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포커스] 사명감-배고픔 없는 대표팀, 보고 싶지 않다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18.08.18 11:16 / 조회 :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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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이현민 기자= 호랑이의 용맹함은 찾을 수 없었다. ‘굴욕’ 말고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디펜딩 챔피언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이 약체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혔다.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하루팟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했다. 경기 막판 황의조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결과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공격과 수비,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던 한국. 이번에 더욱 기대감에 부풀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손흥민-조현우가 와일드카드로 승선,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출발은 좋았다. 난적 바레인과 1차전에서 황의조(3골), 나상호, 황희찬, 김진야의 골로 6-0 완승을 거두고 첫 승을 신고했다. 몇 수 아래인 말레이시아에도 무난히 승리할 거로 예상됐다.

김학범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을 앞두고 “20명 모두가 필요하다. 바레인전과 달리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6명을 바꿨다. 체력 안배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우리 한국은 17일 동안 7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승점 3점이 중요하다. 승리를 통해 3차전(키르기스스탄)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며, “바레인 감독은 사전에 언급한대로 한국을 만나 수비만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격적으로 나와 여섯 방을 얻어맞았다. 말레이시아는 이를 알고 있다. 수비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포인트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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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기 전 말레이시아에 패할 지 누구도 예상 못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전반 5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키퍼 송범근과 수비수 황현수가 엉켜 볼을 놓치며 실점을 내줬다. 일격을 당한 후 반격했지만, 창끝은 무뎠다. 전반 추가시간 황현수가 볼을 빼앗겨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들어 전반보다 더욱 강하게 말레이시아를 몰아쳤다. 상대가 잔뜩 움츠렸다. 이 때문에 공격 빈도는 높아졌고, 방어할 기회가 줄었다. 후반 12분 아껴뒀던 손흥민 카드를 꺼냈다. 조금씩 살아나는가 싶더니 밀집 수비에 뾰족한 수가 안 보였다. 손흥민 홀로 역부족이었다. 동료들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고, 조직적인 플레이는 찾을 수 없었다. 황의조의 골로 영패를 면했을 뿐 전체적으로 문제투성이었다.

이영표 위원은 “말레이시아는 한국이 나오면 역습으로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우리나라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에서 그랬다. 말레이시아에 유사하게 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는 수비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더욱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상대는 측면 공격수들이 전부 수비로 내려왔다. 한국은 가운데로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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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위원의 말대로 한국은 말레이시아가 어떻게 나올지 알면서 두 눈 뜨고 당했다. 김학범 감독이 선발 6명을 바꾼 건 ‘상대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일 수 있다. 조현우에서 송범근으로 골키퍼를 교체한 건 치명타였다. 믿었던 황현수-김민재-조유민의 수비진도 흔들렸다.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아쉬웠다. 김문환 대신 나선 이시영은 소극적이었고, 김진야는 바레인전 만큼 못 해줬다. 이진현-김건웅-김정민의 중원은 잦은 패스 미스를 남발, 연계는 찾을 수 없었다. 황희찬은 터치부터 움직임 모두 투박했다. 황의조 홀로 애썼다. 교체로 들어간 황인범, 손흥민, 이승모로 흐름을 가져왔으나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은 본 대회에 임하기 전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적었다. 이 때문에 경기 감각 우려도 제기됐다.

플레이 자체도 문제였지만, 정신력 역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늘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경기에 임하는 게 프로다. 심지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다. 선수들은 당연히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마음 한켠에 조금이라도 ‘뭐 말레이시아 쯤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미 틀렸다. 정신적인 면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축구다. 실제 플레이에 영향을 끼쳤다. 이영표 위원도 안일한 정신력을 지적했다.

김학범 감독이 또 오류를 범한 건 ‘금메달 제도’다. 단판인 토너먼트에 가면 한정된 자원을 쓸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 ‘전원 병역 혜택을 위한 무리수’를 말레이시아전에서 뒀다. 선수들이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보다 오로지 ‘군대 안 간다’는 생각.

역사적 참패의 희생양이 된 한국. 다가올 키르기스스탄전, 더욱 강한 상대가 기다리고 있는 토너먼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어리다고, 경험이 적다고 힘을 실어주는 것도 정도가 있다. 프로에서 뛰는 성인이다. 태극마크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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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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