을 브라운관에 되살린 신은 강렬한 클라이막스가 이어진 마지막회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총과 영광의 새드엔딩. '미스터 션샤인'은 시작하며 선언했던 세 마디를 '의병'과 함께 펼쳐놓으며 24부작을 마무리했다. 그 여운이 잠시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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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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