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서른열일곱' 이젠 사이다 이야기 전개?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8.09.14 15:36 / 조회 : 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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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여기 참 착한 드라마가 있다. ‘어쩜 이리도 착할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드라마, 악역이 없는 드라마, 토닥거리는 사소한 싸움조차도 없는 드라마. 바로 SBS의 신혜선, 양세종 주연의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이야기다. 드라마 제목에 주인공 신혜선이 열일곱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13년을 의식 없이 지내다가 서른 살 때 극적으로 깨어나게 된다는 사연이 담겨 있다. 과거 양세종의 권유로 신혜선이 버스를 한 정거 더 가는 바람에 사고를 당하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드라마는 13년 후로 훌쩍 건너뛰면서부터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13년 후, 서른 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된 이후 28회 현재까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등장인물도, 스토리도 모두 선하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어떨까? ‘드라마는 곧 갈등이다’, 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에는 여러 가지 갈등이 있다. 인물 대 인물일 수도 있고, 인물 대 사건일 수도 있다. 인물 대 인물도 1:1이 아니라 여러 명이 서로 얽혀 있으며, 사건 사고들도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따라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니 악역은 당연히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악역은 주로 주인공을 괴롭히고, 이로 인해 주인공은 곤란한 상황이나 안타까운 사건들이 겪게 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인공이 이렇게 여러 갈등에 놓이고,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드라마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니 드라마 속의 갈등, 악역, 나쁜 상황, 사건들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이와 정반대다. 일단 악역이 없다. 주인공들은 당연하며 이들과 얽힌 인물들 역시 모두 선하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 극중 강희수(정유진 분)는 공우진(양세종 분)과 베프이면서 함께 일하는 사이이다. 기존의 다른 드라마였다면 강희수가 공우진을 짝사랑하는 사이여서 우서리(신혜선 분)가 나타났을 때 질투 때문에 어떤 사건을 꾸몄을 수 있다. 물론 진부한 구조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희수는 공우진의 ‘진짜 친구’로 우서리와 공우진 사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어디 이뿐인가? 우서리의 타고난 음악성을 시기하던 김태린(왕지원 분)은 우서리가 13년 만에 다시 나타나자 바짝 긴장하게 된다. 이 역시 기존의 드라마였다면, 우서리가 자신의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음모를 꾸미며 난감한 상황에 빠트리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역시나 착한 길을 택했다. 우서리가 콘서트 무대에 안 서기를 바랐지만, 이것도 잠시, 본 무대에서는 우서리를 무대에 세우게 된다. 이것들은 극히 일부분이고, 드라마의 모든 이야기, 모든 등장인물들이 착하다.

그런데 이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 하나 있다. 28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우서리와 공우진이 과거에 서로 알고 있던 사이라는 게 밝혀질 듯 밝혀질 듯 계속 이어지면서 스토리가 일명 ‘고구마’ 같았다는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의 관계 쌓기, 사랑 만들기가 있긴 했지만, 이 역시 매회 한 발 한 발 아주 조금씩 진척되었을 뿐이다. 두 사람이 빨리 이어지고,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이 빨리 밝혀지고, 그러면서 우서리의 잃어버린 삼촌도 찾고, 스토리가 스피드하게 진전되기를 바랐던 시청자들은 꽤 오랫동안 답답해야 했다. 오늘은 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겠지?, 하던 바람은 매회 바람에서 그칠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이들의 과거 인연이 밝혀지며 그 동안 답답했던 시청자들이 좀 후련해질 수 있었다. 사실 그 동안 좀 사이다같은 스토리를 원했던 시청자들에겐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괜찮다. 앞으로 남은 4회는 제발 톡 쏘는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을 선물해주었으면 좋겠다. 잠깐 말고, 꼭 4회 내내 말이다.

▫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착해서 기분 좋아지지만 시원함은 좀 부족한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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