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시선] '대만전 충격패' 한국, 인정할 건 하자.. 끝이 아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8.27 06:00 / 조회 :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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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첫 경기 대만전에서 패했다. /사진=뉴스1



충격이었다. 이렇게 질 경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 한국이 대만을 만나 쓴맛을 제대로 봤다. 타선 침묵에 제대로 발목이 잡혔다. 그래도 끝은 아니다. 이 패배로 금메달이 무산된 것도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다음을 준비하면 된다. 어차피 금메달이라는 것이 쉽게 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컴플렉스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1차전 대만전에서 1-2의 패배를 당했다.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전원 프로도 아니고, 실업야구 선수가 대거 포함된 대만에 졌다. 심지어 실업야구 출신 투수들에 꽁꽁 묶였고, 타자들에게 결승점을 내줬다. 대만프로야구(CPBL) 선수들이 문제가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스트라이크 존이 다소간 모호했던 점, 타자들의 타구가 지독할 정도로 야수 정면으로 향한 점 등 '꼬인' 부분도 분명 있었다. 마음은 급한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야구는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높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다. 현장에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팬들이 찾았고, 한국에서도 수많은 야구팬들이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이기지 못했다. 1회초 2점을 내주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1회초 선발 양현종이 제대로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 방을 맞은 모양새였다. 시쳇말로 '어? 어?' 하다가 맞았다. 그래도 이 2점이 '어마어마한 장벽'이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타선이 이상했다. 잘 맞은 타구가 이상할 정도로 야수 정면으로 갔다. 투수 방면 타구가 그대로 투수 글러브로 직행하기도 했다. 4회말 김재환의 솔로포로 추격에 나섰다. 금방이라도 뒤집을 것 같았다. 분위기도 괜찮아 보였다.

그뿐이었다. 주자가 나가도 불러들이지 못했다.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공에 배트가 나갔고, 헛스윙이 됐다. 반대로 배트가 나가야 할 때는 가만히 있는 모습도 있었다. 뭔가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나쁜 쪽으로 '전염된' 모양새가 됐다. 이는 패배로 이어졌다.

충격패임은 확실하다. 이겼어야 했고, 이길 수 있었던 경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결과는 났다. 바꿀 수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 된다. 대만은 준비를 많이 했다. 한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투수를 내면서 한국을 흔들었다. 한국 타자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들어온 듯했다. 실업야구 선수들이 대거 나왔지만,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여기에 '부담'도 없었다. 대만 쉬슌이 총감독은 "한국은 부담이 있었지만, 우리는 없었다"라고 짚었다. 현지 매체로부터 '항한영웅(抗韓英雄, 한국을 막은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은 우셩펑(31)은 "한국 타자들은 강하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 도전했고, 결과는 하늘에 맡겼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한국이 패배를 떠안게 됐다. 운도 따르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쫓겼다. 그렇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겼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 또한 아니다. 크게 보면 예선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인도네시아와 홍콩을 잡으면 슈퍼라운드에 갈 수 있다. 우리가 인도네시아나 홍콩에 지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결국 슈퍼라운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규정상 슈퍼라운드는 A조 1-2위와 B조 1-2위가 붙는다. 같은 조끼리는 경기가 없다. 이에 각 국가별로 2경기씩 치르게 된다. 그래도 슈퍼라운드에서 2승을 하면 결승에 갈 수 있다. 대만이 1승 1패 혹은 2패를 하면 '땡큐'인 것이고, 대만이 똑같이 2승을 하더라도 2위로 올라갈 수 있다. 결승에 가면 대만과 '리턴 매치'가 된다.

대만전 패배 후 선동열 감독은 "양현종이 초반에 제구가 다소 흔들렸고, 실투가 나왔다. 타자들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급했던 것 같다. 우리 타자들 타이밍이 늦었다"라고 말했다. 문제점을 직시한 셈이다.

동시에 "향후 좋은 모습 보이겠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야구 몰라요'라는 격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10등이 1등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야구"라고 했다. 늘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패배의 시기와 상대가 썩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첫 경기였고, 하필 상대가 대만이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기회는 남아 있다. 남은 경기들 잘 치르면 목표인 금메달을 걸 수 있다. 진 것은 진 것이다. 인정할 것은 하면 된다. 뒤를 볼 때가 아니다. 앞을 보고 다시 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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