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대전의 틈새..작은영화의 반란 혹은 위축③

[여름영화결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8.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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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목격자', '너의 결혼식', '헬로카봇:백악기 시대', '신비아파트: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 '킬링 디어', '어느 가족' 포스터


'신과함께-인과 연'의 쌍천만 축포, '공작'의 묵직한 선전, 톰 크루즈 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저력…. 대형 히트작과 함께한 뜨거운 여름 극장가가 저물고 있다. 굵직한 작품들이 스크린을 나눠갖고 관객몰이 릴레이를 이어 간 지난 여름, 작은 영화들에게 극장가는 기회의 시장인 동시에 숨쉬기 힘든 틈새이기도 했다.

할리우드 대작들과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불러 마땅한 대형 작품들 속에서 색다른 장르와 아이디어로 승부한 영화들의 흥행은 유난히 돋보였다. '공작'의 주역이기도 했던 이성민이 원톱 주연을 맡은 스릴러 '목격자'는 그 대표작. 아파트촌을 배경으로 한 현실공감 스릴러로 차별화에 성공한 '목격자'는 지난 15일 개봉 이후 13일 만에 224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너의 결혼식'의 흥행도 눈에 띈다. 여름의 끝물에 만난 첫사랑 로맨스로 공감대를 건드린 '너의 결혼식'은 지난 22일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지난 27일 누적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어린이 관객을 노린 다채로운 영화들도 선전했다. 특히 한국산 애니메이션들의 반란이 주목할만하다. 첫 극장판을 낸 '헬로 카봇'과 '신비 아파트' 등이 TV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극장으로 옮기는 데 성공하며 의미있는 성적을 냈다.

'헬로 카봇:백악기 시대'는 '공룡불패'를 입증이라도 하듯 86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4위에 올랐다. 공포 어린이 애니 장르를 개척한 '신비아파트: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 또한 67만 관객을 모았다. 이와 함께 여름마다 한국 극장을 찾았던 '명탐정 코난:제로의 집행인'이 39만 명,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보물섬'이 17만 명을 모으며 나름의 힘을 드러냈다.


그러나 1만명의 지지가 절실한 보다 작은 영화들에게 올해 여름은 유난히 고단하고 목마른 시간이기도 했다. 올 들어 더욱 위촉된 예술영화 시장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야심 차게 관객과 만남을 청했던 여러 작품들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스크린 변두리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한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드러낸 '박화영' '소성리' 등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부터 소외돼 50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관객수를 받아들어야 했다. '한나', '비트윈 랜드 앤 씨', '주피터스 문', '델마' 등 작품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던 해외 다양성 영화들 또한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가운데서도 선전한 영화들이 있었다. 어느덧 확고한 팬층을 확보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킬링 디어'는 6만 가까운 관객을 모아 저력을 드러냈고, 판타지 애니메이션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는 감성 가득한 그림체와 이야기로 3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더 스퀘어'는 1만5000명 관객을 넘겨 체면치레를 했다. 고 휘트니 휴스턴을 그린 다큐 '휘트니'는 개봉 5일 만에 1만 관객을 넘겼다.

가장 돋보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지난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관객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가족, 시대에 대한 통찰이 담긴 '다른' 가족영화로 관객의 지지를 얻으며 무려 15만 관객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등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을 했다.

여름의 끝물, 개봉 첫 주를 넘긴 '어른도감'이나 8월 말 개봉하는 '살아남은 아이', '대관람차', '톰 오브 핀란드' 등이 아직 남았다. 호평 속에 관객과 만나는 작은 영화들이 스크린 기근, 작은 영화 관객 기근 속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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