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작품이 되다,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8.10.0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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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9월 15일부터 16일 양일간 ‘파이널 판타지: 디스턴트 월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파이널 판타지’는 스퀘어에닉스의 간판 RPG 프랜차이즈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한데요.

오래 전부터 JRPG를 좋아했던 사람은 물론이고, 이수영의 ‘얼마나 좋을까’만 들어도 뭇 사람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랜차이즈죠.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온라인게임 ‘파이널 판타지 14’로 각인된 ‘현재진행형’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려 30년을 이어온 게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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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와 국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파이널 판타지’ 프랜차이즈.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인기를 얻어 온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수많은 이유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유려한 음악입니다.

이런 팬들의 애정에 힘입어 론칭된 것이 ‘파이널 판타지: 디스턴트 월드’ 콘서트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삽입곡으로만 구성된 이 콘서트는 2007년부터 전 세계 투어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전문 합창단이 노래하는 ‘게임음악 콘서트’라는 수식어만으로도 가볼 가치가 충분할 텐데, 거기에 ‘파이널 판타지’ 프랜차이즈까지 합세하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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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양일간 열린 이번 공연에는 외국인 관객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과연 ‘파이널 판타지’의 글로벌한 인기를 입증하는 모습이네요.

콘서트가 열린 롯데콘서트홀은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좋은 점도 있죠. 오케스트라의 연주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거든요. 또 전면에 배치된 스크린에서는 연주되는 곡에 매치되는 영상을 상영해 ‘파이널 판타지’ 세계 속에 실제로 빠져들어간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해줍니다.

필자는 콘서트 첫 곡 ‘프렐류드’가 시작되던 순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입부에서 크리스탈의 등장과 동시에 하프 선율이 깔리자 울컥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죠.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 중 저만 그랬던 건 아닐 거라 믿습니다. 특히 1부 마지막 곡이었던 ‘초코보 메들리’에서는 ‘파이널 판타지’의 마스코트인 초코보의 매력발산에 연신 웃으면서 봤네요.

콘서트를 구성한 곡들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파이널 판타지 7’ 삽입곡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역사상 가장 호평을 받았고, 팬이 많았던 작품이라 그랬던 듯한데요. 마지막 앵콜곡에서 합창단이 ‘세피로스’를 외칠 때마다 지휘자인 아니 로스가 관객석을 돌아보며 떼창(!)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파이널 판타지 7’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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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이라 개인적으로는 조금 긴장을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친근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곡 소개가 나올 때마다 감흥에 젖은 관객들의 환호성이 일기도 했고, 곡 중간중간마다 다음 곡을 소개하는 지휘자의 유머러스한 멘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공연 중간에 빨리 파판 7 리메이크를 내놓아라! 라는 지휘자의 발언이 있었을 때에는 그야말로 객석이 뜨거운 환호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역시 7편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나다는 걸 체감했어요.

2시간이라는 공연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꽉 찬 콘서트였습니다. 굳이 아쉬운 게 있다면 유명 넘버들이 무수히 많다 보니 라인업이 좀 더 늘어났으면 했다는 것 정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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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콘텐츠적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콘텐츠 완성도보다는 경제적 가치, 또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만 언급합니다. 그런 인식에 가려 아트워크와 인게임 영상, 스토리까지 잘 어우러지는 좋은 게임이 '그저 게임'으로 취급받는 건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흔히 말하듯 '수준높은 문화생활'의 하나인 클래식 공연과 ‘파이널 판타지’의 만남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죠.

디토 오케스트라와 서울모테트합창단과 파이널 판타지가 만나 게임음악의 유려함과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소회가 남달랐습니다. 앞으로도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는 물론이고 다른 게임에서도 이런 기회를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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