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추임새] 황희찬 악수 거부 사태, 두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8.19 06:05 / 조회 : 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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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황희찬






믿고 싶지 않은, 안타까운 일이 경기 후 한국 대표팀 선수의 행동에서 나왔다. 상투적이지만 다른 나라로부터 '한국 축구는 경기에서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2,잘츠부르크)의 얘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다.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꺾는 날도 있는가 하면, 이렇게 아시아에서 한 수 아래로 봤던 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날도 있다. 늘 이변이 존재하는 게 축구고, 또 스포츠다.

월드컵에서 독일을 격파한 한국은 전 세계 많은 축구 팬들로부터 '잘 싸웠다'는 격려와 축하 인사를 들었다. FIFA랭킹 57위의 한국이 FIFA 랭킹 1위의 독일을 꺾은 건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기적이고 감동이었다.


이번엔 FIFA 랭킹 171위의 말레이시아가 FIFA 랭킹 57위의 한국을 잡았다.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잘 싸웠고, 충분히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그들이 비매너 플레이를 펼친 것도 아니었다. 승리한 그들은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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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꺾고 기뻐하는 말레이시아 선수들


그런데 경기 후 아쉬운 일이 벌어졌다. 황희찬이 자신에게 화를 이기지 못해 말레이시아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지 않은 채로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축구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끼리 센터 서클 근처에서 악수를 나누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세계 축구 강호 아르헨티나가 한국에 패했다. 그런데 리오넬 메시가 한국 선수와 악수도 나누지 않은 채로 그냥 경기장을 떠났다. 한국 선수는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한국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도 그를 좋아하는 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 선수의 인성은 물론, 아르헨티나 축구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이다.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에도 손흥민을 동경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고, 황희찬과 유니폼을 바꾸길 원했던 선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황희찬은 악수를 나누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꼴이 됐다. 말레이시아 팬들에게 한국 축구 이미지 역시 좋아질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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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이대훈이 2016년 8월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남자 68kg급 8강에서 패배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이대훈이 승리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둘은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란히 출전, 다시 격돌한 전망이다. /사진=뉴스1


'패자의 품격'이라는 말이 있다. 월드컵 대표팀 수비수 김영권은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 독일 수비수 훔멜스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독일전 승리 후 김영권이 훔멜스에게 유니폼 교환을 제의했다. 그런데 훔멜스가 '그라운드에서는 좀 그러니 라커룸에서 바꿔주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이에 김영권은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는데, 진짜 훔멜스가 한국 라커룸 앞에서 유니폼을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고. 훔멜스라고 왜 경기에 져서 기분이 안 나빴겠는가. 그래도 그는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았으며, 축구 변방 아시아의 이름 모르는 한 선수라고 무시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권투나 격투기에서도 죽을 듯이 치고받고 싸워도 공이 울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껴안으며 인사를 나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4대 메이저대회 우승'에 빛나는 이대훈은 남자 태권도 -68㎏급 8강전에서 무명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패하고도 상대의 손을 직접 들어 축하해줬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조코비치는 한국의 정현에게 패한 뒤 "상대가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었다"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이것이 스포츠 정신이며 매너다.

황희찬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누구 못지 않게 성실히,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말레이시아전 이후 황희찬은 비난이 쇄도하자 개인 SNS 계정을 삭제했다. 태극마크를 달면 그에 걸맞은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김영권도 의도치 않은 인터뷰 발언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황희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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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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