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AG다이어리] 환희와 좌절..그 뜨거운 눈물에 대하여

자카르타(아시안게임)=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8.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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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조효철과 펜싱 정진선. /사진=뉴스1





스포츠팬이라면, 아니 많은 국민들께서 아시겠지만, 아시안게임은 4년에 한 번씩 열립니다. 많은 선수들이 대회에 맞춰서 4년을 준비하지요. 그 4년의 노력을 한 번에 쏟아 붓습니다.


어찌 보면 잔인합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허무하기 그지 없지요. 반대로 목표를 이루면 짜릿하기도 합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받는 것이니까요. 특히나 '마지막'이라면 더욱 크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환희와 좌절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전 여기서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시안게임에서 혼을 불태운 베테랑 선수들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우선 레슬링의 조효철이 있습니다. 1986년생. 한국나이 33살의 레슬러입니다. 20대 초반의 선수들도 수두룩한데,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금메달이 기대됐던 선수는 아닙니다. 당장 저부터 그랬습니다. 그런 조효철이 금메달을 품었습니다. 눈 위가 찢어지는 부상까지 입고도 말이죠. '핏빛 투혼'이라고 하면 너무 진부할까요? 심지어 결승에서는 1-4로 뒤지다 큰 기술 한 방으로 5-4의 역전승을 일궈냈습니다. 그야말로 혼을 불살랐고, 짜릿한 금메달을 품에 안았습니다.

너무 힘을 써서 결승전 막판에는 실례를 할 뻔했다던 조효철입니다.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조효철은 금메달 이후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어 기쁘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뭉클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가슴 아프지만, 반대의 케이스도 있습니다.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의 '맏형' 정진선(34·화성시청)입니다. 한국나이 35세인 정진선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입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을 겁니다. 후배들과 함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그야말로 '화려한 피날레'가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개인전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동메달 획득. 동메달도 잘한 것이지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경기 후 정진선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국민들, 펜싱 선수들에게 죄송하다"라고 했습니다.

이후 단체전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도 결과는 동메달. 준결승에서 중국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 정진선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 정진선은 "너무 감사했고, 좋았고, 미안하고, 안타깝다"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다른 뜨거운 눈물. 이번엔 환희가 아닌 좌절의 눈물이었습니다. 실제 선수들처럼 '죽을만큼' 운동을 해보지 못했기에, 얼마나 힘이 들지 제대로 가늠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보는 입장에서도 탄식이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승패가 갈립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조효철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기쁨을 맛봤습니다. 반대로 패자에게는 너무 잔인합니다. 정진선은 최후의 아시안게임에서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조효철은 무명의 레슬러였습니다. 반면 정진선은 세계를 호령했던 펜서입니다. 소위 말하는 '이름값'이라면 정진선 쪽으로 무게추가 기웁니다. 하지만 똑같이 나선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어쨌든 승패는 갈렸습니다. 종목은 다르지만, 한 베테랑은 환호했고, 또 다른 베테랑은 슬픔을 곱씹었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똑같이 뜨거웠습니다. 조효철의 눈물과 정진선의 눈물.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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