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김인권 "웃음에 대한 책임감-새로워야겠다는 사명감"

영화 '물괴'의 김인권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9.20 11:32 / 조회 :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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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괴'의 김인권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비주얼부터 남달랐다.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의 김인권(40)은. 조선 중종 22년 궁에 괴물이 나타나 왕이 거처를 옮겼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들어진 조선 괴수액션물에서 그는 내금위 출신의 무사 성한 역을 맡았다. 김명민이 맡은 윤겸의 충직한 부하이면서 오랜 시간 허물없이 지내며 가족처럼 가까워진 오른팔이다.

얼굴까지 근육이 오른 듯 단단한 인상에 한층 두터워진 몸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강직함과 실력을 겸비한 무사였다가, 주인공의 둘도 없는 콤비였다가, 폭소 담당 재담꾼이었다가‥. 변화무쌍하게 스크린의 곳곳을 채우며 극에 재미를 더한다. 관객의 마음까지 시원히 긁어주는 입담이며 뚝뚝 묻어나는 인간미에선 웃겨야 살맛나고 퍼줘야 마음이 편한, 자연인 김인권의 풍모가 더해진 무사 성한은 퍽 매력적이다. 힘이 실린 본격 액션연기도 인상적. 김명민-김인권 콤비를 앞으로 몇 번쯤 더 봐도 괜찮겠다 싶을 만큼 죽도 잘 맞는다.

새로운 장르를 향한 용기있는 도전에 힘이 되고 싶었다는 김인권은 무엇보다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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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괴'의 김인권 / 사진='물괴' 스틸컷


-'물괴'는 크리처사극에 코미디와 액션, 드라마도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극의 유쾌함 담당이었는데.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코미디에 대한 전통이 있고 허종호 감독님은 진지한 면이 있어서 조화롭게 엮인 것 같다. 저는 유머와 극의 윤활유를 담당했다. 늘 해왔던 캐릭터에서 조금 더, 하지만 '쟤 또야' 그 이야기는 안 들으려고 했다. 제작진 입장에선 제게 안정적인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지만 배우로선 '지겹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 이야기를 피해나갈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무사로서의 진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몸무게를 늘려 체형에도 변화를 주고 무술의 디테일도 살렸다. 말투 목소리도 키운 덩치만큼 무겁게 해 봤다.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영화 속 모습과 지금이 큰 차이가 날 정도다. '범죄도시' 마동석의 다부진 몸이 생각나더라.

▶지금과 13kg 차이가 난다. 아닌게 아니라, 당시 '범죄도시'가 막 잘되기 전이었지만 마동석 형님 생각을 좀 했다. 조선시대 무사인데 피트니스 한 잔근육에 초콜릿 복근은 아니지 않나. 마동석 선배처럼 굵고 두터은 근육, 산 같은 느낌을 생각했다.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나 역도산, 최배달, 이대근 선생님…. 이런 느낌이다. 나름 고증에 신경을 쓴 셈인데 덕분에 복근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더라.(웃음) 집에서 운동을 할 때도 유튜브를 보면서 가장 무거운 아령을 들었고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잔뜩 먹고 잤다. 부풀어 있는 느낌으로 최대한 키워봤다.

-그렇게 만든 성한의 모습은 만족스럽나.

▶오랜만에 봤는데 이제는 그렇게 못하겠더라. 그때는 덩치가 커지고 성대도 굵어지니까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은 해보니 흉내내는 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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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괴'의 김인권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크리처 장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2006년 '괴물' 이후 큰 성공작이 없기에 부담도 있었을 텐데.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크리처 무비의 발전을 환영하면서 쾌재를 부를 거다. 한국어로 만든 영화에 괴수가 나와 휘젓고 다닌다니, 영화인으로서 로망이기도 하다. 그런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좋았고, 조선시대 사극에 괴수가 나온다니 그 점도 신선했다. 괴수영화의 연장선상에 놓인다는 부담이 있긴 하다. 흥행시장에선 아직까지 비주류이고 위험부담이 있는 장르니까. 그 리스크를 안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제작진이 대단하다. 저는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그런 제작진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고 그럴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관객들에게 초점을 맞춘 오락영화이기에 의미가 있었다. '괴물'이 디테일하고 완성도가 훌륭한 영화라면 '물괴'는 괴수 어드벤처물로서 영화적 허용치가 높은 오락영화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대목, 명이-허선전관에게 하는 말은 애드리브라고 하더라. 관객 입장에선 가려운 속을 긁어주는 애드리브였다.

▶현장에서 상의를 거친 애드리브다. 많이 정제를 했다. 어떤 영화에서도 드릴 수 없는 영화적 쾌감을 드리고 싶었다.(웃음) 그런 기법이 관객들에게 통쾌함이나 새로움을 드렸을 땐 기분이 좋다. 편집 과정에서 이야기가 많았는데 결국 들어갔다더라.

제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상태에서 영화에 들어갔다. 영화 속 웃음은 엄청난 무기다. 우리 영화엔 공포란 무기가 있기에 웃음이 가미되면 관객을 더 즐겁게 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웃음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그런데 따로 놀 수가 있으니 위험이 있다. 실패하면 절벽에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시도들이 물론 모든 사람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어떤 영화든 그런 조율이 잘 된 영화가 성공하더라.

-'물괴'에서 물괴의 목소리를 연기했는데.

▶배우의 역할이 어디까지 갈까 고민한다. 크리처를 오퍼레이팅 하는 직업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엔터테이너로서 배우의 역할이 거기까지 발전하지 않겠나 생각하던 차에 궁금하기도 하고 CG가 발전해가는 과정도 보고 싶었다. '필요하면 해보겠습니다' 했는데 진짜 하게 됐다. 문제는 성량과 덩치 차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는 거다. 풍선 가지고 커다란 애드벌룬이 터지는 소리가 안 나는 거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녹음했다. 소름이 끼치고 진이 쭉쭉 빠졌지만 한다고 했다. 그 소리에 근거해 키워서 소리가 만들어졌더라. 별별 시도를 다 해봤다.

-1998년 '숭어'로 데뷔했으니 20년 배우로서 장기근속한 셈이다. 돌아보년 어떤가.

▶정말 미스터리다. 요즘 들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 동안은 '나 배우야' 하고 조금 떠서 지냈다면 나이가 들어서 더 땅으로 내려왔다고 할까. 예전보다 제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이런 평범한 외모, 키도 안 크고 목소리도 평범한데 배우를 하고 있을까. 도와주는 분이 많았구나, 운이 좋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잘생기고 키가 컸다면 엄청난 경쟁자들과 싸웠을 것이다. 제 경쟁자는 안세하, 조달환 이런 친구들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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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괴'의 김인권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김명민과 애정이 남다르더라.

▶'물괴'라는 험난한 불모지에서 영화를 이끌어갈 때는 모든게 도전 아닌가. 스토리, 현장, 호흡 등. 성한이를 끌고가야도 하는데 선배님 입장에서는 큰 숙제였을 것이다. 배우들을 끌고가는 모습, 수많은 스태프를 조율해가는 모습에서 이순신 생각이 났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때 104회를 하셨지 않나. 어떤 역할을 하면 그것이 제 안에 남아있는데, 이 분한테 이순신이 남아있더라. 그런 점이 부러웠다. 액션신이든 노련하게 소화하는 모습도 그렇고. 신기한 이야기인데, 김명민 선배가 현장에 오면 비가 안 오고 오던 비도 그치고 그랬다. 어떤 날은 피곤하다고 먼저 가셨는데 가자마자 비가 왔다.

-'조선명탐정' 이야기도 나왔는데, 아닌게 아니라 김명민과 콤비플레이를 살려 새로운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영광이다. 그런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워낙 호흡이 좋고 서로 챙기고 하니 다음 영화 이야기도 하고. 영화 본편 너머 이야기를 쿠키 영상으로 찍어놓은 것도 있다. 김명민 선배와의 호흡이 걱정이었는데 현장에 갔더니 저를 너무 좋아해 주시는 거다. 그렇게 절 풀어주셨다. 노련하신 셈이다.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눈치를 봐야 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다.

-김인권에게는 가장 많이 남아있는 영화가 어떤 작품인가.

▶아무래도 초기작들이다. 처음 했던 역할들이 저에겐 인생의 전부였으니까. 엄청나게 긴장하고 노력했기 대문에 '송어'(1999)의 태주, '아나키스트'(2000)의 상구 등은 제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삶을 걸고 연기를 했으니까. 점점점 여유가 생기고 노련함이 생길수록 내가 했던 많은 역할 중의 하나가 되어간다. 더 적확하게 연기해낼 수는 있겠지만. 초창기의 태주, 상구 생각이 난다.

-다음 작품은?

▶10월에 개봉하는 '배반의 장미'다. 연극이 원작이다. 죽으려고 모인 4명이 일이 꼬이면서 죽지 못하고 일이 이어지는 상황 코미디다. 사회적인 풍자도 있고, 삶과 죽음을 통한 상황극을 통해서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동병상련을 느끼다 웃으며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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