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줌인] '첫 채택' 태권도 품새 마무리.. 비판과 호평 사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8.20 06:00 / 조회 :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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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와 강신철 이란 태권도 대표팀 총감독. /사진=김동영 기자






'겨루기'만 있던 태권도에 새로운 세부종목이 추가됐다. '품새'가 그것이다.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였다. 평가는 다소간 엇갈리고 있다.

태권도 품새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3명 출전)에서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한국은 금메달 4개를 모두 가져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남자 개인전에서 강민성(20·한국체대)이 금메달을 따냈고, 남자 단체전에 한영훈(25·가천대)-김선호(20·용인대)-강완진(20·경희대)이 출전해 금메달을 가져왔다.

반면 여자부에서는 곽여원(24·강화군청)-최동아(18·경희대)-박재은(19·가천대)이 출전한 단체전에서 은메달에 그쳤고, 개인전에 나선 윤지혜(21·한국체대)는 결승조차 오르지 못한 채 동메달이 만족해야 했다.


목표 대비 절반의 달성이다. 가장 확실한 메달밭으로 꼽혔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여자 개인전 금메달은 '홈팀' 인도네시아가 가져갔고, 단체전은 태국이 금메달을 품었다.

우려도 있었지만, 마냥 딱딱한 종목은 아니었다. 기존 공인 품새(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과 새 품새(비각, 나르샤, 힘차리, 새별), 여기에 자유 품새가 있었다. 특히 자유 품새에서는 음악에 맞춰 경쾌한 움직임을 보이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기존 품새의 틀을 벗은, 색다른 태권도의 모습이 나온 셈이다.

그렇게 아시안게임 첫 번째 태권도 품새 종목이 마무리됐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처음은 늘 힘든 법이다. 자연스럽게 평가도 엇갈렸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고, 잘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기 후 '이란 태권도의 대부'로 불리는 강신철 이란 대표팀 총감독을 만났다. 강신철 총감독은 "품새가 아시안게임 종목에 들어온 것은 감사할 일이다. 아시아연맹 회장과 인도네시아 협회, 정부에서 많은 힘을 썼다"라고 우선 말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경기는 공평해야 한다. 공평함에서 벗어나면 가치가 없어진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대표팀의 감독들이 내 제자다. 오늘 경기를 보면 '나눠먹기'가 너무 눈에 띄었다. 이는 태권도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라고 더했다.

또한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너무나 아쉽다. 태권도의 가치를 제대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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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품새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사진=뉴스1





폴라드가 세이드 모하마드 이란태권도협회 회장은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품새의 랭킹 제도가 되어있지 않다. 1대1 방식이기에 잘하는 팀들이 붙어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균형성에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짚었다.

이어 "태권도는 무도다. 그런데 품새가 적용되면서 선수들이 '체조'를 배워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무도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간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태권도의 색깔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다. 여기에 체조나 아크로바틱 요소를 넣으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라고 더했다.

품새 자체가 정식 종목이 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세부적으로 아쉬운 부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세계태권도연맹과 한국 대표팀은 호평을 남겼다.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아시안게임에 품새가 처음으로 들어왔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6년 세계 품새 선수권이 있었다. 더 많은 태권도 보급을 위해 만들었다. 12년이 만에 결과가 나왔다"라고 짚었다.

이어 "런던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이 8개 나라로 갔다. 이번 대회에서도 4개의 품새 메달 가운데 2개를 한국이 가져와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고, 인도네시아가 금메달을 따냈다. 2억 5000만 인구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태권도에 더 관심을 갖게 했다. 또 한 번의 황금분할이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더했다.

태권도의 가치나 근간과 멀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중들로부터 외면 받는 스포츠는 존속될 수 없다. 품새를 발전시켜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스포츠이기에 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포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연맹의 입장이다. 하지만 무도의 바탕이 없다면 품새 경기 대회도 없다. 같이 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중들과 TV 시청자의 관심이 없는 스포츠는 오래갈 수 없다. 스포츠 품새가 생활에 젖어들어서 남녀노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품새를 활용해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더했다.

대표팀 곽택용 품새 코치는 "품새 종목이 아시안게임에 들어오면서 태권도가 더 활성화 될 것이라 본다. 발차기부터 최고의 기술 난이도를 보여줬다. 시범 기술과 격파 등도 모두 포함됐다. 자유 품새에서는 '융합'이다. 태권도 기술이 포함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품새는 스스로 기술을 연마하고, 보여준다. 만족하려면 반복 수련이 필요하다. 상대가 없어도 본연의 모습을 키워줄 수 있다. 다른 나라들도 기술을 연마하면서 함께했으면 한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전파가 될 것이고, 올림픽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갈 것이다. 우리 태권도가 발전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더했다.

남자 단체전 멤버로 나서 금메달을 따낸 김선호는 "품새가 처음 도입된 종목이지만, 기회로 삼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품새를 알리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세계로 뻗어나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품새는 보는 이들이 즐거운 것이다. 겨루기 선수가 아닌, 태권도 선수를 키운다는 목적이다.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라고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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