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에서 악녀로, 그녀들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8.10.0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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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이고자 싶었던 악녀들의 속사정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굉장히 지독하고 몹쓸 설정들이 그녀들의 일대기에 간섭했고 절벽 끝까지 몰아 세우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긍정적인 의미로 바라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게이머에게 충분히 기구한 스토리를 가진 여성이라는 것을 어필하였고 이미 게임 속에서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감만큼은 그 누구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에서 악으로 변해가는 여성상을 담은 스토리 구조는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을 포함한 여러 장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면에서 단순히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것 이상으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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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메르시의 흑막설은 여러 게이머들에게 이목을 끌면서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오버워치 공식 스토리에 따르면 메르시는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선(善)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녀에서 악녀가 되길 원했고 악녀에서 선녀가 되길 원하는 일종의 기대심리가 옅보인다.

지금부터 선녀에서 악녀로 인생이 뒤바뀐 게임 속 그녀들의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한다.


내 죽음 횟수나 세 보시지 그래, 실바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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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에서 언데드까지, 와우 실바나스


선녀에서 악녀로, 그 첫번째는 두말 하면 입 아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영원한 엘프 실바나스다. 뛰어난 무예가로 어렸을 때 실버문 순찰대에 합류하며 꽃다운 시절을 전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귀족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 샀던 지라 그 누구보다 명예로운 활동이라고 자부했다. 자신의 오랜 고향 쿠엘탈라스 실버문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왔지만 나쁜 남자 죽음의 기사 아서스에 의해 죽음을 원해도 죽지 못한 언데드로 부활하게 된다.

자유롭고 싶어도 영원히 자유롭게 살 수 없어진 그녀는 아서스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육신을 찾아 헤매지만 그것 마저 쉬운 여정이 되지 못했고 복수에 대한 마음이 더욱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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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여럿 죽음에 대한 경험을 하는 그녀였지만 마음 속 아주 손톱만큼은 과거 자신이 엘프였다는 사실을 지니고 있기에 바라보는 우리들의 입장은 더 안타까우면서 이렇게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그녀를 보며 쾌락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도 그녀는 죽음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혹시 모른다. 그녀가 다시 엘프의 삶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지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내게서 숨지 못해, 위도우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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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위도우메이커


두번째 주인공은 바로 오버워치 트레일러 <심장>에서 압도적인 비주얼을 뽐내며 등장한 위도우메이커이다. 살색을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피부, 거미의 눈을 형상화 한 투시경을 낀 그녀는 눈 앞에 개미새끼 하나 움직이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전형적인 악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공식 스토리에서 본 위도우메이커는 암살은 커녕 개미조차 죽이지 못할 것 같은 매우 평범한 주부였다. 그녀가 지금의 모습처럼 악녀가 된 이유는 탈론이라는 테러조직에 영향이 있었다. 가혹한 세뇌를 받은 에밀리(위도우메이커의 과거 이름)는 온몸이 살상무기가 되어 전장을 지배하는 암살자 위도우메이커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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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우메이커의 과거 아멜리 모습을 창작한 유저들


선한 모습에서 악의 이미지를 가진 특별한 여 저격수라는 점에서 더욱 많은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가 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엉덩이도 한 몫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내가 드본의 여왕, 오키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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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 오키드나


생소할 수 있겠지만 아키에이지에 등장하는 오키드나라는 캐릭터다. 위 사진은 불과 4년 전 모습이다. 4년 동안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건지 감히 예상해보기 힘들 정도로 이미지가 180도 바뀌었다. 최근 아키에이지의 새로운 스토리가 공개됨에 따라 오키드나는 워본이라는 엄청난 대륙의 여왕으로 돌아왔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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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드나와 키프로사 데이어


최초의 12명 원정대에 속했던 그녀는 어렸을 때 고아가 되어버릴 뻔했지만 그녀의 언니 키프로사 데이어가 돌봄으로써 둘 사이의 유대감이 만들어졌다. 세계 대륙을 평정하고자 떠났던 원정대의 모험이야기를 살펴보니 오키드나가 함부로 만져선 안되는 금지된 정원의 문을 건드리게 되어 영원히 그 정원의 문기기가 되었다. 언니 키프로사가 문지기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며 오키드나에게 약속했지만 결국 이 둘은 만날 수 없게 되었고 오키드나는 그 때부터 언니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감에 휩싸이게 된다.

선녀에서 악녀로 바뀌기까지의 시간을 따지고 보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증오에 사로잡힌 그녀가 여왕으로서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들이 기대되지 않는가?

인간에서 실험체 그리고 다시 인간, 케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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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같은 그녀, 케리건


케리건은 소녀 시절 주체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그녀는 실수로 부모를 죽이게 된다. (이때만 해도 그녀가 기구한 운명을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봐도 무리가 아니었다고 본다.) 이를 본 테란 연합은 그녀를 실험체로 가두고 능력을 테스트 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유령 요원이 되어 마구잡이로 암살을 하게 된다. 블리자드라서 유사한 것인지 흥미로운 것은 와우의 실바나스가 마음 속 한편에 엘프의 의지를 기억하는 것처럼 케리건 자신도 저그를 이용해 비윤리적인 일을 벌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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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시절과 칼날여왕의 케리건. 사실 이 두 사진만 놓고 보면 악(惡)의 모습을 한 칼날 여왕이 더 멋져 보인다.


특히 스토리에 있어서 짐 레이너와의 알콩 달콩한 설정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설정이 없었다면 케리건이 세뇌당하고 이용당해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 큰 자극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짐 레이너와의 애틋함과 그녀에게 처한 안타까운 상황들은 비록 악녀가 되었더라도 더 보호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해서 게임 속 선과 악의 모습을 한 그녀들을 만나보았다. 선녀에서 악녀로, 악녀에서 선녀로. 이는 그녀들을 더욱 멋지고 품위 있게 만들어주는 스토리 속 필수 장치였다.

카리스마와 품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개성만점 매력을 뽐내는 그녀들.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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