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괴물신인' 전여빈이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8.09.25 10:30 / 조회 : 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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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여빈 / 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전여빈(29)은 올해 충무로 최고의 발견이다. 교복을 입고 살아 남은자의 죄책감을 연기하는 연기를 보면 감탄이 나온다. 실제 만나 본 전여빈은 자신의 마음 속에 삶의 지혜와 연기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준비된 배우였다.


전여빈은 최근 개봉한 영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죄 많은 소녀'가 공개된 이후, 전여빈은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한공주'의 천우희를 잇는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죄많은 소녀'는 친구의 죽음으로 그녀와 가장 마지막에 만났던 영희(전여빈 분)가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 이 소녀의 죽음과 이에 대한 책임, 죄책감을 서로에게 전가 시키며 보이는 가냘픈 인간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다. 전여빈은 영화 속에서 친구를 보내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영희 역할을 맡았다.

극중 전여빈은 관객을 사로잡는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영희의 감정을 따라가며 몰입하며 엄청난 흡인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전여빈은 자신을 향한 수식어 '괴물 신인'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아직은 얼떨떨하다는 전여빈은 '이것도 지나갈 것 같다'라며 들뜨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배우들인 '괴물신인'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막상 저의 일이 되니까 현실성이 없어요. 부담을 느끼기도 전에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을 해주실 줄 몰랐는데, 얼떨떨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기도 해요. 너무나 감사한 마음은 크죠. 제가 나이가 있기 때문에 들뜨지 않고, 이렇게 지나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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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여빈 / 사진=김휘선 기자


전여빈은 다수의 독립영화를 비롯해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여자들' 그리고 OCN 드라마 '구해줘' 등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25살부터 연기를 시작한 전여빈은 28살에 '죄많은 소녀'를 촬영하며 고등학생 역할을 연기했다. 그는 완벽하게 고등학생의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며 영화를 이끌어 간다. 오히려 나중에 전여빈의 나이를 알고 난 뒤 놀랐을 정도다.

"처음에는 고등학생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이이에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했죠. 다행히 고등학생처럼 봐주셨어요. 그런데 만약에 내가 진짜 10대 배우들과 같이 연기를 했으며 어색했을 거에요. 또래 배우들과 작품 속에서 어울리며 연기해서 잘 조화가 됐던 것 같아요."

전여빈은 극중 고등학생 연기를 하며 자신의 고교시절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자기 방어기제가 강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그 시절의 자신과 화해했다고 털어놨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에 목맸어요. 그때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죠. 잊고 싶던 시절인데 그때 겪었던 일들과 아팠던 일들을 떠올렸어요. 다시 생각하니 오히려 그때 그 시간들이 용서가 되더라고요. 저는 이 작품을 꼭 만났어야 했구나 생각했어요. 입시에 대실패를 하고, 그때는 인생의 실패자가 됐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미워하고 증오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 하느라고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1년 정도 방황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도 살고 싶은 의지는 있으니까 어떻게든 내가 나를 안아주고 싶었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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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여빈 /사진=영화 '죄많은 소녀' 스틸컷


의대 입시에 실패한 후 방황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는 꿈을 시작한 이야기. 어찌 보면 진부한 스토리지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전여빈의 목소리에는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입시에 실패한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전여빈의 학창시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읜 전여빈. 그녀의 어머니는 오빠와 그녀 그리고 어린 남동생까지 삼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부유한 환경이 아니었기에, 어머니는 투잡 쓰리잡으로 삼남매를 부양했고 그런 어머니를 보며 전여빈은 의사가 돼서 어머니를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녀의 학창시절은 그런 결핍에 대한 노력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자신을 채찍질하고 또 했던 것. 하지만 자신의 입시 실패로 그 꿈이 사라졌고 그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원망했던 것이다.

"저와 엄마, 그리고 오빠와 남동생은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를 굉장히 아껴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다 함께 상실을 겪어서 저희끼리 더 끈끈해진 것 같아요. 특히 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저희를 건사하기 위해 바쁘셨거든요. 삼남매가 정말 끈끈하죠. 오빠와 저 그리고 동생은 서로의 부모이자 친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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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여빈 /사진=영화 '죄많은 소녀' 스틸컷


전여빈이 방황의 시기를 겪은 뒤 배우가 될 수 있던 것도 오빠의 도움이 컸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오빠가 어머니에게 전달해서 중재를 해 연기를 배웠다. 전여빈은 당시 어려운 형편에서도 연기 학원을 끊어서 다니며 그 곳에서 울고 웃으며 감정의 해소를 느꼈고 연기의 재미를 맛봤다. 늘 담담했던 그녀는 웃어도 칭찬받고, 울어도 칭찬받던 그곳이 천국이었다고 말했다. 전여빈이 오디션을 보기 위해 촬영한 첫 프로필 사진도 오빠의 손에서 탄생했다.

"오빠가 원래 사진을 찍었어요. 사람은 잘 안 찍고 풍경사진을 찍었죠. 그런데 제가 오디션을 보려면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몇십 만원씩 하는 프로필 사진을 찍을 돈이 없었어요. 그때 오빠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오빠가 '그럼 내가 한번 찍어보겠다'라고 찍어줬어요. 오빠는 제가 연기하는 것도 다봤고, 저도 오빠 앞에서는 아무 거리낌이 없어서인지 사진이 너무 예쁘게 잘 나왔어요. 이후 그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영화 관계자분께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처음 받았어요. 제 영화가 개봉할 때도 엄마와 오빠 그리고 동생이 너무나 기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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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여빈 / 사진=김휘선 기자


전여빈은 '죄많은 소녀'를 찍은지 1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했고, 이제 1년이 더 지나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죄많은 소녀'는 올해 하반기 한국 다양성 영화로 유일하게 1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고 프랑스에서도 개봉을 확정했다.

"2년이라면 긴 시간 같은데, '언제 그렇게 금방 지나갔지?' 싶어요. 오래 기다렸던 느낌이 없어요. 그 감정이 계속 이어져 왔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어떤 것도 한정짓지 않고 항상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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