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조승우 "답이 나와있는 이야기는 싫다"

영화 '명당'의 배우 조승우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9.24 12:00 / 조회 : 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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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의 조승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배우 조승우는 영화 '명당'으로 2019년의 뜨거운 추석 극장가에 참전했다. 전쟁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터가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영화 '명당'의 바탕이라면 조승우라는 배우의 바탕엔 작품엔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신념이 있는 듯했다. "답이 나와있는 이야기는 싫다", "요만큼이라도 의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어쩌면 한 치 틀리지 않은 정답 같은 이야기가 남다르게 들린 건 그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가 다름 아닌 조승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작은 자부심이지만 제가 한 작품들에 썩 나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꼿꼿한 자부심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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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명당' 포스터


-어떤 부분에 끌려 '명당'을 선택했나.

▶시대와 등장인물. 김좌근 흥선 효명세자 헌종. 어떻게 보면 실제 인물들의 관계 자체에 영화적 허구가 많이 더해졌다. 재미를 위해서 나이대도 바뀌고 관계들도 조금은 바뀌었다. 다뤄지지 않은 흥선군의 젊었던 모습, 그가 변해가는 과정, 세도정치를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완벽한 허구의 인물 박재상이 이들과 관개를 갖고 중재해 나가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재미가 있었다. 가장 결정적 이유는 '퍼펙트게임'에서 작업했던 박희곤(조승우가 출연한 '퍼펙트 게임'을 연출했다.)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사극을 제게 줄 줄 몰랐다. 감독님의 역동적이고 빠른 템포의 연출을 좋아하는데 그 장점이 사극에 접목된다면 색다른 사극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풍수지리를 본격적으로 다뤄 눈길을 끈다.

▶신기한 일이, 몇년 전부터 제가 풍수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대본도 안 받았는데 소문이 동 적이 있다. 그런데 결국 하게 됐다. 전혀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지만 조선 후기 관상감의 상지관이 양택 음택이 아니라 오로지 능을 조성하고 조경을 바꾸는 데 초점을 뒀다는데 그런 것도 흥미로웠다. 풍수에 대한 영화를 했다고 바뀐 점은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

-박재상은 어떤 인물인가.

▶왕실을 위해 한 마디를 뱉었다가 눈 밖에 나서 사랑하는 존재 모두를 처참하게 잃었다. 13년 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해를 끼친 김좌근 일가에게 복수심을 지니고 있다. 거기서 오는 심경의 변화들을 조금씩 주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철석같이 믿었던 흥선군이 돌변했을 때 상실감과 옳지 않은 일 목격했을 대 무너지는 심정. 내가 힘이 없어 어쩌지 못할 때 안타까움…. 끝까지 올바르려고 노력하는, 삶에 대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박재상 역이었나. 강렬하게 치고 빠지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중심을 받치고 끌어나가는 역할이기도 하다.

▶박재상 역으로 들어왔다. 세도가 김좌근과 김병기, 그리고 흥선의 대립이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들면서 박재상의 존재감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임팩트 있는 집단과 제가 비교된다. 사실 그 역할을 '나도 임팩트있을래' 하고 삼각구도를 팽팽하게 가져갈 수는 없다. 없어선 안될 역할이고 축을 받쳐줘야 한다.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다. 힘들기도 하다. 자극적이고 시원시원한 걸 원하실 텐데 박재상이 그렇지는 않다.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역할이다. 연기할 때는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될 수 있는 한 튀려고 하지 않았다. 무게감은 잃지 않되 묵묵히 하는 콘셉트로 가보자 했다.

-아쉬움은 혹시 없었나.

▶아쉬움을 남기고 촬영을 끝내지 않는다. 할건 다 하고 끝낸다. 제 분야가 아닌 이상. 연기하는 데 있어서 완성물을 만들어 낸다. 후반작업 등을 몇십 명이 완성해 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상'을 못 봤다. 역학 3부작이라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제가 한 건 '명당'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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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의 조승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비밀의 숲', '라이프' 같은 최근 드라마도 그렇고, 팀과 함께 움직이는 역할에 더 매력을 느끼나.

▶흔히 투톱이다 원탑이다 이야기하지 않나. 저는 의미 없다고 느낀다. 부담만 심할 분이다.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는 상대 배우와 좋은 합을 맞추고 앙상블이 중요하다. 누구 하나만 솟아 있고 튀어나와 있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볼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나.

▶요즘은 사실 모르겠다. 뭘 봐야 할지 고민이다. 그런데 가장 꺼려하는 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 누구나 다 사용하는 설정들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시나리오들은 힘들다. 될 수 있는 한 안한다. 소재도 고갈돼가고 관객 분들의 수준이 높아졌기에 그걸 만족시키는 작품이 흔치 않겠지만 새롭지 않으면 외면받을 것 같다. 얼마 전 '서치'라는 영화를 봤다. 내용의 진부함을 떠나 형식의 새로움으로 정면돌파해서 성공한 것이다. 그게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 그런 걸 원한다.

-'서치'는 젊은 신인감독이 만든 독립영화다. 출연할 용의가 있나.

▶얼마든지 출연할 생각이 있다. 가리지 않는다. '이상, 그 이상'이란 TV 단막극에 출연한 적이 있다. '암살'의 카메오로 나온 것도 마찬가지고. '복숭아나무'도 마찬가지다. 역할의 크기를 가리고 싶지 않다. 흥행 결과를 더나서 시도 자체가 흥미롭고 신선한 건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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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의 조승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명당 박재상은 임금에 대한 '충'에서 본분을 찾는다. 배우 조승우가 생각하는 본분이 있다면.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그 작품에서 그 역할을 연기하는 기준은 이만큼이라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나 인간의 삶에 있어서나 조금의 의미는 줄 수 있어야 한다. 의미없는 작품을 하지 말자는 거다. 단순히 '이건 재미로 보는 거예요' '이건 멋잇는 거예요' 하는 건 별로 하고싶지 않다. 그래야 의미가 있는 작품이어야 10년이 지나도 계속 그 작품이 의미있게 남아있을 수 있다.

-떠오르는 작품이 있나.

▶제가 했던 작품들은 다. 그건 아주 작은 자부심이지만 썩 나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든 영화든 드라마든 같은 기준이다.

-뮤지컬도 하고 그 외에 '사도' 처럼 노래로 참여한 작품도 있다. 노래는 조승우에게 어떤 의미인가.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노래하는 걸 싫어한다. 즐겨하지 않는다. 뮤지컬과 무대에서 하는 노래는 노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사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한다. 노래하라고 하는 걸 정말 힘들어 한다. 어렸을 땐 '승우 노래 한 곡 해' 하면 그 자리에서 울었다. '사도' OST 경우엔 '후아유' '고고70' 방준석 음악감독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 조조로 영화를 보고 하겠다고 했다. 보면서 울었다. 뒤주에 갖혀 죽어가는 유아인씨와 송강호 형이 손을 넣어 얼굴을 하는 장면을 보고 아 이거구나. 이걸 노래로 만들었구나 싶어서 작업실에서 3시간 만에 녹음을 했다. 가사도 바꿨다. '내 손 한번 잡아주오'였는데 '내 얼굴 한번 만져주오'로. 영화가 좋아서 한 거다. 안 좋았으면 안 했을 것이다. 질투는 안 났다. 그런 데 대한 욕심이 없다. 남의 것 탐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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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의 조승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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