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선발붕괴'오클랜드의 놀라운 진군, 엔딩은 과연?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9.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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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타선을 이끄는 크리스 데이비스./AFPBBNews=뉴스1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 팀이었다. 75승87패로 지구 우승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6게임차로 뒤졌다.


2년 전인 2016년에도 꼴찌였다. 그때 성적은 69승93패로 지구 우승팀 텍사스 레인저스에 역시 26게임차로 뒤졌다. 또 그 1년 전인 2015년엔 텍사스에 20게임 뒤진 68승94패로 역시 지구 최하위였다.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으로 A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엔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나갔던 팀이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 3년 연속으로 지구 꼴찌를 한 것이다.

그랬던 오클랜드는 떨어졌던 것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올해 갑자기 반등했다. 21일(한국시간) 벌어진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21-3으로 압승을 거둔 오클랜드는 올 시즌에 이미 92승(61패)을 올리며 지구선두이자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휴스턴(95승57패)를 3.5게임차로 추격하고 있다. 정규시즌 남은 경기가 9경기뿐이어서 휴스턴을 따라잡고 지구 우승을 따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미 와일드카드 티켓은 99.99% 확보한 단계며 와일드카드 순위 1위인 뉴욕 양키스(93승58패)에 2게임차로 추격하고 있어 와일드카드게임 홈필드도 아직 사정권내에 있다.

만약 이 오클랜드가 아메리칸리그(AL)가 아닌 내셔널리그(NL) 소속이었다면 지금 NL 톱시드로 월드시리즈 진출이 유력한 팀으로 꼽혔을 것이다. 올해 NL 최고 승률팀 시카고 컵스는 현재 89승63패로 오클랜드에 2.5게임차로 뒤져 있다. 현재 오클랜드의 시즌 예상 승수는 97승. 소위 슈퍼팀이라고 불리는 팀들이나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의 성적을 넘보고 있다. 불행히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휴스턴, 그리고 양키스라는 슈퍼팀들이 포진한 AL에 묶여 있는 바람에 와일드카드로 밀려 단판승부에 포스트시즌 사활을 걸어야하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 어느 슈퍼팀들도 단기전에서 오클랜드를 만나는 것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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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데이비스./AFPBBNews=뉴스1





올해 오클랜드의 선수 연봉 합계는 8천만 달러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MLB 30개 구단 가운데 28위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탬파베이 레이스를 빼고 가장 적다. 팀 연봉 1위인 보스턴(2억2천800만 달러)의 약 3분의 1 수준이고 9위인 휴스턴(1억6,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리그 평균보다 약 6천만 달러나 아래다. 그런 팀이 승률은 4위다. 연봉 대비 성적으론 단연 최고인 셈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팀이 3년 연속 꼴찌에서 슈퍼팀들을 긴장시키는 무서운 다크호스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오클랜드의 경이적인 전진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펼쳐졌지만 사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오클랜드는 34승36패, 승률 5할미만 팀이었고 휴스턴에 11.5게임차나 뒤져 있었다. 플레이오프 도전보다는 4년 연속 지구 꼴찌가 훨씬 더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후 오클랜드가 꾸준하게 상승세로 치고 올라가도 사람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잠깐 반짝하다 말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상승세는 좀처럼 멈춰 서지 않았다. 이후 다음 54경기에서 40승(승률 0.741)을 거두는 경이적인 스퍼트로 단숨에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6월 중순 이후 지난 3개월동안 오클랜드의 성적은 58승25패로 승률 0.698이다. 올해 승률 1위를 예약한 보스턴(103승49패, 승률 0.678)보다 0.020 높다. 6월16일부터 성적만 비교하면 보스턴의 성적 55승26패는 오클랜드(58승25패)에 2게임차로 뒤진다. 지난 3개월여동안 진짜 슈퍼팀은 오클랜드였던 셈이다.

보스턴과 오클랜드는 지난 4월과 5월 한 번씩 3게임 시리즈로 만났는데 두 번 모두 오클랜드가 2승1패로 시리즈를 이겨 올해 맞대결을 4승2패로 승리했다. 더구나 이 경기들은 오클랜드가 제대로 불이 붙기 전에 벌어졌던 것이다. 어쩌면 구단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는 평가는 받는 보스턴 입장에서 디비전 시리즈 상대로 오클랜드가 올라오는 것이 결코 반갑지 않는 것은 물론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쉽게 파악이 되지 않는 팀이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의 타선을 이끄는 간판타자는 크리스(Khris) 데이비스다. 하지만 크리스 데이비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상당수 사람들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거포 크리스(Chris) 데이비스를 생각한다. 오클랜드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시즌 40홈런과 100타점을 돌파한 엄청난 강타자임에도 상당수 팬들이 그를 잘 모른다는 사실 만으로도 얼마나 오클랜드가 메이저리그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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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마네아./AFPBBNews=뉴스1





오클랜드의 에이스는 빅리그 3년차 좌완투수 숀 마네아(26)다. 올해 12승9패, 평균자책점 3.59, 탈삼진 108개로 팀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1위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4일 마지막으로 등판한 뒤 어깨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돼 내년 시즌 복귀도 불투명하다.

마네아 뿐만 아니다. 시즌 시작 전에 팀의 선발 로테이션으로 예상됐던 선수 가운데 자렐 코튼이 스프링 트레이닝 때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아웃된 것을 시작으로 선발투수들의 어깨수술과 토미 존 수술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개막 전에 선발 로테이션 후보에 포함됐던 선수들은 거의 100%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 올해 현재까지 사용한 선발투수만 14명이다. 하도 많은 투수들이 쓰러지다보니 예정 선발투수 난에 이름 대신 ‘TBA'(To Be Announced-추후 발표)가 올라간 경우가 다반사였다. 밥 멜빈 감독은 “내 생애 이처럼 많은 선발투수들이 다치는 것은 비슷한 케이스도 본적이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클랜드는 선발투수진이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도 진군을 멈추지 않았다. 에드윈 잭슨과 브렛 앤더슨, 트레버 케이힐 등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됐던 투수들을 리사이클링하면서 버텼고 끈질기게 덤벼드는 타선과 철통같은 불펜, 몸을 던지는 디펜스를 앞세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잡초 같이 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오클랜드의 올 시즌 끝에는 어떤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 휴스턴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 오클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 양키스와 보스턴을 차례로 만나는 충돌코스에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반란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보스턴과 양키스 팬들에겐 정말 겁나는 다크호스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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