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블랙넛 성적 가사, 모욕인가 성범죄인가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8.09.26 09:00 / 조회 : 2064
  • 글자크기조절
image
블랙넛, 키디비 /사진제공=저스트뮤직, 브랜뉴뮤직


"제가 받은 1년 이상의 동안의 고통을 블랙넛이 이번 판결을 통해 꼭 받았으면 좋겠습니다."(키디비)

래퍼 키디비(27, 김보미)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재판부를 향해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블랙넛의 성적 비하가 담긴 가사로 정신적 피해를 입어 결국 고소장을 제출한 키디비의 일침을 재판부는 어떤 판결로 답하게 될까.

키디비는 지난 2017년 5월 블랙넛(28, 김대웅)을 성폭력 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과 모욕죄 등을 적용,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1차 고소장에서 키디비는 블랙넛이 '인디고 차일드'라는 노래를 통해 자신을 성적으로 추행하는 가사를 담은 것과 블랙넛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을 '김치녀'(여성 비하를 뜻하는 은어)로 표현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검찰은 키디비의 1차 고소에 대해 블랙넛을 모욕죄로만 기소했다. 이후 키디비는 1차 고소 검찰 수사 도중 추가 범죄를 발견하고 2017년 10월 2차 고소장을 제출했다.

2차 고소에서 키디비는 블랙넛이 2016년 2월 악스홀 공연과 2016년 9월 공연에서 '자위 퍼포먼스'로 자신을 성적으로 모욕한 부분, 그리고 2017년 7월 공연과 2017년 9월 공연에서 자신을 모욕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이 내용 역시 모두 모욕죄로 적용하고 추가 기소, 앞선 사건과 병합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 13일까지 총 6차례 재판이 진행된 가운데 이번 사건은 오는 10월 18일 변론종결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의 구형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키디비는 6차 공판에서 블랙넛과 블랙넛의 변호인 앞에 가림막을 치고 증인석에 앉아 신문을 이어갔다. 키디비는 관련 사건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간중간 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의 심경을 전하는 과정에서 블랙넛이 가사로 표현했던 성적 비하 단어들도 여러 차례 말해야 했고, 블랙넛을 '저 분'이라고 표현하며 간접적으로 불쾌한 심경도 드러냈다.

키디비는 당초 이번 재판에 참석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넛이 공연과 가사로 한 모욕과 성적 비하로 인한 영향 탓이었다. 가수 활동은 사실상 멈춘 상태였고 병원도 자주 가야 했다고. 그럼에도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재판부에 자신이 느낀 정신적 피해를 직접 알린 셈이었다. 이 와중에 키디비는 몇몇 팬들로부터 SNS로 악성 댓글까지 받았다는 후문.

반면 블랙넛은 재판 내내 덤덤했다. 말을 아끼면서 차분하게 혐의를 부인하거나 키디비 측의 주장에 부동의했다. 블랙넛의 변호인은 키디비에게 "블랙넛이 쓴 '인디고 차일드'의 가사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단어 일부로만 가사를 이해한 것 아닌가" 등의 질문을 했다. 블랙넛이 키디비에게 한 가사와 공연은 모두 모욕의 의도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였다.

그렇다 해도 여러 재판에서 비쳐진 블랙넛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재판에 참석하며 자신의 앨범 홍보 문구와 심지어 키디비를 조롱했던 'kimchi' 문구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왔다는 점이 대표적이었다.

키디비의 이번 고소와 일침이 블랙넛에게 어떤 판결로 이어지게 될까. 과연 블랙넛의 이러한 성적 비하 발언과 공연에서의 퍼포먼스는 형량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재판이 블랙넛의 모욕 혐의 재판이라는 점이 포인트라고 짚었다. 애초에 이번 재판이 성범죄 관련 재판이 아니라 모욕죄 관련 재판이라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스타뉴스에 "만약 이 사건이 성폭력 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가사가 성적 비하를 의미했다고 할 지라도) 일단은 모욕죄에 초점을 맞추고 사건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물론 블랙넛이 1차 고소를 당한 이후에 이를 인지하고 나서도 공연에서 모욕하는 행위나 발언을 한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판에서 '김치 티셔츠'를 입고 온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형법 제311조에 따르면 모욕죄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명시돼 있고 1년 이하의 징역, 2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기자 프로필
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