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7일의 도시 '운영 헬적화', 이대로 괜찮을까?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8.08.17 10:58 / 조회 :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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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적화.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


예전엔 그런 얘기도 자주 나왔다. 게임강국 대한민국이니 뭐니 하는 말들. 사실 그때도 국내 게임업계가 게임을 '잘 만들어서'라기보다는, 한국 유저들이 게임을 '잘해서' 였다. 일본게임이 물밀듯 들어오는가 싶더니 주춤하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국산 MMORPG가 메우려는 듯하다가 슬픈 현실 pay to win으로 점차 사라져가더니만, 이젠 할만한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임의 대부분은 일본게임인 척 하는 중국게임들이 대다수가 된 현실이다.

뭐 좋다. 유저 입장에서 사실 국산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과금구조가 사악한 국산게임보다는 상냥한 중국게임이 나을 수 있겠다. 번역오류는 사소한 실수로 넘어가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게 있다. 차별적인 서비스다.

해외게임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여러 가지 작업을 거친다. 가장 기본적인 번역부터 시작해서 CV 더빙, 기존 시스템에 있어 다소의 개편 등 한국 시장에 걸맞은 현지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전등록 보상 등을 통해 한국 전용 카드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도 수반된다.

지나친 의역도 찰진 드립이 되면 되려 반가운 법이다. CV가 한중일로 지원되면 목소리 바꿔 듣는 재미도 있고 즐거운 법이다. 여기까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헬적화란 말이 나온 건 이런 컨텐츠의 문제가 아니다.


굳이 더 말할 것도 없이 과금 아이템의 구성과 가격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내용물은 같은데 한국에선 만원에 팔고 중국에선 오천원에 판단다. 해외 직구의 경우 배송기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산다는 개념으로 만원 주고 살 수도 있겠지만, 게임 아이템처럼 온라인 재화 형태의 구매라면 정말 한국에서 살 이유가 1도 없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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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사인 넷이즈 게임즈가 개발한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꽤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애니메이션풍 작화도 그렇고, 루프물을 소재로 해 엔딩 개념이 존재하는 모바일게임이라는 점도 그랬다. 읽을 만한, 볼 만한 시나리오에 목말랐던 유저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 줄 만한 게임이라는 평도 있었다. 실제 이 게임이 나오자마자 국내 마케팅을 거의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만으로 찬사 일색이었다.

하지만 출시한 지 채 2주가 되지 않아 헬적화 논란은 터지고 만다. 역시나 과금 아이템의 문제였다.

- 오팔이 골드로…? 신개념 가챠 헬적화

과금의 주목적인 가챠와 관련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그것도 서비스 초반이라면 더욱 그렇다. 열흘 만에 터진 가챠 문제는 게임에 대한 신뢰를 초반부터 무너뜨렸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 서비스 이전에 열린 중국과 대만 서버에서는 가챠에서 1.5%의 확률로 오팔을 얻을 수 있었다. 오팔은 가챠를 돌릴 때 사용하는 재화로, 캐쉬인 수정으로 구매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당 가치가 높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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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챠 전체 구성에서 한국 버전만 오팔 대신 골드가 지급되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게 되었는데, 골드의 양도 턱없이 적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헬적화 논란이 일었던 게임들의 경우 일부 상위 아이템의 확률 저하가 문제였던 반면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아예 내용물을 바꿔버린 셈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가챠로 획득한 골드의 횟수만큼 오팔을 중화권 서비스와 동일한 개수인 8개씩 지급하기로 했으나 이미 유저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유저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 이벤트? 과금 이벤트 아니고?



그로부터 한 달 후, 불꽃축제 이벤트가 시작되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중화권 서버와 다른 보상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이전의 실수가 실수가 아니었던 것마냥 얼마 지나지도 않아 터진 논란, 그것도 이전 사건과 유사한 논란이 일었다는 것은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보통의 수집 및 육성 시스템이 포함된 게임이 흔히 그렇듯이, 이벤트에 꾸준히 참여하면 상위 등급의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중화권 서비스와 달리 한국 유저들만은 이벤트에 포함된 모든 액션을 전부 수행해도 최종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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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종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과금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보통 이벤트 참여에 있어서 유저들은, 시간을 놓쳤거나 하루 혹은 이틀 정도 참여하지 못했을 경우에 이 시간을 메우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결제를 선택한다. 하지만 중화권 유저들과 달리 국내 유저들만은 결제를 하지 않으면 최종 보상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던 것이다.

이후 해명문이 올라왔지만 광복절 기념으로 이벤트 아이템인 부적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관련부서 논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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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같은 게임이고, 동일한 형태의 이벤트이며, 같은 구조의 가챠인데 구성이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구나 그 아이템이 일반적인 인게임 재화가 아닌 캐쉬와 관련된 문제라면, 그리고 유저들에게 부당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잘못된 운영이고 잘못된 현지화다.

현지화의 근본적인 개념은 현지, 즉 국내 유저들에게 맞는 형태의 서비스로의 변형이다. 하지만 근래 게임들의 '현지화'는 헬적화 취급을 면치 못한다. 이럴 거면 현지화를 왜 하느냐는 말도, 그냥 번역만 하라는 말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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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게임을 들여와 운영하는 데 있어 본사와의 소통 등 여러 가지 절차가 더 추가된다는 점은 유저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벤트를 진짜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벤트 시작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유저들에게 헬적화가 아닌 최적화가 되기 위해서 충분한 논의와 고려를 거쳐야 한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은, 개발사도 운영사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실천하는 게임사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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