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시선] KBO, 변화 위한 '개론' 내놔... 진짜는 '각론'

야구회관(도곡동)=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9.13 06:00 / 조회 :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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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정운찬 커미셔너. /사진=뉴스1



뭔가 많은 말이 나왔다. 수많은 단어가 나열됐고, 여러 문장이 배치됐다. 그런데 뭔가 '딱히' 나온 것은 또 없다. 현란했으나, 실속은 없는 모양새. 어쨌든 '개론'은 나왔다. 진짜는 '각론'이다. 향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나와야 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정운찬 커미셔너는 12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된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하고, 대책을 내놓는 자리였다.

문제는 아시안게임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발생했다. 대표선수 선발 논란이 그것이다. 오지환, 박해민 등 일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을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이 출범했고, 대회에 나섰다. 그런데 대회에서도 졸전을 펼쳤다. 실업야구 선수가 대거 포함된 대만에 1-2로 지더니, 홍콩을 상대로는 콜드는 고사하고 9이닝 경기를 했다.

이후 줄줄이 승리하며 금메달까지 따내기는 했다. 하지만 보는 눈이 고울 리가 없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금메달만 따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KBO와 선동열 감독, 선수단은 이를 몰랐다. 이렇게 되자, 환영받지 못한 금메달이 됐다.

똑같이 금메달을 땄고, 똑같이 병역 혜택을 받은 축구 대표팀과 확연하게 비교됐다.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야구장은 눈에 띄게 관중이 줄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음을 느낀 것인지, KBO도 움직였다. 11일 이사회를 열고 각종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공개된 자료는 다소간 뜬금없었다.

난데없이 외국인 선수 몸값 100만 달러 제한이 나왔다. 군 보류 선수도 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했고, 신인 지명시 대졸 지명을 의무화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 대한 징계강화와 차기 시즌 개막일을 3월 23일로 당긴다는 내용도 있었다.

어디에도 아시안게임 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병역 혜택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이사회에서 논의할 수 있고, 논의해야 하는 부분들이기는 했으나, 시기가 미묘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12일 정운찬 커미셔너가 공개 석상에 섰다. 뭐라도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공허했다. 일단 정운찬 커미셔너는 미리 준비해온 연설문을 읽으며 "'국위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과거의 관행에 매몰 됐음을 인정한다. 페어플레이와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셨다"라며 고개부터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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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사진=뉴스1


문제는 이후다. 정운찬 커미셔너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호했다. 정운찬 커미셔너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김응용 회장과 함께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KBO KBSA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칭)'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한국야구미래협의회의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해 자랑스럽고 경쟁력을 갖춘 선수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 야구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바로잡겠다"라고 강조했다.

일단 한국야구미래협의회를 구성한다고는 했다. 하지만 협의회를 언제 발족시킬 것인지, 구성원은 누가 될 것인지, 구성된 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질의응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온 것은 딱 하나다. 프로에서 5명을 추천하고, 아마에서 5명을 추천해 10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그것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개론' 수준의 이야기만 되풀이됐다. 정운찬 커미셔너는 "선수 선발의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방침을 발표하면, 한국야구를 위해 충분히 토의할 것이다. 더 체계적인 룰을 만들어 보완하겠다"라고 더했다.

각종 논란, 특히 병역과 관련된 논란을 안고 출범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이었다. 금메달이라는 결과물을 냈지만, 비판은 지금도 감내하고 있다. 다음은 대응이고, 대책이다.

대회 종료 후 얼추 열흘 정도 지났다. 이렇다 할 대응이 없었던 KBO였기에 이번 정운찬 커미셔너의 간담회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바삐 움직인 모양새이기는 하다. 어쨌든 이사회도 했고, 처리할 것도 처리했다. 큰 틀에서 아시안게임 대책도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미흡했다. 더 구체적인 무언가가 나왔어야 했다. 뭔가 대응이 늦은 감을 지울 수가 없다.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진전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관건은 구체적인 '각론'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자세히 내놓아야 한다. 여전히 팬들의 시선은 차갑다. 관중 감소를 두고 "4년전 인천 대회 당시와 비교하면 적다"고 할 일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왕 움직인 이상, 확실하게 잘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공표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납득할 수 있다. 뚝딱 될 일이 아니라면, 최소한 '언제까지는 내놓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도 해야 한다.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별무소용이다.

변화의 시기다. KBO도, 한국야구도 변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정운찬 커미셔너를 비롯한 KBO가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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