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스트리플링·마에다 불펜행 부른 류현진의 '배수진' 컴백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8.14 08:57 / 조회 : 2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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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SF전서 105일만에 선발등판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알렉스 우드와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복귀를 앞두고 13일(이하 한국시간) 두 명의 우완 선발투수 로스 스트리플링과 마에다 겐타를 불펜으로 이동시켰다.


우드와 류현진은 오는 15일과 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3연전 시리즈 2, 3차전에 차례로 부상자명단(DL)에서 나와 선발 등판한다. 이들이 복귀하면서 선발투수가 7명으로 늘어나 선발진 재조정이 불가피했고 그에 따라 스트리플링과 마에다가 불펜으로 가게 됐다.

이번 조치는 선발투수 7명이 모두 선발진에 남을 수는 없으니 남는 자원을 불펜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서 누가 불펜으로 가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생기는 것까지 피할 수 없었다. 마에다와 스트리플링은 올해 모두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해냈고 특히 스트리플링은 올해 처음으로 올스타로도 뽑혔는데 갑자기 선발진에서 밀려 불펜으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 현지 다저스팬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불펜으로 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스트리플링은 불펜투수로 경험이 많은 반면 류현진은 부상 전력으로 인해 불펜투수로 쓰기엔 적합지 않다는 판정이 내려진 상황에선 사실 다른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역시 불펜 경험이 풍부한 우드나 심지어는 리치 힐이 스트리플링 대신 불펜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 역시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렵다.

다저스의 더 큰 고민은 지난 주말 다저스의 마무리인 스타 클로저 켄리 잰슨이 부정맥 증세로 3주에서 한 달 정도 전열에서 이탈하게 돼 불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다. 잰슨의 부재로 마무리에 큰 구멍이 생겼는데 뚜렷한 대안이 없어 여러 명이 돌아가며 마무리를 맡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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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함께 선발복귀하는 알렉스 우드. /AFPBBNews=뉴스1


더구나 다저스는 지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의 사활이 걸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13일까지 다저스는 NL 서부지구에서 1게임차 2위, NL 와일드카드에선 2위에 2게임차 3위를 달리고 있어 지금 당장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처지다. 단 한 경기차로 플레이오프의 운명이 뒤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시점에서 마무리 잰슨의 이탈은 그 자체로 뼈아픈 것은 물론 다른 불펜투수들의 부담을 배가시킬 수밖에 없다. 당장 잰슨이 빠진 상태로 치른 지난 주말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4연전 중 마지막 3경기에서 다저스가 모두 막판 실점으로 1점차 패배를 당한 것에서 불펜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다. 아직 43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패닉 버튼을 누를 단계는 아니지만 분명히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로버츠 감독 등 다저스 수뇌부가 스트리플링과 마에다를 불펜으로 보낸 것은 선발진 정리 차원 뿐 아니라 불펜 안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들이 불펜에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불펜에서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들이 기대대로 불펜을 안정시켜준다면 잰슨이 비운 마무리 자리의 공백을 상당히 커버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마에다는 지난해 처음으로 불펜 경험을 한 뒤 포스트시즌에서 100% 불펜투수로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와 시카고 컵스와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총 5경기에 나서 5이닝을 던지며 삼진 7개를 잡아냈고 단 한 개의 안타나 볼넷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행진을 했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는 4경기에서 5⅔이닝을 던지며 1점만을 내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이 불펜 필승조로 활약했던 마에다였기에 다저스 수뇌부가 시즌의 고비에서 잰슨을 잃은 불펜을 안정시키는데 그를 점찍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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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우드의 복귀로 인해 불펜으로 보직 바뀐 로스 스트리플링. /AFPBBNews=뉴스1


물론 마에다의 불펜행은 매년 기본연봉(300만달러)보다 인센티브로 받는 보너스 액수가 더 많은 그의 특별한 계약 조건으로 인해 개인적인 연봉 손실이 뒤따른다는 부작용이 있다. 마에다는 시즌 투구이닝이 90이닝을 넘어서면 25만달러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10이닝을 던질 때마다 25만달러씩의 인센티브 보너스가 추가된다. 또 선발등판 횟수가 15경기가 되면 100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시작으로 30경기까지 매 5경기마다 100만달러씩이 추가되며 시즌 32번 선발등판하면 또 100만달러가 추가된다. 인센티브가 선발등판 횟수와 투구이닝 수에 몰려 있어 불펜투수로 보직이 바뀌면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올해 마에다는 현재까지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총 109이닝을 던졌다. 선발 보너스로 200만달러, 등판 이닝 보너스로 75만달러(110이닝 가정) 등 보너스 275만달러를 확보한 상황이다. 그가 계속 선발진에 남았더라면 최소한 8경기에 추가로 선발등판이 가능했기에 선발 보너스 100만달러를 추가할 수 있었지만 이제 남은 시즌을 불펜투수로 뛴다면 그 기회가 사라진다.

또 투구이닝에서도 선발 때 보다는 이닝 수가 줄어들 것이 불가피하다. 남은 기간 동안 선발로 나서는 것보다 약 20이닝 정도 적게 던진다고 가정해도 50만달러를 손해보게 된다. 즉 합쳐 150만달러 정도의 손실인 셈인데 그나마 지금이 시즌 막판이기에 손실을 이 정도에서 막을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로선 불펜행을 원치 않을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마에다는 이런 불리한 조건에서도 불펜행을 받아들였고 다저스는 이런 마에다의 처지를 감안, 시즌 종료 후 그의 계약 인센티브 조건 변경을 위한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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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행으로 인센티브 보너스에서 손해를 보게 생긴 마에다 겐타. /AFPBBNews=뉴스1


이제 빅리그 3년차인 스트리플링은 물론 이런 고민은 없지만 올해 잰슨과 함께 팀의 유일한 올스타였고 이제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서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는 것이 탐탁할 리가 없다. 그 역시 불펜행을 받아들였지만 로버츠 감독은 그의 불펜행이 일시적인 것이라며 시즌 종료 전에 선발로 돌아올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일단 다저스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하는 16일 경기에서 마에다를 불펜에 대기시켜 이 둘이 ‘복식조’를 이뤄 한 경기를 책임지는 작전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마에다가 선발로 나서 5이닝을 던진 뒤 류현진이 나머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생애 첫 세이브를 따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랜 만에 복귀한 류현진이 첫 등판부터 많은 이닝을 던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마에다를 플랜 B로 대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류현진은 이제부터 남은 한 달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에 선발 복귀에 만족할 처지가 아니다. 부상경력으로 인해 불펜투수로서 뛰기 힘들다는 것은 이번에 돌아오면서 그가 불펜이 아니라 바로 선발로 돌아오는데 큰 ‘무기’가 됐지만 포스트시즌이 되면 아예 그를 로스터에서 탈락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지난해 그는 직접 체험한 바 있다.

일단은 성공적인 복귀가 우선이지만 포스트시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엔트리 제외를 면하려면 출발부터 가능한 좋은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여기에 올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것도 남은 경기의 중요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결국 류현진은 앞으로 남은 한 달 반의 정규시즌 기간동안 올해 포스트시즌과 다음 계약을 위한 오디션 무대에 나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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