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목소리는 변했지만..여유 생겼죠"[★FULL인터뷰]

이정호 기자 / 입력 : 2018.09.26 07:00 / 조회 : 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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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nhemg


"음악이 재밌어 보인다고요? 아닙니다. 사는 게 재밌어요. 음악부터 연기, 글쓰는 것, 심지어 장을 보러 가는 것까지도요."

가수 임창정이 또다시 가을에 돌아왔다. 2015년 '또 다시 사랑'을 시작으로 매해 가을마다 발라드곡으로 음원차트를 점령했던 그가 이번에는 14번째 정규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19일 발매된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발매 직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제목은 매우 길다. 노래를 발표할수록 제목이 길어진다는 지적에 "상업적 이유"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다. 그러나 임창정은 욕심을 크게 내지 않는 눈치였다. 일을 벌린 탓에 데뷔 후 가장 바쁘게 지내는 그지만 어린 아이와 같이, 임창정은 매일 탐험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다는 임창정이다.

"앨범 사진 죽이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6월에 로마, 베로나 등을 다녀왔어요. 여행이기도 하고 커버 작업 때문이기도 하죠. 겸사겸사. 노래도 즐기면서 해요. 저는 이런 작업방식을 좋아하거든요. 일상에서 즐겨야 노래도 나오니까. 평소에 즐기려고 합니다."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는 기존 임창정 표 발라드에 팝, R&B 요소를 섞어 새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임창정 스스로도 "이전보다는 밝은 느낌이다. 일부러 다른 색깔로 들리도록 편곡한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쿠스틱 느낌이 나지 않게 편곡하려 했어요. 요즘 흐름이기도 하지만 젊은 친구들을 위해서 그랬어요. 제 팬들이 30대, 40대, 50대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하하. 또 지금까지 내 느낌만 너무 강조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요. 그래서 젊은 층도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임창정은 타이틀곡에 대해선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별한 뒤 사랑했던 여자한테 미안해한다. 익숙함 때문에 소홀해지고 못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이 변화에 민감하다. 사랑할 때 남자들은 여자를 똑같이 사랑하는데 변했다고 하는 여자한테 서운하다. 그리고 헤어진 다음 후회한다"며 이러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전했다.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제주도 내려가서 처음으로 쓴 노래다. 타이틀곡 외에도 수록곡 대부분을 멧돼지와 작업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함께 살다시피 하며 작업했다"며 후기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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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려가서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멧돼지도 가족들이랑 같이 내려와 작업실 위에 방을 얻었죠. 작업실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어요. 하하. 멧돼지는 즐기면 안됩니다. 1년에 11개월 놀고 한 달 집중해서 일하는데요 뭘. 보통은 멧돼지가 앞에 쓰고 제가 뒤에 쓰지만 바뀔 때도 있고요. 서로 악상이 떠오르면 공유하면서 작업해요."

제주도가 준 선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선물은 역시 음악이다. 임창정은 "서울에서 살 때는 그냥 바쁘다. 없던 일도 생긴다. 그래서 곡을 쓰면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그냥 발표한다. 제주도에선 아이들 픽업하고, 운동하고, 독서도 하고, 수영도 하고 등 그냥 행복하다. 멜로디랑 가사를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이번 앨범을 자신 있게 들려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도 생겼다. 타이틀곡 키가 너무 높아 라이브가 힘들다는 것. 천하의 임창정이 엄살을 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짜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목소리도 변하기 마련인데, 이것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저지른 사랑'은 아직 부를만해요. 그런데 이번 곡은 저것보다 두 키 정도 높아요. 라이브로 완곡이 안 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힘들더라고요. 18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끝으로 라이브 무대는 없습니다. 그때도 반키 낮춰서 간신히 했어요. 저도 어느덧 46살입니다. 나이 앞엔 장사 없어요. 훌륭한 가수들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목소리가 변하잖아요. 그걸 고려 안 하고 '옛날엔 이정도는 불렀었지' 하면서 작업했죠. 제가 거만했습니다."

임창정은 목소리가 변해가는 것에 대해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는 "서글프다는 것은 옛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목소리가 변했다고 노래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인권 선생님도 지금과 옛날 목소리가 다르다. 아직 나는 할 수 없지만 조용필 선생님, 전인권 선생님, 건모형과 같이 말을 하는 가수를 꿈꾼다. 삶이 배여 나오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성적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다. "1위는 많이 해봤다"며 태연하게 웃는 그다. 임창정이 앨범을 내는 이유는 팬들에게 있었다.

"곡을 발표할 때마다 느끼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숙제 검사받는 기분이거든요. 언제부터인지 팬들이 남편, 아이와 함께 가게로 많이 놀러왔어요. 그분들도 이제는 내 팬이 아니라 어엿한 사회인인거죠. 함께 사는 이야기도 하고, 손 뻗으면 손도 잡아줄 수 있는 지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에게 숙제검사를 받는 느낌이라는 거죠. 늘 앨범 나오기 전에 먼저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아요. 솔직히 제 팬이니까 당연히 좋다고 하겠죠. 그렇잖아요. 그런데 전 그 '뻔한' 리뷰를 듣고 싶어서 앨범을 내요. 1등은 이제 제 자리가 아닙니다. 동생들도 미래가 있고 열심히 하는데 선배가 계속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죠. 저는 그저 팬들의 '뻔한' 리뷰가 좋고, 가장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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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해왔던 대로 가을에 컴백한 임창정이다. 역시 타이틀곡은 발라드곡. 이에 대해 그는 "내 에너지가 발라드에 특화됐다. 댄스곡을 쓸 수는 있지만 후련하지 않다. 절절한 발라드를 써야 스스로 만족감이 크다"고 발라드를 주력으로 가져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정규앨범이다. 임창정의 정규앨범에는 늘 한 곡씩 꼭 수록된다는 댄스곡을 포함해 R&B곡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 수록됐다. 곡이 전체적으로 영해졌다는 느낌 또한 받는다.

"이번 앨범의 댄스곡은 '그냥 냅둬' 입니다. '문을 여시오'의 시즌2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레트로 풍 EDM 곡이고요. 처음에는 트로트 느낌을 더 살려 부르고 했는데 너무 오바하는 것 같아 그렇게 녹음 안 했어요. '그 사람'이라는 곡은 R&B 곡입니다. 젊은 친구들 느낌으로 해보고 싶어서 만든 곡이고 많이 좋아해 주실 것 같아요."

제주도민이 되고,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기도 하지만 임창정은 데뷔 후 가장 바쁘게 보내고 있다. 앨범 작업부터 내년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인 드라마까지 쉴 틈이 없다. 그래도 임창정은 "즐겁다"고 웃는다.

"바빠요. 그런데 사는 게 재밌어요. 아이들도 다 커서 신경 안 써도 되고요. 연기도 재밌고, 쓰고 있는 시나리오도 재밌고요. 또 서울 오면 지인이 된 팬들 만나서 술 마셔야지, 후배들도 키워야지 정신없어요. 밥 먹을 시간이 없는 게 데뷔 후 처음입니다. 그래도 모든 게 재밌어요."

장난을 섞어가며 말하는 그지만 진심이 묻어있었다. 배우, 가수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임창정이지만 그는 후배들을 위해 힘을 쓸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제가 이 시대에 태어나 오디션을 보고, 가수가 되려고 했다면요. 저는 가수가 못됐을 것 같아요. 그냥 노래 잘하는 주방장이나 됐으면 다행이죠. 당시에도 오디션 100번 넘게 떨어졌거든요. 힘들었지만 저를 끝까지 믿어준 분이 딱 한 분 계셨어요. 이제는 제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을 봐서 좋은 애들 모아서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가수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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