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결산③] 한국, 생활체육-엘리트체육 '투 트랙' 가능할까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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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한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목표에 크기 미치지 못한 성적을 냈다. 금메달 65개에 종합 2위를 바라봤지만, 결과는 금메달 49개에 종합 3위였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 대한체육회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일(이하 한국시간) 이번 대회 모든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16일의 열전을 마무리한 것. 그 결과 금메달 49개·은메달 58개·동메달 70개·합계 177개로 종합 3위에 자리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3위를 기록한 것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아시안게임 '1강' 중국은 금메달 132개·은메달 92개·동메달 65개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2위였다. 일본은 금메달 75개·은메달 56개·동메달 74개를 따내며 당당히 2위에 올랐다.

당초 한국은 일본의 금메달을 60개 정도로 예상했다. 이전보다 더 많이 딸 것이라는 예상. 이에 한국의 목표가 75개에서 65개로 하향됐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의 예상을 훌쩍 넘는 결과를 냈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성적도 하락했다.

우선 '효자 종목'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태권도, 펜싱, 양궁, 유도 등에서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배드민턴은 아예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여기에 기초종목 약세도 계속됐다. 한국은 육상과 수영에서 각각 1개씩 금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수영·육상에 걸린 총 89개 금메달 가운데 2개다.


반대로 일본은 날았다. 수영과 육상에서 각각 19개와 6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수영·육상뿐이 아니다. 다른 23개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품었다. 다양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오는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투자에 나선 결과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생활체육 위주였다. 여기서 좋은 선수를 선발해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유치를 확정한 후 기조가 변했다. 엘리트 육성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저변이 좋았고, 투자가 더해지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당장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은 금메달 12개·은메달 8개·동메달 21개를 따내며 종합 6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금메달 9개·은메달 3개·동메달 9개였고, 종합 8위였다. 일본에 역전을 당한 것.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 모양새가 됐다.

한국은 일본과 반대다. 엘리트 선수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이었다. 태릉선수촌이 산파 역할을 했다. 이제는 진천선수촌이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고의 선수를 선발해 집중적인 훈련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생활체육의 저변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일단 인프라가 부족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원 체육도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형편이기도 하다. 즉, 일본이 아래에서 위로 갔다면, 한국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인 셈이다. 결국 '저변 확대'라는 과제로 이어진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일 해단식에서 "그동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타깃으로 하고 전략적으로 집중해왔다. 생활체육, 학교체육 등 체육 인프라가 넓어져야 한다. 전반적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스포츠 강국이었다면, 이제는 선진국형으로 가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에 있다"라고 짚었다.

하지만 '뚝딱' 될 일이 아니다. 급격하게 생활체육으로 가면 그것대로 탈이 날 수 있다. 당장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있고,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아웃 나라들에서 열리는 대회. 일본과 중국이 시쳇말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 뻔하다.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역량을 보이려면 현재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이기흥 회장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학교체육이 잘 되면서 인프라가 커지고,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정 부분 우리의 수준은 지켜나가야 한다. 그동안 소수의 인원을 훈련시켜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앞으로는 병행할 것이다. 공부하는 기조 안에서 스포츠클럽이 활성화 되면 엘리트 선수로 유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더했다.

큰틀에서 방향은 나왔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나아가 '돈' 문제도 걸린다. 무엇보다 일조일석에 되지 않는다. 나아가 대한체육회만으로 할 수 있는 일 또한 아니다. 여차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멀리 보고, 제대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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